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람이 있는 풍경
나 안진진의 이야기와, 안진진이 바라보는, 어머니, 그리고 동생 안진모에 대해서 나온다.
안진진은 두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 줄타기 중이고,
아마도 이모와 엄마를 떠올리면서 줄타기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4. 슬픈 일몰의 아버지
진진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이야기
폭력적이고 술 주정뱅이에 가까웠던 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양말을 팔아다가 돈을 벌어 숨겨놓은 돈을 찾아 어린 진진에게 나누어주면서,
나중에 짝을 맞춰보자고 말한 아버지.
지금은 진진과 아버지의 손바닥 짝이 맞지 않지만,
어른이 되면 맞을 것이라고.
그렇게 잦은 가출이 반복되다,
결국엔 들어오지 않은 지 꽤 됐다.
진진 가족은 아버지가 살았는지 알 수도 알려하지도 않으나,
진진은 분명히 아버지가 올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손바닥이 이제는 맞을 것이니.
5. 희미한 사랑의 그림자
안진진의 마음은 희미한 것들을 사랑하는, 김장우에게 향해간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나영규와 함께했던 드라이브 코스를 김장우의 고물 지프차를 타고 가본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았던 내부, 고장났고 고칠 생각조차 없는 에어컨, 덜컹거림에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조차 없는 뜻 밖의 상황.
나는 마음속으로 끝없이 좌절했다. 마음이 가는 사람과, 가난의 공존이라. 그래서 김장우는 강한 화살표를 자신에게 보내오는 나영규와는 달리 늘 약한 화살표만을 희미하게 보내오고 마는 것이다. 그런 그는 항상 형이 자신 때문에 대학도 가지 못했다며 가난한 어린 시절, 가정형편에 대해 모두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진은 그런 그에게 입을 맞춘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것을 사랑한다. 비슷한 연약함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안진진은 희미하고 약한 것을 사랑하는 김장우에게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6. 오래 전, 그 십분의 의미
쌍둥이의 운명은 10분으로 갈렸다.
소개가 들어왔을때, 사람이 괜찮아 보인다고 말한 이모, 그렇지만 언니가 십 분 먼저 태어났으니 언니가 소개받으라고 한 것.
그 십 분 먼저의 운명은 아직까지 엄마가 이모에게 저항하게끔 한다. 불행만을 양보하고 알짜 가득한 행복을 이모가 가져간 것이라고.
이모의 자식들은 미국 유학 후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모는 그저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오기를 바라고,
이모부는 아이들이 모든 공부를 다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행이나 연착없이 정시에 도착하고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같은 사람이니깐.
그런 이모의 자식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와서 엄마와 이모, 그들의 자식들이 식사자리에 가게 된다.
엄마의 날이 서린 말들을 내뱉는다.
모든 반복적인 일에 인정하고, 그 십분의 운명에 무뎌지고 대충은 극복했음에도
자식에 대한 운명만큼은 여전히 취약한 엄마였다.
주리는 콩쿨 대회에서 최우수 상을 탈 때,
진진은 첫 가출을 시도했다.
그 때 엄마는 “내 자식만 불쌍해!, 내 자식만 불쌍해!“
하고 말한다. 마음이 무너진다.
어릴 적 아버지가 술주정을 부릴때면 이모가 긴급 출동해 진진과 진모를 구하고, 어머니가 다음날 아이들을 데려갈 때 이모부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한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임에 틀림없으니까.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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