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난 벙어리처럼 어리둥절 장갑이 되어버린 것 같다.아니,쉼없이 재잘거리는 종달새가 되버린 것 같다.마음이 마음처럼 움직이질 않는다.심장이 심장처럼 뛰지 않았으면 좋겠다.아니,미치도록 미쳐보고 싶어.아프도록 아프고 싶다.죽지 않을 만큼 하루쯤 아프다가 깨어나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딱 떼는 얄미운 내가 되고 싶다.그렇게 예고 없이 아파본 적이 내게 분명 있었지.그런데 세상은 너무 말짱해서 난 그게 눈 시리게 무서웠어.그 때부터 난 이기적이 되어버렸지.아무렴 어때를 외치며 껍질 속으로 다시 들어가버림 그만인 걸 몰라 몰라 몰라...... 

고통이 고통이라 여겨지지 않고 외로움이 외로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무렵 아마 난 저 세상 사람일거야.내가 쓰는 단어들,투정들,푸념들,탄식들,흩어지다가 다시 흩어진 모음의 조각들,무수히 버려진 느낌표들,나를 도무지 떠나주질 않는 말줄임표들...... 

빗물에게서 헤어진 벗들의 추억들을 아프게 만나고,바람에게서 그대로 멈추어버린 나를 발견하고,낡은 가구들에게서 일기장보다 오래된 나를 만나는 오늘,난 얼음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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