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 - 동학초기비사 소설 최시형
조중의 지음 / 영림카디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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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하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인내천이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사상은 사농공상의 신분제도를 가진 조선의 사상을 생각했을 상당히 진취적인, 아니 너무나 혁명적인 사상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상을 지닌 2 교주 최시형의 이야기에서 나는 인내천이라는 사상을 올바르게 들여다볼 있을까?

 

[망국] 15 기자로 활동하던 저자가 어쩌면 역사에 파묻혀 버린 인물, 사상인 동학의 최시형을 새롭게 조명한 역사소설이다. 조선 후기 역사에서 서학(기독교) 동학이 자주 등장하지만 동학에 대해 그리 많은 관심을 갖지 못했던 나에게 책은 새롭고 신선한 소재를 풀어낸 작품으로 다가왔다. 작품의 토대는 영해성 공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1 교주이자 스승인 최제우가 처형당한 영양 일원산에서 때를 기다리던 해월 최시형에게 스승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영해성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해접주 박사헌과 이길주의 전령이 도착한다. 때가 아니라며 영해성 공격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미 이길주의 선동에 넘어간 도인들의 모습을 해월은 결국 영해성 공격을 허락한다. 한편 교세를 넓혀나가는 동학의 교주 해월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은 예문관 응교 조민구는 박사헌의 신임을 얻으면서 해월에게 서서히 접근해간다. 하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던 이들은 영해성 공격에는 성공하지만 곧바로 영해성을 버리고 도망가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책을 읽는 동안 눈에 계속해서 아른거린 구절이 있었다. 해월의 스승인 최제우가 남긴 <탄도유심급>이라는 시가 바로 그것이다.

 

겨우 가닥 길을 찾아 걷고 걸어서 험한 물을 건넜네. 밖에 다시 산이 나타나고 밖에 물을 만났네. 다행이 밖의 물은 건고, 간신히 밖의 산을 넘어서, 비로소 넓은 들에 이르자 비로소 길이 있음을 깨달았네.(p.126)

 

인간 역사의 때를 경계하라는 최제우의 말이다. 말을 거꾸로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등과 자유의 역사는 선조들이 수많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아니 아직도 우리는 그러한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세상을 보면 여전히 극단에 치우진 빈부격차가 있으며,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무리들이 상대방의 생각과 자유를 억누르려 하고,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바쁜 무리들이 타인의 권리와 이익을 빼앗으려 한다. 이런 현실이지만 우리는 산을 넘어 넓은 들에 펼쳐진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영해성 공격에 실패해 도주할 수밖에 없었던 최시형이 실패를 토대로 후천개벽의 시대를 향해 걸음 전진할 있었고, 그리하여 전봉준과 함께 동학농민운동의 깃발을 올려 역사에 획을 그었던 것처럼 말이다. 해월은 때를 보며 산을 넘어갈 알았던 인물이었다.

 

소설에서 느꼈던 가지 아쉬운 점은 최시형을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밀명을 받고 동학 무리에 잠입했던 조민구가 해월의 사상에 동화되는 과정이 너무 간략하게 묘사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동학의 인내천 사상과 최시형의 양천주, 상천주 사상이 개략적으로는 설명되어 있었지만 유학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선비가 변화되는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부분을 조금 자세히 묘사했다면 해월의 사상을 보다 깊이 있게 설명할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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