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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라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이야기
곽진석 외 지음 / 바다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문화예술를 먹고 즐기며 활용하는 그들을 만났다.
다양한 분야의 컬쳐피플이 그려낸 특별한 일상의 순간들이 이책의 제목처럼 ‘아무도 몰라’로 시작되고 흘러가고 있었다.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기에 그들이 꿈꾸고 있는 아주 작은 찰나도 영원처럼 커다랗게 보이다가 때로는 긴 시간의 과거가 점처럼 명멸하는 듯했다.
재즈 보컬리스트 Q-han이 상상한 이들의 세상은 현실 속에서는 다소 차가운 시선을 감수해야하는 여섯손가락의 사람들 ‘육손’의 세상이었다.소설은 현실과 분명 달랐다.경계지어지고 구분되어지는 이방인이 아닌,누구라도 어느 순간 육손일 수도 오손일수도 있는 무경계인 채로 듣고 싶은 음악을 그저 즐기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조용하지만 절대침묵도 아닌 강요되어지지 않는 공간을 호흡하고 그속의 시간을 만끽하라 당부하는 무인판매대 같은 소설이 바로 ‘육손’이었다.
그밖에도 요즈음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인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조규찬씨의 처제이자 매력적인 인디가수인 소이가 그려낸,그녀를 닮은 매혹적인 소설 ‘노웨어 걸’도 인상적이었다.존레논의 청춘과 음악을 회상하여 만든 영화 ‘노웨어 보이’를 패러디한 제목도 위트가 느껴져 좋았던 것 같다.음악을 사랑한 아빠엄마에게서 태어난 말괄량이 소녀 오키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소설의 제목처럼 어디에도 없는,아름다운 감성을 간직한 소녀 옥희가 아닌 오키의 한여름밤의 꿈 같은 환상적인 노웨어 걸이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과 다름이 없는 내일을 살아내야만 하는 오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어주던 뮤지션 톰과 그의 음악들이었다.그를 만나는 꿈만 꾸었을 뿐인데 정말 기적처럼 오키는 잠들었다 깨어나보니 런던의,것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톰의 방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그리고 더 신기하게도 그와 친구처럼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까지 나눈다.
그랬다.바로 지난 밤까지는 우울했던 소녀 오키는 코리아가 아닌,그녀가 좋아하고 꿈꾸던 뮤지션 톰이 사는 런던한복판 그의 멋진 집에서 모닝커피를 마실 수도,그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그의 곁에서 가끔은 음반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직접 볼수도 있게 된 것이다.
오키는 뭐든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다시 그녀가 왔던 고향으로 돌아간대도 지금 바로 이순간 톰과 함께 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뭐래도 괜찮았다.
톰이 그녀를 슬프게 하더라도 공연장에서 그의 음악에 취해 있으면 오키는 행복감으로 나른했다.세상에서 자신처럼 축복받은 사람이 있을까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어디에도 없던 그녀가 톰과 함께 있게 된 그 일주일은 비록 짧은 순간이었는지 몰라도 그것은 분명 그녀에게 ‘있었던 일’이니까 그곳으로 좋았다.행복은 그것을 느끼는 그자체이니까.
좋아하는 이를 만나고 그를 사랑했던 추억은 음악과 함께 시대와 공간 속에서 연주되고,기적을 만난 소녀 오키처럼 누구라도 어느 순간 어느 때 ‘nowhere girl’로 우리 앞에 환한 미소로 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