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 아직 어른이 되기 두려운 그대에게 건네는 위로, 그리고 가슴 따뜻한 격려
정희재 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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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나를 버리고 사는 것이라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나 힘든 어른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일 때의 나는 아득한 느낌으로 어른을 꿈꾸곤 했던 것 같다.

무섭고 힘이 드는 일들을 척척 해내면서 근엄한 미소까지 보여주는 사람이 내눈엔 어른의 모습이었다.

정작 어른이 되어서의 내 모습은 뭔지 불안정하고 또 슬퍼 보였다.

코끼리를 삼켜버린 보아뱀처럼 존재만으로 커다란 어른이 결코 될수 없을 것 같았다.

타인과 세상,생활에 길들여진다는 것이 조금씩 흐려져가는 나의 어린 날을 직접 내눈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절망이기도 하였다.

타인과 나를 나와 같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기준으로 경계를 짓는 순간들의 반복 같았다.

슬퍼도 쉽게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 어른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살고 싶어한다.때로는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주위의 핀잔도 듣기 일쑤다.지구별에서 사는 기쁨과 슬픔,상실의 고통이 무엇인지 찾아왔던 어린 왕자처럼 나 또한 어쩌면 그 어렵지만 궁금해하던 여행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해가 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 지구별을 떠나지 않은 어린 왕자처럼 나도 일몰의 아름다운 순간을 느끼고 싶다.

길들이고 길들여진다는 것은 비단 여우와 어린 왕자,장미에게만 해당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어느 누구도 당신을 사랑하는 이가 없을 때 그때 당신을 사랑하겠다 말하던 장미와 어린왕자의 얘기처럼 그런 사랑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

어른으로 사는 게 지쳐갈 무렵 별처럼 만난 이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어른스럽게 산다는 것은 순수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소중한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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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녀자 - 나 만큼 우리를 사랑한 멋진 여자들의 따뜻한 인생 이야기 17
고미숙 외 지음, 우석훈 해제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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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간직한 여자라는 의미의 고운 옛말같은 ‘배운 녀자’를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얼마전 다녀온 모 여성백일장에 가서도 많은 분들의 늦깎이 배우는 여성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일생을 살며 배움에의 의지를 꽃피우고 또 배워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종의 향기와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연기파 배우 설경구를 우리에게 각인시킨 영화 ‘박하사탕’에서 역시 인상 깊은 이미지로 기억된 배우 김여진의 이유 있는 반항이 알고보니,인기인이 아닌 사람 속에서 사는 사람이고 싶은 바램이었다 말하는 부분에선 진실된 배우의 실체를 보는 느낌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어 최고의 대학에 진학,엘리트 사회인이 되는 게 최선이라 여겼던 지난날에게서 진정 여유로운 자신의 안녕이 무엇인가를 친환경 나눔 먹거리를 통해 재발견한 콩세알 N 위원장 임나은씨의 초록일기도 싱그러운 배움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가난했던 유년을 보내며 유일한 벗처럼 가까이하던 고전을 어른이 되어서도 내내 사랑하고 어루만지고 살아온 수유너머 대표 고미숙씨의 따뜻한 밥상과 곁들인 배움의 보금자리도 우리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려주는 졸업앨범처럼 소중하고 든든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그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자신들이 배우고 체험한 모든 것들을 공동체와 더불어 나눠 갖고 영위해가는 여정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그저 완벽한 지식을 갖춘 여성이 아닌,세상과 사람을 향해 있으면서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더 큰 앎의 실천을 하는 멋진 여성이 바로,이름 그대로 ‘배운 녀자’임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녀들의 삶에 배움이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래본다.세상 가득 건강한 배움을 전파하는 배운 녀자의 씩씩한 행진을 위해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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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을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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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수능이 있는 11월은 가을과 겨울 사이의 정거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래서일까 학생들의 표정도 더 분주하고 더불어 들떠 있는 것 같다.

만화책을 놓은 지 참 오래이다.만화를 곧잘 그리던, 고등학교 때 그 친구의 엷은 미소가 어쩌면 만화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그 아이의 스케치를 닮았는지도 모르겠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푸근해지는 단풍나무가 표지를 장식한 그 만화는 제목마저 정겨운 ‘봄,가을’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봄과 가을은 책의 주인공 이름이어서 더 신기했다.이름일 뿐 아니라 그 의미가 ‘가을을 사랑한 봄’이라는 걸 책을 덮으며 알게 되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그맘때의 소녀처럼 솔직 명랑 수줍음 많은 봄이와,맘결 따뜻하고 정의감 가득한 한결이,새침데기 소녀 소희와 예나,그리고 봄이 사랑한 소년 가을이가 만들어가는 성장일기이자 나 또한 돌아가고픈 그리운 추억노트가 바로 이책이었다.

봄의 등교길에 늘 함께이던 가을 곁에는 봄인데도 아름답게 채색된 가을단풍이,뭔지 비밀을 간직한 듯한 가을이가 말한 것처럼 불가사의한 모습으로 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들을 간직했으면서도 왠지 슬퍼보이던 가을이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은 현장에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기억이 악몽처럼 자신을 괴롭히고,사고로 다친 팔과 몸보다 망각되어지지 않는 기억의 상처가 가을이의 표정을 흐리게 했다.단짝이던 한결이와 봄이가 있어서 그래도 가을이의 가을은 외롭지 않았다.풍요로운 계절의 상징으로 아빠가 지어준 이름을 가진 가을이는 언제나 한결같은 미소로 인사 건네는 친구 한결이와,이름처럼 맑은 봄이의 우정을 추억한 채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가을이의 빈자리를 한결이가 채운 것이 아니라,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언제나 한결같음으로 한결이는 봄이 더 반갑게 맞을 수 있는 봄을 기다리게 한다.

봄이 사랑한 가을 속에서 아름다운 순수의 시절 소중한 벗들 곁에 다시 웃으며 소년 가을이는 함께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은행나무가 낙엽을 떨구지 않고 코스모스가 잎을 떨구지 않는 것은 풀리지 않아도 되는 우리들의 미스테리로 남겨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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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 호마레 1호점 - 아흔네 살 행복한 이발사 할머니가 들려주는 일과 인생에 관한 지혜
가토 스가 지음, 김대환 옮김 / 링거스그룹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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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번씩 변덕을 일삼는 마음을 간직한 내게,무려 8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것도 한가지 일에 열정을 다해 살아오신 스가 할머니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오랜 전설보다도 뭉클한 일기장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싫증을 내는 법부터 배운 것도 아닌데 뭐 하나 끈기있게 배우고 해내지 못하는 이에게 스가 할머니의 참이야기는 자꾸만 들여다보고픈 동화처럼 새로우면서도 흐뭇한 체험 그 자체였다.

나의 부모님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이웃나라 일본에서 태어나시고 자라신 할머니는 무서운 재난인 대지진도,끔찍한 전쟁도 겪으신 중에 할머니 생에 가장 소중한 천직이 된 이발사로서의 삶을 시작하시고 또 그것으로 그녀만의 한편의 장편드라마를 만들어가셨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남편)과 함께 시작했던 이발사 일을 자신이 해야만 하고 또 하고 싶은 일로 바꾼 할머니에게 좌절과 투정은 불필요한 혹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습관처럼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누군가를 돕는 상상만으로도 자신의 일은 충분히 오래도록 할수 있는 거라며,언제나처럼 세상과 사람을 향해 미소짓자 말씀하시던 스가 할머니가 바로, 행복한 바바 호마레 1호점의 멋쟁이 이발사셨다.

할머니가 우리에게 다정하고 나즈막하게 들려주시던 말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참을 수 없을 만한 것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쉽지 않은 말씀이었지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라면,할머니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힘인 사랑하는 두딸이 어릴 적,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스가 할머니)에게 주려고 하루종일 따뜻한 이부자리 속에 군고구마를 보관해놓고 기다리던 일화는 너무 착하고 아름다운 소녀들의 마음결만큼이나 할머니의 미소의 근원이 되준 것 같아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바바 호마레 1호점 책 첫장을 넘기면 만날 수 있는 할머니의 무지개 닮은 미소가 그 해답을 선사할 거라 믿는다.

하늘나라에서도 부디 스가 할머니가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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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조현 지음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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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안에 단숨에 먹어치워야 하는 정크푸드로만 생각했던 햄버거를 머리에 장식용 모자처럼 쓴 채,멋진 자켓을 입은 신사가 진지한 눈빛으로 독서중인 이책의 표지부터 내눈을 사로잡았다.

언뜻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낯선 풍경이지만,어떤 시인은 심지어 햄버거를 소재로 기막힌 시 한편을 창작하기도 했으니 어쩌면 시와 햄버거는 전생에 단짝쯤 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발상과 소재가 재치 넘치는 조합들이 세상에 넘쳐나기를 어쩌면,이책의 저자도 꿈꾸었는지 모르겠다.

모회사의 마케팅부 직원이었던 한 남자가,것도 맥도날드의 본고장 사람도 아닌 한국 남자가 어느 오후 점심으로 빅맥을 먹으며 서점의 책을 읽으며 번뜩이듯 생각해낸,시 한편과 햄버거 세트인 ‘마이클 버거’는 참으로 인간적인 햄버거의 진화가 아닐 수 없었다.

단순한 시 한편이 아닌,재능은 있으나 안타깝게 발견되지 못한 시인들에게는 희망을,더불어 햄버거를 먹는 고객들에게는 감성만점의 런치를 제공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은 것이니 감격일 뿐이었으리라.

또한 맥도날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어린이을 위한 해피밀세트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소장 가치를 둘만큼 로망이 되었으니,마치 어린왕자의 이야기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 역할도 해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무 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뿐 아니라,레스토랑 테이블 위의 냅킨에 대한 고찰도 꽤 흥미로웠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뒤적이는 일만큼이나 각자 앞에 놓인 냅킨을 어떻게 접느냐에 따라 상대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견해도 섬세한 인문학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랑스러운 생각의 전환이 간직한 매력에 잠시나마 빠져들 수 있었던 유쾌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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