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9-17
테레사의 입장에서 이 사랑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그녀는 벗어나고 싶었다,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서
일종의 신분 상승 같은 것.
그렇기에 신분 상승의 열망을 나타냈던 책, 베토벤, 술집 등 우연의 일치들은 테레사가 토마시를 천생연분으로 생각하도록,
토마시를 향해 손을 놓지 못하도록, 꽉 쥐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악몽을 꾸고 토마시를 떠나려고 한다. 신분상승의 열망과 반대되는 추락에 대한 욕망인 현기증.
그 둘이 계속해서 부딪히게된다.
그런데 테레사는 이러한 신분 상승에 갇혀서
악몽을 꾸는 자신을 탓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할 수 없고, 떠나는 것이
바람을 피는 너 때문이 아니라,
악몽을 꾸는 나, 이런 것들을 회피하는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바보같았다.
그러나 사랑의 빠진, 그것도 결핍이 있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그런 것들을 인지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리 없다.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 P87
그녀는 모든 육체가 평등했던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와 함께 살러 온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와 함께 산 것이다. 그런데 이제 토마시 역시 그녀와 다른 여자들 사이에 평등의 선을 그었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모든 여자에게 키스했고 같은 식으로 애무했으며 테레자의 육체와 어떤 구별도, 정말 추호의 구별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녀가 벗어났다고 믿었던 세계로 그녀를 되돌려 보낸 셈이다. 그는 다른 벌거벗은 여자들과 함께 행진하라고 그녀를 내몰았던 것이다.
해가 쨍쨍 내리비췄고 이성과 의지가 배의 키를 되찾은 날이었다. 적포도주 한 방울이 유리 술잔 겉에서 천천히 흘러내렸고, 테레자는 "토마시, 나도 어쩔 수 없어. 나도 다 이해해.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도 알고 당신의바람기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 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랑 어린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곧 다가올 밤이 무섭고 그러한 꿈들이 두려웠다. 그녀의 삶은 둘로 갈려 있었다. 밤과 낮이 서로 그녀를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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