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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 처음 읽는 허버트 스펜서의 '교육론'
허버트 스펜서 지음, 유지훈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6월
평점 :
허버트 스펜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의 이름이 눈길을 끈 이유는 다윈보다 앞서서 ‘적자생존론’을 펼친 인물로 다윈이 자신보다 몇 배나 뛰어난 위대한 학자라고 말했다는 소개 문구 때문이었다. 궁금함에 인터넷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다.
그는 영국의 철학자로 장장 36년에 걸쳐 쓴 《종합철학체계》로 유명한 인물이다. 성운(星雲)의 생성에서부터 인간사회의 도덕원리 전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둔 그는 모든 것을 진화의 원리에 따라 설명하였다.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알지 못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업적만으로도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그가 교육에 관해 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내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진화의 입장, 적자생존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교육을 말한다면 자칫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인이 가졌던 민족 우월주의 사상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150여 년 전에 제시한 교육 이론이 과연 오늘날의 교육에 적용할만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Chapter 1. 가장 중요한 지식은 무엇인가’에서 실제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주 활동의 비중에 따라 지식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2-4장에서 지, 덕, 체와 관련해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먼저 가슴에 다가온 이야기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입식 교육의 병폐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이 문구는 모든 교육자들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정의, 원칙, 원리가 밝혀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교육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p.48)
저자의 말처럼 정의, 원칙, 원리를 교육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아무런 고민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교육 현실이 되었다.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한 것이 아니기에 어느 순간 이 모든 정의, 원칙, 원리는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런 아이들이 어떤 사회생활을 하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 덕, 체와 관련된 저자의 사상도 오늘날의 우리가 심사숙고해야 할 내용들이다. 과학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듯한 저자의 생각이 너무 한쪽으로 쏠렸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지만 지, 덕, 체로 요약한 저자의 교육 철학은 모든 교육의 토대를 이루는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교육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각각의 아이마다 필요한 교육이 다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육에서 정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에 담긴 의미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허버트 스펜서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모든 이에게 유익한 열쇠임에는 분명하다. 어떤 문을 열게 될지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