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바이블 -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 좋은집 시리즈
조남호 외 지음 / 마티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MBC 스페셜 공간혁명 작은 집을 보고 나서, 지난 이틀 간 독파한 세권의 책. 지금 살고 있는 전세 아파트 공간이 지겨워진 지 오래된 데다 땅의 기운을 접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그리워하던 차였다. 이 다큐를 보고 나니 답답한 아파트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인근의 반경 15키로 내에 매물로 나와 있는 땅들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나와 있는 토지는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네가 마음에 들면 택지가 마음에 안 들고, 다른 매물들은 바로 근처에 축사가 있어 주택을 짓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대안으로 가 본 타운하우스 안에 있는 단독 주택은 우리 예산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나마 싸게 나온 집이 있긴 했지만, 단독 주택에 살아본 적이 없기에 덜컥 구매할 수는 없었다.

 

...

우선 집짓기에 관한 책을 읽어나가면서 시간을 갖고 준비하기로 했다.

 

박종수. 󰡔전원주책 집짓기의 모든 것󰡕. 열린세상.

 

이 책은 집짓기에 관한 개론서라고 할 수 있겠는데, 집짓기 재료의 성격과 특성, 건축 재료에 따른 주택의 유형과 장단점, 건축주가 꼭 알아야 할 행정적, 법적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정보 위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인지라 조금 지루한 면이 있다.

 

김창균. 󰡔집짓기 전 꼭 알아야 할 모든 것󰡕 경향미디어.

 

건축을 전공한 저자가 오랜 집짓기 경험에 기초해 쓴 책. 이 책은 예산, 땅 구입, 계획, 집짓기, 입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칼라 사진과 함께 잘 정리해 놓았다. 이 책은 사전에 실제 지어진 가족 맞춤 주택에 직접 가보고 집 주인과 대화를 나눠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당장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부엌, 난로, 서재, 현관 등에 관한 다양한 사진들이 감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칼라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서재, 부엌, 난로, 공간 배치를 원하는지 등 욕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부록에 저자가 설계한 가족 맞춤집 성공 사례도 집짓기 과정에서 무엇이 성공요소인지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조남호 외. 󰡔집짓기 바이블󰡕. 마티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함께 모여 대담 형식으로 쓴 책. 앞의 두 책이 건축가 혹은 시공자 입장에서 쓴 책이라면, 이 책은 이 3자의 협업을 통해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 건축주의 실제 경험담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책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컬러 사진들을 통해 집짓기에 대한 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외 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집짓기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3자간 대화인데, 생생한 경험담이 의외로 매우 재미있고, 복잡하고 어려운 건축 관련 지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둘째, 실제 집을 짓은 건축주가 들려주는 경험담. 그 중 서울 평창동 주택 사례가 제일 좋았다. 그 글은 땅을 보러 다니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기존의 집을 허물고 기반을 다지고 설계한 집을 올리는 과정, 이사하는 과정까지 글쓴이의 체험 서사. 옛것이 새것으로 교체되는 삶의 흐름이 주는 애틋함과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세 권의 책을 읽고 나니, 예산부터 내가 살고 싶은 동네와 집을 결정하는 데까지만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을 읽는 도중 은퇴 후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인과 통화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이 분의 제안은 우선 살고 싶은 동네에 들어가서 전세나 월세로 최소 2년 정도 살아보라는 것이었다. 이 분의 경우 정착 후 3년째 되니까 그곳에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동네에서, 어떤 집을 짓고 살 것인가에 대해서 가족 간에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건 더 이상 나와 맞지 않는 공간에 살면서 행복을 유예하고 싶지 않다는 것. 출퇴근이 비교적 용이하고, 나만의 집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 너무 비싼 땅값은 이 두 가지 조건간의 결합을 딜레마로 만든다. 서울 근교에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원하는 게 분명하고 간절하면 소원은 이뤄지겠지. 어쨌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서 그 딜레마가 주는 스트레스를 유예해 보기로 했다. 먼저, 돈을 모아야 해, 돈을. 불끈, 결심하는 순간 그동안 누려왔던 소소한 사치들, 여행의 재미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살짝 좌절하게 된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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