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 얼간이
체탄 바갓 지음, 정승원 옮김 / 북스퀘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로 먼저 만난 ‘세 얼간이’(3 IDIOTS)는 참으로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세 친구의 우정과 질풍노도의 청춘 그 자체의 스토리였다. 다소 엉뚱하지만 마음만은 정의에 불타는 동키호테형 란초와,불우한 가정환경을 탓할 여유조차 사치라 여기며 성실히 달려가는 가여운 라주,두 친구와 달리 넉넉하고 여유로우며 자식에게 올인하는 부모를 둔 왕자님 스타일의 파르한,.이렇게 셋은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 ICE의 못 말리는 악동이자 전설이 되기 위해 매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영화 속에서 그들을 꼼짝 못하게하는 최악의 바이러스(비루) 교수도 결국엔 출세와 성공만이 최선의 인생이 아님을 깨우치게 한,어쩌면 최고의 스승이고 싶었는지 모른다.인생이란 게 아이러니의 연속이라 그런지 몰라도,사랑과 존경의 출발이 잘못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기도 하나보다.비루 교수님과 세 친구의 굉장한 심리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명문대의 교수님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하고 쩔쩔매게 하는 다소 기막힌 괴변을 늘어놓기도 하고 천재들도 쉽게 풀지 못할듯한 골치아픈 원리와 문제를 너무도 논리적으로 척척 풀어내는 란초는 하리로,왕자님 친구 파르한은 라이언으로,병든 아버지때문에 늘 수심가득한 라주는 알록으로 영화의 원작 소설에서 다소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젊음은 분명 한때일 수 있다.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젊은날의 초상 앞에서 울고 웃는다.천재도,성공한 출세가도 사랑하며 사랑받는 삶을 누구보다 간절히 꿈꾸며,이루어가는 과정보다 이뤄낸 결과 앞에서 우쭐대던 사람도 과정의 추억을 수줍게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세명의 청춘들은 세 얼간이가 분명 아니라 감히 말하고 싶다.아니 어쩌면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이 세 얼간이인 것은,불행이나 부정을 용기있게 외면할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란초 아니 하리와 그의 연인 네하의 사랑에게도,그의 소중한 두 친구에게도 영원한 행복과 안녕을 빈다.건강한 우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오랜만에 만난 최고의(?) 성공스토리였다. 영화부터 먼저 만나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인생이 무의미해질 때 한번쯤은 꼭 꺼내어보고픈 소설이었다. P.125 그 누구도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한 병의 보드카와 열 개의 대마초, 그리고 세 개의 핑크플로이드 카세트가 그 뒤를 이었고, 새벽 1시쯤 되어서야 모두들 자리를 떠났다. P.331 알록과 라이언, 네하 그리고 내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겠지!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나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희망이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나는 분명히 ITT를 졸업했는데,어떤 면에서 내 영혼은 여존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기숙사 복도, 길거리 식당, 혹은 강의동 옥상...... 때때로 나는 ITT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