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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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속으로 모래나 이물질이 들어오면 가지 반응이 생긴다고 한다. 모래나 이물질을 무시하거나 이물질을 탄산칼슘 성분으로 감싼다. 이물질을 무시하는 경우에는 결국 조개도 죽게 되지만 이물질을 계속해서 감싸면 이물질이 마침내 진주로 변한다고 한다. 소설은 바로 그런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덕혜옹주의 저자 권비영이 새롭게 선보인 <진주를 품은 여자, 은주>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한 은주를 찾고자 은주의 어머니가 은주 친구 성희의 어머니인 지숙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작품 초반부에는 은주의 이야기보다는 은주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소설은 가지 주제를 병행해서 보여준다. 가지는 은주가 가정에서 겪는 폭력과 상처들을, 다른 가지는 다문화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그려낸다.

 

먼저 은주의 이야기부터 살펴보면 술만 먹으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와 남편의 끝없는 폭력을 견뎌내면서 남편처럼 은주를 달달 볶아대는 어머니, 아버지와의 폭력에 맞서다 결국은 가출해버린 오빠 용주.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폭력의 근원에는 각자가 가진 아픔과 이유가 있다. 특히 마지막 순간에 밝혀지는 어머니의 비밀은 나름 이유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감싸는 방법이 가족을 향한 폭력이나 학대라면 어떠한 이유라도 모든 것이 그저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삶을 살던 은주는 융이 말한 페르소나, 가면을 쓰고 착한 노릇을 하지만 마침내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가출을 것이다. 이런 은주의 상처와 고통은 어떻게 치유될 있을까?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삶이란, 존재의 확인을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 행동하고 거미줄 치듯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p.134)

 

타인이라 생각했던 이들조차 깊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 그들의 인생이 인생과 다르지 않다. 타인의 인생이 인생일 있는 것이다(p.371)

 

그렇다. 은주의 상처는 동생 지영과의 일로 다른 상처를 가진 지숙과 연인인 에밀과의 관계를 통해 서서히 회복된다. 은주처럼 우리의 상처는 우리 옆에 있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치유된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그렇게 다르지 않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상처를 무시하지 않고 직시하는 은주의 모습은 상처를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다를 없어 보인다. 이런 치유의 과정이 소설 전반에 펼쳐져 있다 보니 묵직한 소설의 주제가 작품의 분위기를 어둡고 침울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반대로 너무나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다른 줄거리인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도 역시 줄거리에서는 은주의 이야기와 다를 없다. 서로 달라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그들과 우리의 삶은 서로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이를 서로 다른 은주와 친구들의 관계에서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바라보는 시각도 행동도 많이 달랐다..... 그렇지만 넷은 어울렸다.(p.53)

 

문화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지만 그런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아픔보다는 기쁨이, 편견보다는 사랑이 넘치는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아픔을 지니고 사는 이들이 많다. 또한 시대가 변해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픔과 다양함을 넘치는 지금 우리에게는 다른 이들을 밀어내는 힘이 아니라 그들을 서서히 끌어당기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곱씹어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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