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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ㅣ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만나러 가시겠습니까?"
과거 혹은 미래의 시간으로 돌아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신비한 찻집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있다.
카페의 특정 자리에 앉아 그 곳의 웨이트리스가 커피를 따라준 후부터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 그 시간에 머물 수 있다.
커피가 식을 때까지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면 현실로 돌아올 수 없다.
그리고 그 외에도 성가신 규칙들이 많다.
몇 가지 성가신 규칙 중의 하나는, 과거로 가서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카페에는 자신이 원하는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픈 사람들의 발길이 머문다.
이 책에는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사연이 있어 과거 혹은 미래의 한 시점으로 가고자 하는 걸까?
과거로 가서 어떤 노력을 해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
즉, 내가 과거로 가서 만나고자 한 그 사람에게 어떠한 말을 하고 행동을 해도 현실에는 전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과거 혹은 미래로 가서 그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의 사연은 도대체 어떤 걸까?
지바 고타로는 22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찻집을 찾았다.
미타 유키오는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찻집을 찾았다.
구라타 카츠키는 현재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자, 현재의 여자친구를 미래의 시점에서 만나기 위해 찻집을 찾았다.
만다 키요시는 30년 전 아내에게 전하지 못한 생일선물을 전하기 위해 찻집을 찾았다.
그리고... 커피를 따라주는 웨이트리스 도키타 카즈의 사연도 살짝 더해진다.
사연들이 엄청나게 가슴절절한 내용들은 아닌데도, 조용히 가슴에 스며들듯이 은은하게 남았다.
소리내어 울게까지 만든 건 아니지만, 조용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을 읽은 후 잠시 생각해 봤다.
나는 과연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갈까라고 말이다.
나도 꼭 돌아가고 싶은 한 순간이 있었다. 비록 현재가 바뀌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 날의 내 행동을 모두 무르고 싶다.
구구절절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너무나 후회되는 그 날...
그 때가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다면 좀 더 따뜻하게 말했을 텐데...
신경질적으로 말하고 화내고 그러지 않았을 텐데... 라고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 순간을 잊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을 잊어서가 아니다.
다만, 더 좋은 사람,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그녀가 늘 자랑스러워했던 내 모습 그대로를 지켜나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책 속의 인물들도 나처럼 행복한 순간을 찾았기를... 삶의 이유를 찾았기를 바라며 책을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순간은, 나에게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계절은 돌고 돈다.
인생에도 혹독한 겨울이 있다.
그러나 겨울은 반드시 지나고, 봄이 온다.
이곳에도 살며시, 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