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김형숙 지음 / 뜨인돌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되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19년간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한 바 있는 저자의 미덕은 ‘삶/죽음’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서 나온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살아 있는 것, 살게 하는 것’을 절대 선, 혹은 ‘인간다움’의 에센스로 삼았던 근대 윤리에 의문을 갖게 된다. 삶에 대한 결정권에서 배제된 채, 가족, 지인, 그리고 자신의 삶과 제대로 이별할 기회를 상실한 채, 중환자들이 외로이 죽음을 맞이하는 풍경. 삶의 결정권이 법, 제도, 의학에 양도된 채 죽어가는 신체에 가해지는 의학적 처치들. 저자는 그러한 폭력적 풍경 속에서 ‘살아있게 하는’ 역할을 배당받는 의료인으로서 딜레마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러한 딜레마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유의미하게 연결되어 있던 유년기 기억으로 인해 더욱 첨예해 진다.

 

책의 서두를 경남 거창의 시골 마을에서 소를 몰면서 보낸 유년기로 시작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저자에게 있어서 사유하는 힘은 상당 부분 할머니로부터 사랑받으며 자랐던 기억, 자연과 공동체 속에서 죽은 자와 이별했던 유년기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병원에서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최첨단 기계들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될 우리의 미래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질문하게 한다. 어린 시절 “애도하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던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현대 의학으로 인해 증폭된 생명 연장의 욕망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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