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에서 온 소녀 - 잃어버린 왕국
이미희 지음 / 하루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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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사는 나와 같은 젊은이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일제 치하 36년이라는 세월을 감안한다면 지금도 한시적이나마 나라를 빼앗겼던 망국의 한을 되새기며 아파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제 36년이 망국의 시절이라고는 하더라도 그 당시를 견뎌낸 분들이 살아 우리의 역사를 면면이 이어나갔기에 역사 속에서 사라진 적은 결코 없었다. 이와는 달리 역사에 그 흔적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나라의 백성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가야의 역사가 600여 년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국사 시간에 가야에 대해서 배우기는 했지만 비중이 거의 없는 나라였기에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이나 인물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0개의 소국으로 이루어졌던 가야에도 당연히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았음은 분명할 텐데 사라진 패자의 역사여서인가 가야에 대한 이야기는 별달리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2007년 경남 창녕군 송현동 고분에서 순장된 열여섯 살 소녀의 인골이 발견되었다. 소녀의 인골은 송현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작가는 이 이름에서 착안하여 가야라는 나라를 향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야인의 삶과 망국의 설움을 보여준다.

 

비사벌국의 태자는 신라에 병합되어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고국의 역사를 후세에 남기고자 자신의 정혼녀인 아라등과 함께 죽간에 가야의 역사를 새긴 후 이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긴다. 어느 날 소벌에 숨어살며 죽간을 지키던 송이와 그루의 부모는 쏟아지는 폭우 속에 죽간을 지키려다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송이에게 자신이 이모라면 찾아온 여인과 함께 소벌을 떠나는데..

 

소설은 신녀가 된 태자의 정혼녀 아라, 신라의 장수가 된 금관가야의 왕자 무력지(김유신 장군의 할아버지), 너무나 아픈 운명에 휘둘리는 송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가야인의 삶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특히 송이를 지키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무력지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마저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비록 소설이기는 했지만 우리 역사 속에 분명히 존재했던 가야라는 나라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그들의 삶과 한을 상상해보는 시간이었다. 태자, 신녀가 된 아라, 제사장의 삼각관계, 어린 아이인 송이의 눈으로 본 인간 군상의 모습, 무력지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궁금증 등 아기자기한 이야깃거리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죽간에 가야의 역사를 심어 후세에 알리고 싶었던 태자의 마음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상상이나마 가야인의 삶이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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