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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변종모 여행에세이,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낯선 곳에서 사랑을 알다
세상 속에서 위로를 얻다
걸죽한 느낌의 여행에세이를 만났다.
걸죽하다는 게 어떤 느낌이냐면, 농축되어서 너무 진하고 진한... 그런 느낌인데,
책 속에는 여행과 관련한 걸죽한 문장들이 가득했다.
어느 한 장소에서 작가는 자신이 겪은 일을 토대로 걸죽하고 농축된 문장으로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표현한다.
가 본 장소보다 못 가본 장소가 많아서 더 내 마음에 다가왔던 걸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다가왔던 걸까...
가볍지 않게, 너무 빠르지 않게, 최대한 천천히 한글자 한글자 문장을 읽어내려갔다.
사진을 보면서 여행지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을 느끼려고 했고,
사진 속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에서 따뜻함과 친근함을 느꼈다.
나는 일상을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뭔가 이 곳을 벗어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내 안에서 평소와 다른 감성들이 차오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여행은 늘 바빴고, 돌아볼 여유가 없는 여행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언제쯤 작가님처럼,
여행의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볼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행지에서 나의 발을 묶는 것이 여행의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 안의 사람이 되는 시간이 나에겐 언제쯤 올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곧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작가님처럼 여행이 업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짧은 기간의 여행이지만,
이번 여행은 너무 급박하지 않게, 서두르지 말고, 잠시라도 그 곳의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와야겠다.
여행이란 건, 그 곳의 풍경, 그리고 그 풍경안에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그래서 결국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마주하는 것이라는 걸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p. 87
여행이란 내가 걷는 일이지만 때로는 움직이지 않고서도 만나는 여행이 있다.
걷다가 멈추어 만나는 일. 그 멈춤의 시간에 나를 흔들어놓던 사람들.
단언하건대 어떤 풍경도 나를 휘청거리게 한 적 없으나,
단 한 번의 눈빛에 발이 묶인 적은 잦았으니 아무래도 나의 여행이란 것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 만난다는 것은 마주한다는 것이다.
p. 191
위태롭다고 가지 말라고 하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위태로워서 가장 평화롭던 시간이었다고.
그 위태로움은 그곳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그들과 잠시도 옆에 나란히 앉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위태로운 변명을 해야겠다.
당신들이 그랬듯이 나도 축복한다. 깊어가는 이 도시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축복한다.
위태롭고 고단한 당신의 일상들은 나의 가장 평화로운 부분보다 더 평화로운 것이었다고 그것을 당신들도 알았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