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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소설이란 것이 얼마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평소에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소설 '베어타운'을 읽으면서도, 소설 속과 현실 세계가 어쩌면 이리도 닮았는지에 대해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키를 사랑하는 베어타운의 사람들은 하키 청소년팀 우승을 통해서 베어타운의 부흥을 꿈꿉니다.
그들에게는 천재 하키소년인 캐빈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캐빈은 완벽만을 추구하는 아버지로 인하여 늘 꾸준히 노력하는, 이 마을에서 천재 하키소년으로 불리우는 열일곱 살의 소년입니다.
소설의 초반은, 베어타운의 사람들에게 하키가 얼마나 중요한 스포츠인지, 이 마을의 사람들이 얼마나 하키를 사랑하는지 등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소설 중반에 벌어지는 어떤 사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대처나 태도 등이 얼마나 편협하고 말이 안 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캐빈의 아버지는 하키팀의 큰 후원자이고, 캐빈은 베어타운 하키팀의 에이스로 베어타운 사람들은 캐빈을 몹시도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하키는 공동을 수행하는 스포츠인만큼, 팀은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고 중요시합니다.
캐빈이 속한 청소년 하키팀이 준결승에서 이긴 날 밤, 캐빈의 집에서는 축하 파티가 열립니다.
하키팀 단장 페테르의 딸인 마야는 캐빈의 초대로 그 집에 갔다가 캐빈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마야는 자신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가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을 바꾸어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알립니다.
그러나, 피해자인 마야는 캐빈을 고소했다는 이유로, 베어타운의 중요 인물인 천재 하키소년 캐빈을 고소했다는 이유로, '나쁜 년',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립니다.
사람들은 팀의 에이스인 캐빈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마야가 그럴만한 행동을 하고서는, 하필 결승전을 앞둔 날에 캐빈을 경찰에 잡혀가게 했다고 말이죠...
(과연 '그럴만한 행동'은 무엇이고, 캐빈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믿음을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p. 450 ~ 451
이 마을의 문제는 어떤 남자아이가 어떤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수준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가 그런 것을 하지 않은 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남자아이들까지 그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p. 463
하지만 퍼뜩 무슨 생각이 드는가 하면 강간범으로 고발당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강간을 당하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뒤늦게 말하지만 소설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삼월 말, 십대 청소년이 숲 속으로 총을 들고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총구를 대었다고...
소설은 왜 이 청소년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작년에 출간된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로 처음 접했습니다.
부끄럽게도 그 유명한 '오베라는 남자'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사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도 무척 따뜻하고 감동적이었지만, 저는 이번 '베어타운'이 훨씬 좋았습니다.
책이 좀 두꺼웠지만, 두꺼운 만큼 중요 인물들의 속마음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그들과 함께 더 속상해하고, 더 공감하고, 더 슬프고, 더 따뜻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 하키와 작은 마을, 마을 사람들을 소재로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았고, 그들의 편협함에 치를 떨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 따뜻함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의 다른 소설들도 하나씩 읽어봐야겠습니다.
우선은 '오베라는 남자'부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