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
소재원 지음 / 새잎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이야기를 시작하며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잊지 않겠노라고!

절대 책에 담겨져 있는 기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노라고!

창작이 아닌 기록과도 같은 이놈의 빌어먹을 책을 가슴 깊이 새기겠노라고!

 

그런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런 빌어먹을 내용들은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수많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런 이야기를 기억해야만 하는 나라라면

이런 아픔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되풀이하고, 또 다시 되풀이해야만 한다면

 

그런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그런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그런 나라의 정치가들을 믿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럴 가치도 없다.

 

그런 나라는 결코 이 세상에서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없을 테니까.

빌어먹을 이런 사건이 아니라

그런 나라 자체를 잊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정말 잊을 수 있을까?

40개월 된 딸아이를 둔 아빠인 내가 민지 아빠의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누군가가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 그 마음을.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빌어먹을 사건조차도 자신을 내세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그 족속들을.

여든 야든 별반 차이 없는 그들의 끝없는 이기심을.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은 채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이 시대의 수많은 들을

 

그래도

마지막 순간 다시 일어선 민지 아빠를

그와 함께 하는 한길주 의원의 모습을

결코 잊지 않으련다.

 

민지랑 민지 엄마가 잊히지 않기를 바란 그의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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