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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남자 ㅣ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봄날의 바다' 이후 감건호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두번째 소설이다.
몇 년 전 봄날의 바다를 읽었을 때에도, 추리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일반 소설의 느낌을 더 받았는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몇 년 사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내용, 감건호와 박경식의 살인자에 대한 설전 역시 책을 읽는 동안 흥미롭게 다가왔다.
준식은 백화점 비누 매장에서 일하는 잘생기고 친절한 스물 넷의 남자이다.
유진은 출판사 대리로 근무하는 서른 둘의 여자이다.
그리고 자신을 돌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일하느라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해 제대로 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여중생 설아가 있다.
어느 날 클럽에서 준식은 유진을 보게 되고, 그 날 이후 꾸준한 연락을 통해 둘은 점점 친밀해진다.
그렇게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고 친밀해질수록 유진에 대한 준식의 집착이 점점 심해진다.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다가 잠시 함께 탄 커플 남자를 보게 된 것 뿐인데, 준식은 갑자기 유진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유진의 휴대폰을 검사하기도 한다.
유진은 준식을 사랑하면서도 이런 준식에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편, 감건호는 방송에 쓸 새로운 아이템을 찾다가 10년 전 미제로 남은 실종사건을 다시 조사해보기로 하고,
실종된 윤성인의 아들인 준식을 찾아갔다가, 그 곳에서 유진을 만나게 된다.
비슷한 아픔을 지닌 준식과 유진이지만, 유진은 준식의 집착과 가끔 보이는 폭력성향이 두렵다.
그런 그를 떠나고 싶지만,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마음들을 그저 외면하기가 어렵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준식이 안타까웠던 건,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환경에서, 그리고 과거 아버지의 실종과 관련하여 깊은 트라우마에 갇혀 그렇게 성인이 되어버렸다는 거였다.
나는 연인에게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글로 보여진 준식의 마음은, 유진을 진짜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유진을 너무나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혹시나 버림받을까 두려워서... 그래서 자꾸 그녀에게 집착하고 또 집착하게 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준식은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는 유진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 갑자기 급격하게 화를 내고 그녀에게 손지검까지 하게 된다. 그런 자신이 밉지만,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면 그런 행동이 나와 버린다.
처음, 준식의 위험한 행동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마음 속으로 강하게 유진에게 외쳤다.
"그를 떠나!!!"라고...
점점 준식을 더 알게 되었을 땐,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유진에게 외쳤다.
"그를 떠나야 해!!!"라고 말이다.
책을 덮은 후, 잠시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나는 사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물론 환경의 영향 때문이니, 용서해야 한다거나 그런 점을 감안하여 죄를 가볍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나쁜 환경이라도 분명 각 사람들이 나아가는 방향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건...
올바른 판단과 사고를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성정을 가진 긍정적이고 올바른 어른이 곁에 있어야 하는데,
준식에게는 그런 좋은 어른이 곁에 없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