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끄적이는 이유는 한때 이 병원의 환자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독특한 생활방식과 의학에 관한 관점, 한옥을 개조한 병원 건물로 유명해져 여러 매체에 자주 소개되었습니다. 유방 염증에 관한 치료법이 미미하던 시기,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염증의 원인이 환경호르몬 등에 있다고 생각하고 비건 채식과 친환경 웰빙(?) 등을 치료법으로 표방, 명성을 얻었습니다. 필력도 좋아 저서도 여러 권이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훌륭한 분이십니다.
이제 그 훌륭한 병원을 왜 그만 다니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통증이 있고 멍울이 잡혀 혹시 유방암이 아닌가 두려움에 떨다가 검색을 통해 이 병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스러운 검진을 마치고(이 부위는 마취가 잘 안 된다고 합니다..) 다행히 암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만, 잘 치료가 되지 않는 염증으로, 결핵처럼 오래 바라보고 인내심 있게 치료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염증 치료. 치료 과정은 간단하지만 한편 힘듭니다. 의사도 환자도 둘 다 힘들어요. 먼저 리도카인으로 마취를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마취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구로 속을 긁어 상한 부위를 제거하는데 그 고통이란 것이.. 제가 아픈 걸 잘 참지는 못합니다. 엄살이 심해 주사 맞아야 할 때도 간호사께 안 아프게 해주쎄용 완전 비굴모드로 굽신거리죠. 그런데 이 아픔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봤지요.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몸이 저절로 뒤틀리고 입술을 깨물어도 비명을 지르게 되더군요. 그때 의사가 소리 질렀습니다. 제가 움직여서 제대로 치료 못하겠다며 기구를 던지다시피 하고 나가버렸어요. 그리고 환부엔 빨대 비슷한 것이 꽂혔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다음 치료도 그 다음 치료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인간이 아니라 그냥 실험대의 동물 취급을 받는구나 서러운 생각이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참겠습니다를 한 열 번 정도 말한 것 같아요. 반성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환자의 장기적 건강을 위해 약을 쓰지 않으니 나같은 엄살 환자를 많이 봐서 신경이 날카로우신가보다. 그런데 네 번째 치료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냥 염증 치료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몸보다 정신이 너무나 황폐해졌어요.
그리고 ㅂ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가서 ‘무조건 여자 의사샘으로 진료 받게 해주세요!’ 외쳤어요. 다음은 ㅂ병원 진료입니다.
1. 가슴을 드러냈으나 염증이 없는 쪽은 수건으로 덮어줬습니다.( vs 내가 치료 내내 상의를 끌어올려 잡고 있었음. 수건은 개뿔)
2. 초음파 젤이 체온에 맞게 데워져(?) 있었습니다.( vs 아 차가워)
3. 리도카인 주사 후 1분 정도 문지르며 뭔가 안심할 수 있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마취가 안 되는 건 사실이고 문지르나 안 문지르나 약효는 똑같다고 합니다. 제가 ‘또 소리 지르면 어떡하지요? ㅠㅠ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라고 하니 ‘아직 아무 소리도 안 지르셨어요^^’ 하는 대답이 은근히 힘이 되었습니다. ( vs 마음의 준비 같은 거 1초도 안 줌)
4. 현재 어떤 처치를 하고 있고 어떤 상태다 모니터를 환자 시야에도 하나 더 둬서 설명을 하며 치료합니다. ( vs 에헤이 움직이면 치료 안 된다니까! 버럭)
5. 아플 때 잡으라고 인형 같은 게 있습니다. ( vs 생략)
마취? 잘 안 됐습니다. 디지게 아팠어요. 그런데 몸도 안 뒤틀고 소리도 안 질렀습니다. 참을 수 있었어요. (의사 추임새 : 아이구 아프시겠다~ 아이구 잘 참는다~). 주사 맞았습니다. 항생제 복용했습니다. 몇 년 걸린다던 치료는 약 한 달 반 정도만에 끝났어요.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요 언제든 다시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까요.
투덜거리다가 글이 끝나게 생겼네요 -_-;;; 아무튼 ㅂ병원 의사도 내리 강조한 것은 채식입니다. 기름도 커피도 안 된다고 했어요(식물성 기름 포함). 채식인인데다 술 담배는 원래 하지 않으니 상관은 없었으나, 참기름 올리브유 등도 안 된다고 해서 좀 당황했습니다. 현재 기름없이 야채를 갈아서 스프처럼 조리해 만든 카레와 두부•야채만 넣어 직접 빚은 만두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먹고 있습니다. 초콜렛과 사탕은 조금씩 먹고 있어요. 가끔 리미터 해제의 날을 가져 꼬북칩이나 라면을 손을 덜덜 떨면서 먹습니다, 맛있어라 ㅠㅠㅠ
이상 한 엄살쟁이의 수난기였습니다. 임재양 선생님은 제가 후에 치료받은 ㅂ병원 의사샘도 존경하는 훌륭한 의사임은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상성 문제겠지요. 한편 면역에 관한 독서를 할 계획입니다. 뭘 읽으면 좋을까요? (<면역에 관하여> 제외)
* 쓰고 나니 뭔가 모르게 속이 시원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