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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ㅣ 세계문학의 숲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용민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거칠 것 없는 젊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무모할 정도로 패기와 열정이 넘쳐흐른다고 해야 하나?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젊은 베르터 고뇌>를 수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읽고 내가 느낀 첫 감정은 부러움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말했듯이, 나이가 드니 열정이나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게 더 이상은 젊었을 때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그것이 시대를 향한 분노의 일성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의 마음이든 간에 말이다. 무언가 재고 또 재면서 쉽게 흥분하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현재의 내 모습과는 달리 로테를 향해 끝없이 불타오르는 사랑의 마음이나 사회를 향한 분노의 외침을 거리낌 외치는 베르터는 어찌 보면 경솔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내게는 더욱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 책은 베르터가 친구인 빌헤름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로 로테를 만나 사랑에 빠진 과정을 그려나간다. 하지만 베르터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로테는 베르터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다른 사람(알베르트)의 약혼녀였으며, 나중에는 그 남자의 부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것일까, 베르터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처음 읽었을 때는 베르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깟 사랑이 뭐기에 목숨까지 끊을까? 특히 자살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에는 거부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베르터에게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그의 선택이 옳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나에게도 그 마음만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잠깐 그의 말을 살펴보자.
“인간의 본성이 뒤죽박죽이 되고 모순적인 힘들의 미로에서 그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할 때 그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거지요”(p.78)
“우리가 지닌 약간의 분별력이란 열정이 몰아치고 인간성의 한계가 닥쳐오면 거의 또는 소용이 없습니다.”(p.79)
베르터에게 자살은 열정에 휩싸인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을 뿐이다. 또한 한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로테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뿐이다. 어쩌면 자살만이 베르터가 수없이 키스했던 로테의 실루엣이 아닌 로테와 함께 할 유일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베르터는 열정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능력과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위치(신분)에 있는 자신을 보며 베르터는 이런 사회의 부조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래 지위라는 것이 전혀 중요치 않으며, [중략] 대체 제일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 내 생각에는 다른 이들을 잘 파악해서 그들의 힘과 열정을 자신의 계획 실행을 위해 발휘하도록 만드는 능력과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네(p. 104)
C백작과 상류계층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신분 관계를 비난한 장면 등 이 책에는 사회의 부조리, 자살과 같은 종교적 이야기, 신분관계 등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어서 이를 찾아 고민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대신 <젊은 베르터의 고뇌>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괴테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애쓴 번역자의 고민이 책 곳곳에 묻어있어서 더욱 읽기에 좋은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는 많은 이들이 베르터의 고뇌에 함께 빠져들되 그와는 다른 출구를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