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ather’s Story- One Man’s Anguish at Confronting the Evil in His Son>은, 밀위키의 식인귀로 이름난 연쇄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아버지인 라이오넬 다머의 회고록입니다. 이 책은 첫 번째 아내 조이스와의 결혼부터, 첫째 아들 제프리 다머가 사실상 종신형을 받고 투옥되기까지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을 기록한 글입니다.
라이오넬 다머는 화학자로, 박사학위 취득 후 관련 회사에 취업하여 연구자로서 안락한 중산층의 가정을 꾸려갑니다. 첫 번째 아내 조이스가 ‘제프’(제프는 살인마 ‘제프리 다머’가 아닌 그의 아들로서 명칭으로 사용합니다.)를 임신했을 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끔찍하게 고생합니다. 임신 중 복용한 약의 종류가 20가지가 넘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몰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출산 후에도 조이스는 신경증과 발작적 경련에 시달리며, 두 부부 사이는 급속도로 멀어집니다. 라이오넬은 조이스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실험실 연구에 더욱 매달리지요. 그렇다고 라이오넬이 무심한 아빠는 아니었습니다.(적어도 제 부친보다 훠얼씬 신경 많이 쓰는 ‘좋은 아빠’였습니다 -_-;;) 다친 새를 데려와 정성껏 보살핀 후 다시 보내주고, 함께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실험실에 데려가 여러 가지 재미있는 화학실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특하고 밝고 외향적인 제프에 대한 라이오넬의 사랑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그런데 탈장으로 인한 수술을 받은 후 아이는 거세공포를 느낍니다. 이후 성격이 수줍고 내성적으로 바뀌어 가지요. 라이오넬은 본인이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었고 나름 극복을 잘 했기 때문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둘째 아들 데이브가 태어나고, 다머가 18살이 될 때까지 부부관계는 벌어질 대로 벌어집니다.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제프는 빈 집에 혼자 버려집니다.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것도 이때지요. 이혼 후 두 번째 아내 샤리를 만나고, 샤리는 제프의 방에서 술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챕니다. 조용하고 공손하며 예의 바른 ‘예스맨’ 제프는, 이때 이미 심각한 알코올중독이었습니다.
중간 이야기를 뛰어 넘고 결론을 적자면, 어린 제프는 ‘버려짐’에 대한 공포가 있었고 ‘영원히 자신을 떠나지 않을 존재’에 대한 갈망을 키우게 됩니다. 영원히 자신을 떠나지 않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만 조정할 수 있는 타인이 누굴까요. 죽어버린 몸이죠. 이는 네크로필리아로 이어지고, 결국 살인, 식인이란 엽기적인 비극을 자행합니다.
양육자로서 라이오넬은 아들 제프의 악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아니 알아차리지 못했다기보다 알고 싶지 않아 방관했던 자기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제프의 범죄동기가 되었던 지배욕이 자신이 유전적으로 물려준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요. 다만 자신의 경우는 화목한 양육자들이 있었고, ‘영원함’에 대한 욕망을 제프 같은 극단적 범죄가 아닌, 다른 쪽으로 발산했음을 알아챕니다-불안정한 감정보단 똑 떨어지는 자연과학, 사람관계보다는 그 사람에게 차지하는 자신의 역할(특히 효자와 아빠로서의 역할에 집착하는데, 그들(라이오넬의 어머니와 아들 제프)에게 헌신함으로서 그들이 자신 없이는 살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지요).
한 인터뷰에서 라이오넬은, 아들을 용서했냐는 인터뷰어의 말에 ‘그렇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묻습니다. 악의 씨앗을 물려준 아빠로서의 자신을 제프는 용서했을까. 제프가 어릴 때 빨리 아이의 내면을 눈치 채고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게 했으면 어땠을까.
저 역시 딸을 키우는 양육자로서, 슬프고 복잡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범죄의 피해자는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둘러싼 사람들, 가해자, 가해자를 둘러싼 사람 모두라고 하지요.
제프리 다머의 범죄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서문에, 인세 수입은 모두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쓰겠다고 했으나 출간 후 이어진 소송(초상권 침해 등) 비용으로 다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 출간은 1994년 3월로, 책의 말미에 감옥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아들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던지고 있으나, 같은 해 11월 제프리 다머는 동료 재소자의 손에 맞아 죽습니다.
* Jeffrey Dahmer Original Stone Philips Interview youtu.be/4MK9gIxbxrk 라이오넬, 조이스, 제프 모두 인터뷰에 응합니다. 조이스는 라이오넬의 책에 묘사된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에 반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