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의 소소한 느낌들을 메모하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여자 올가,그리고 그녀의 단란했던 가족들은 이제 희미하게 그림자뿐이다.한때는 그가 아니면 그녀가 아니면 아무 의미조차 없던 부부는 잉크가 말라버린 펜처럼 그 빛을 잃은채,오직 그들의 추억의 결과인 어린 남매 일라리아와 잔니,그의 단짝이자 또 하나의 자녀였던 개 오토만이 쓸쓸하게 남겨져 그를 잃은 그녀 주위를 맴돌 뿐이다.
언제든 떠나버릴 수 있는 그의 이름은 마리오이자 남편이었다.올가를 사랑했고 또 그녀를 아내라 불렀던,어쩌면 그 자신의 대부분을 의지했던 마리오는 그 사랑이 식어버리자,그녀의 젊은날처럼 어리고 미성숙한 소녀 카를라에게 떠나버린다.새로운 사랑을 찾아 미련조차 보이지 않고 무법자처럼 그의 집을,아내 올가와 사랑스런 두 아이에게 그럴듯한 이별인사조차 없이 떠나고만다.

인형들처럼 엄마와 아빠집을 오가는 가여운 두 아이보다,주인을 떠나보내고 점점 스러져가서 결국엔 잿빛 죽음에까지 이르는 개 오토보다도 절망적이고 비참하게다가온 사람은 올가,그녀 자신이었다.

흐린 하늘처럼 슬프고 창백해보이던 이웃집 남자이자 감성적 첼리스트 카라노의 친절과 그녀를 향해 건네는 사랑조차 사치이고 무거운 짐으로 느껴졌다.올가의 변해버린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했던,그녀처럼 결혼 15년을 살고있는 내 마음도 그렇게 느껴졌다.

그토록 아프고 외로움이 싫어진 올가가 진정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가 되기를 원하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다만,올가를 지탱하게 하고 또 그녀 스스로를 비추이는 거울 앞에서 전보다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을 찾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또 하나 말해주고 싶은 것은,9월의 하늘처럼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을 실컷 올려다보라는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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