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제29대 고대원총 이음지기 지음, 김채영 그림 / 북에디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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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캐나다로 유학 간 지인이 들려준 에피소드. 지인은 석사 학위 과정 중에 조교를 했는데, 학기 중에 조교 노동조합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 및 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조교 노조의 요구인 즉, 교직원과 동등한 노동조건을 보장해 달라는 것. 지인이 보기에 그곳 조교들은 매우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서 대학 측에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요구가 결국 받아들여졌다는 것. 지인은 교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학업을 마쳤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방시>가 지방대학의 인문계 연구자-시간 강사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에는 주로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경험담이 담겨 있다. 한국 사회는 사방이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 같다. 책에 실린 에피소드를 다섯 개쯤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책을 잠시 덮고 심호흡을 했다. 무슨 하드 고어 호러 물을 읽는 것처럼 버거웠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의 감상인 즉, 이 책의 내용보다 현실이 더 하드 고어라는 것.

 

고통스러운 경험을 나눠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 여러 대학에서 경험담을 수집하고 웹툰으로 만들어 묶어준 <29대 고대대학원총학생회 이음지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가 모이면, 대학원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좀 더 거시적인 그림이 보이고, 구조적 차원의 대책이 모색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최악으로 치닿는 만큼, 이와 같은 연대와 나눔을 더욱 소중히 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고 나서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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