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팡세 - 기독교를 위한 변증 Echo Book 3
블레즈 파스칼 지음, 조병준 옮김 / 샘솟는기쁨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이 유명한 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의 연약함을 갈대로 표현했다면 생각한다는 표현으로 인간의 위대함을 이야기한 파스칼. 그의 유작인 팡세는 기독교 변증을 위해 쓴 924편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924편의 글 중에서 기독교 변증에 초점을 맞춘 342(옮긴이는 364편이라고 썼으나 오타인 듯^^)12개의 주제로 분류한 작품이다.

 

사실 기독교 변증이라고 하면 상당히 어렵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인간을 향한 사랑을 증명해야 하다 보니 너무 광범위하기도 하고 용어 자체도 상당히 난해하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도 쉬운 책은 아니었다. 342편의 글 하나하나를 눈으로 읽고 그냥 이해하기에는 함축적 의미, 중의적 해석이 담긴 문장들이라 가볍게 읽고 책장을 넘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각각의 주제마다 주제와 관련된 QT라는 글을 담아 일반 독자들이 파스칼의 생각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였으며, 중간 중간 삽화로 글의 내용을 표현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무엇보다도 12개의 주제를 명쾌하게 설명한 짧은 문장들이 눈에 띈다.

 

파스칼은 하나님 없는 인간의 비참함을 이야기한다. 뒤집어보자면 인간은 하나님 안에서만 행복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니 과연 사람들이 철저하게 자신의 비참함을 느낀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가 하고 반문하게 되었다. 파스칼이 비참함이라고 표현한 내용은 결국 인간의 죄인됨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세상의 자랑에 빠져 천성적으로 사악한 존재. 자신의 노력으로는 결코 구원에 이룰 수 없는 존재. 미래나 구원을 바랄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가? 그렇기에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는 또한 얼마나 크나큰 축복인가?

 

신앙은 개인적이라 다른 이들의 믿음이 어떤가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였지만 어느 순간 신앙은 또한 함께 하는 것임을 깨달은 후부터 다른 이들의 믿음과 생각을 들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수백 년 전 천재라고 불릴만한 팡세의 신앙적 고백과 변증은 계속해서 곱씹어 보아야 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내게 신앙과 관련해 또 다른 사고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고마운 책이었다.

 

파스칼의 팡세는 기독교인에게만 유용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분명 인간의 본성에 대한 파스칼의 깨달음을 담은 책이기에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의 본성에 대해, 우리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을 통해 기독교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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