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적 하이코메디를 본듯한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몽테스팡 후작의 수난기였다.

역사적으로 악명 높은 왕에게 정면도전한 위인들이야 뭐 찾아보면 많고 많겠지만,사랑 앞에서 주변의 야유에도 아랑곳 않고,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왕에게 하고 싶은 말 맘껏 펼친 그에게 후작이란 칭호는 어쩌면 한 여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보다 무의미한 한낱 별칭에 불과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어처구니 없이 빼앗긴 남자를 일컬어 '오쟁이 진 남자'라고 부르는 관습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다.몽테스팡 후작에게 오쟁이 진 남자라는,별로 반갑지만은 않은 별명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비꼬기와 풍자의 귀재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여성의 외모와 아름다움을 꽃과 자연에 비유한 익살스런 표현과,고전시를 읊조리듯 세레나데를 부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마치 무대 위에 선 연극배우처럼 다소 과장스럽고 진지하기까지 하였다.

완벽하지 못한 아이와 조숙한 아이의 대조도 흥미로웠다.예나 지금이나 아이의 존재는 여성에게 의무이며 숙제인 것처럼 그들의 얼굴이며 동시에 커다란 무게로 느껴졌다.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내를 제물로 바치려는 교활한 남자보다는,하나밖에 없는 장인어른에게 조롱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맹렬하게 지키고자 몸부림쳤던 몽테스팡 후작에게 안스럽지만 응원을 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그런데 그 지독한 사랑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고집임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사랑은 변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언제고 변할수 있는 게 사랑이니 말이다.

표현력은 풍성했지만,번역본이 주는 아쉬운 구석도 적지 않게 발견되는 책이었다.다소 어수선하고 난해한 구성도 아쉬웠다.

왕이든 후작이든 사랑 앞에서는 바보가 된다는 서글픈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P.266

나는 당신의 처신을 굳이 비난할 마음이 없어.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법이니까. 다만, 당신이 가는 그 길을 통해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게 나의 신념이야. 그러니 그곳 사람들이 당신에게 덮어씌운 욕심에서 제발 벗어나도록  해요. 그렇게 해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불행해지진 않을 거야. 결국 버림받아 원통한 심정으로 내 품에 내던져지겠지만,그때라도 다시금 우리 사랑이 되살아나면 그뿐이지.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남편이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결코 떼어버릴 수 없는 남편인 

                                     몽테스팡 후작, 루이 앙리 드 파르다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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