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맛 1~3 세트 - 전3권 (완결 박스 세트)
하일권 글.그림 / artePOP(아르테팝)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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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화자가 서술자일 때, 그는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작가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지요. 그 작가와 독자는 같은 세상-설령 시공이 다르다 하더라도-에 살고 있으니까요. 회고담으로 되어 있는 이야기도 읽는 사람이 미지의 독자인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병의 맛>처럼 서술하는 ‘나’와 경험하는 ‘나’가 거의 비슷할 때, ‘나’의 이야기 상대는 누구일는지. 그는 허구의 세상에서, 작품이란 틀을 경계로 독자와 다른 세상-시공이 같다 하더라도-에 살고 있으니 그는 ‘독자’를 알 수가 없지요.

<병의 맛>은 제목 때문에 딱히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일권의 작품은 <삼봉이발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요. 그러다가 딸의 권유로 읽었는데(절대 알라딘 사은품 쓰레기통 받으려고 액수 채운 거 아니.. 읍읍)

많이 놀랍고

많이 슬펐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형식 면에서도 훌륭합니다. 흑백을 이렇게 화려하게, 또한 내용과 유기적으로 쓰기도 어려울 거 같아요. 페이지를 넘기며 흑백과 그 중간의 회색을 따라가는 것은 또 하나의 서사이기도 합니다.

서술자 ‘나’인 변이준은, 이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어쩐지 이 아이는 저에게 이야기했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경험의 연결고리는 허구와 실제라는 서로 다른 세상의 경계에 미세한 금을 내어 차차 서로를 스며들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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