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누나라는 아이

                  마스다 미리의 '내 누나'를 읽고

                                                     박진

            
 6월의 마지막 오후처럼 뜨거운 일요일이다.
 아빠는 한번도 엄마에게 누나라고 부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는 그점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히 미소가 나오기도 한다.
 엄마는 아빠보다 한살 위다.연상인 것이다. 연상연하 커플의 카페타임 속에 내가 동행 중이다.
 엄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일회용 설탕을 가득 털어넣는다. 그녀의 귀에 걸린 은빛 이어링이 초여름의 태양빛을 흡수하고 있다. 아빠는 그런 그녀를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바라보며 하하 웃는다.
 아빠에게 엄마는 어느날의 그녀였을 것이다. 영화데이트를 하며 서울을 산책하던 그들의 청춘이 순간 오버랩된다. 로마의 휴일 영화 속 오드리 헵번처럼 섬세하고 명랑했을 그녀와 그레고리팩처럼 건강미 넘치고  젠틀하던 그의 옛날이 다시 상영 중이다.
 그들만의 영화 속에서 누나라는 호칭은 디저트처럼 그저 선택의 문제이거나 취향의 문제였을 것이다.
 지하루는 준페이의 친누나다.내게도 남동생이 하나 있다. 우리 둘은 자라면서 무던히도 다투고 많이 웃고 많이 울었다. 책장에 늘어가는 문고판 세계명작처럼 찬란했고 유쾌했다. 때로는 우울했고 때로는 명랑했다. 동생은 종종 누나라는 나의  지위를 투덜거렸을 것이다. 어느 때는 내가 누나라서 심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달랐기 때문에 싸우는 것도 소설처럼 그 전개과정이 예측불허였다. 동생은 나를 보고 예민하다고 짜증을 냈고 나는 동생이 못견디게 까탈스럽다고 화를 냈다. 우리는 남매였고 남자와 여자였다. 같은 이불을 덮고 잠들었고 어떤 날은 그 이불로 우리 키만한 성을 쌓아 밤새 깔깔거리며 놀던 아이였다.
 동생은 나에게 '내 누나' 라고 몇번을 말하고 어른이 되었을까 오늘 생각한다.
  준페이처럼 누나의 소곤거림을 고민을 차분하게 들어주던 동생은 아니었을지도 모르는 내 동생은 지하루처럼 수다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내 누나'를 기억해주었으면 그 기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젠 안녕을 부르던 그룹 015B의 후렴구처럼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떠나보냈다. 우리들의 시간들을.그리고 다시 만난다. 여전히 다정해도 괜찮을 나는 너의 누나니까 너는 나의 남동생이니까.
 다시 태어나면 여동생도 하나 갖고 싶기는 하다.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미리 적고 싶다. 너를 닮은 예쁜 다이어리에.
 동생을 여성스럽게 닮은 아기소녀가 내 앞에서 방긋 웃는다. 너는 나의 하나 뿐인 조카다.어쩌면 너는 나의 수다를 닮았을 것이다.
 6월이 점점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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