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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을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11년 9월
평점 :
빼빼로데이,수능이 있는 11월은 가을과 겨울 사이의 정거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래서일까 학생들의 표정도 더 분주하고 더불어 들떠 있는 것 같다.
만화책을 놓은 지 참 오래이다.만화를 곧잘 그리던, 고등학교 때 그 친구의 엷은 미소가 어쩌면 만화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그 아이의 스케치를 닮았는지도 모르겠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푸근해지는 단풍나무가 표지를 장식한 그 만화는 제목마저 정겨운 ‘봄,가을’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봄과 가을은 책의 주인공 이름이어서 더 신기했다.이름일 뿐 아니라 그 의미가 ‘가을을 사랑한 봄’이라는 걸 책을 덮으며 알게 되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그맘때의 소녀처럼 솔직 명랑 수줍음 많은 봄이와,맘결 따뜻하고 정의감 가득한 한결이,새침데기 소녀 소희와 예나,그리고 봄이 사랑한 소년 가을이가 만들어가는 성장일기이자 나 또한 돌아가고픈 그리운 추억노트가 바로 이책이었다.
봄의 등교길에 늘 함께이던 가을 곁에는 봄인데도 아름답게 채색된 가을단풍이,뭔지 비밀을 간직한 듯한 가을이가 말한 것처럼 불가사의한 모습으로 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들을 간직했으면서도 왠지 슬퍼보이던 가을이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은 현장에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기억이 악몽처럼 자신을 괴롭히고,사고로 다친 팔과 몸보다 망각되어지지 않는 기억의 상처가 가을이의 표정을 흐리게 했다.단짝이던 한결이와 봄이가 있어서 그래도 가을이의 가을은 외롭지 않았다.풍요로운 계절의 상징으로 아빠가 지어준 이름을 가진 가을이는 언제나 한결같은 미소로 인사 건네는 친구 한결이와,이름처럼 맑은 봄이의 우정을 추억한 채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가을이의 빈자리를 한결이가 채운 것이 아니라,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언제나 한결같음으로 한결이는 봄이 더 반갑게 맞을 수 있는 봄을 기다리게 한다.
봄이 사랑한 가을 속에서 아름다운 순수의 시절 소중한 벗들 곁에 다시 웃으며 소년 가을이는 함께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은행나무가 낙엽을 떨구지 않고 코스모스가 잎을 떨구지 않는 것은 풀리지 않아도 되는 우리들의 미스테리로 남겨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