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 97퍼센트가 행복하다고 느끼다
사이토 도시야 외 지음, 홍성민 옮김, 양승규 사진 / 공명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도서관에 가곤 한다. 서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들을 돌아보며 걷다보면, 시선이 머무르는 곳이 있고, 그곳에서 내 삶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막바지 폭염에 혼미해진 정신을 붙잡기 위해 도망치듯 찾아간 도서관의 서가에서 발견한 키워드는 행복이었다.

 

<행복의 나라 부탄의 지혜>는 일본의 한 출판사의 기획 하에 2명의 작가들이 부탄을 취재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을 구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후쿠시마의 비극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 중 한명이 후쿠시마 출생이다.) 방사능으로 고향을 잃은 이방인의 눈에 비친 부탄의 풍경. 그 배경을 알고 나니, 간결하고도 명료한 언어로 작성된 이 민족지(ethnography)에서 간절한 그리움 같은 것이 읽혀진다.

 

"개인적인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이란 철저히 사람 간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23

 

알려진 바와 같이 부탄은 인도와 중국 사이 히말라야 산악에 위치한 작은 왕국이다. 국민의 97%가 행복한 나라 부탄, 그것은 왕과 소수의 핵심 싱크 탱크이 주도한 국민행복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나라의 발전과 성장은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신념하에 <국민행복지수위원회>를 만들고, ‘국민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가의 기본 개념으로 설정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국민 가이드라인 4가지. 1)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발전, 2)히말라야 자연 환경 보호, 3)유형, 무형 문화재의 보호와 추진, 4)좋은 통치. 이 요소들 중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좋은 통치. 부탄의 좋은 통치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상식을 깬다. 부탄의 정치인들은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고, 오랜 기간 다른 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얻어진 결론, “지금의 삶은 잠깐이며, 누구도 죽을 때는 아무 것도 갖고 갈 수 없다”, “인간관계가 돈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불교적 가치관과 글로벌 경제는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은 좋은 자연을 모릅니다. 예를 들면, 그들은 완벽한 어둠을 몰라요. 인간이 잠을 잘 때는 완벽한 어둠이 필요합니다. 경작되지 않은 땅, 맑은 공기도 정신적인 발달을 위해 필요하죠.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기 위해서는 때로 정적도 필요한데, 대도시의 사람들은 그 완벽한 정적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근대화로 인해 깨끗한 환경-맑은 물과 빛, 완벽한 어둠, 완전한 정적 같은 것들-을 경험할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근대화는 이런 인간의 신성한 감각을 파괴합니다.” <부탄연구센터 카르마 우라 소장의 인터뷰, 94-95>

 

미국 여행 중 캘리포니아에서 목격한 거대한 경작지, 그 과도함에서 알 수 없는 결핍감을 느낀 적이 있다. ‘경작되지 않은 땅’, ‘완벽한 어둠’, ‘완전한 정적이라는 표현에서 그 결핍감의 정체를 깨닫게 됐다. 그것은 아마도 저 분이 언급한 신성한 감각의 상실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신성한 감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책에 실린 사진,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탄 사람들의 미소띤 얼굴에서 그것을 짐작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좋은 통치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왕정이건, 민주주의건, 그 어떤 정치 체계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리더십이다. 부탄에서 근대화의 목적은 부의 축적이 아니라 빈곤 완화, 빈부 격차 해소다. 그 목적을 위해 부탄의 정치인들은 미국 같은 초강대국과는 관계를 맺지 않기로 결정했고, 교육 및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했다. 국민들이 부자를 꿈꾸지 않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신념, 그 가치관이 지금의 부탄을 가능케 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의 목록에 부탄을 추가했다. 부탄의 한 정치인이 언급한 인간의 신성한 감각”, 그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