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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ㅣ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평점 :
“재판에는 두 가지 차원이 얽혀있다.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가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충분한가’의 문제가 첫 번째다. 그것은 도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유죄 여부를 판단하면서 목사처럼 접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음 피의자가 범인이라는 게 확정되었다면, ‘형량을 얼마로 보아야 하는가’가 두 번째 문제이다. 범인의 범죄가 얼마나 위중한 것인지, 그에 알맞은 형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는 일에는 언제나 도덕이 끼어들게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했으며, 어떤 문제를 갖고 있었는지 살펴야 하는 것이다.”
강력 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재미 중 하나는 인생의 복잡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드라마에서는 흔히 살인 사건의 디테일을 상세히 때론 심하다 싶게 스펙터클하게 묘사된다. 독일의 변호사가 쓴 이 논픽션에서도 마찬가지. 사건의 잔인성은 그것을 저지른 사람의 삶이 보여주는 진정성과 대조되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복잡하고 처연한 느낌을 갖게 한다.
얼마 전 살인 사건을 변호한 경험을 쓴 블로거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건 자체가 놀라운 소재인지라 읽을 때는 몰랐는데, 연달아 몇 편의 글을 다 읽고 나니 뭔가 불편한 여운이 남았다. 그것은 의뢰인의 사생활을 비록 익명으로 처리했다 할지라도 거침없이 써서 불특정다수에게 공개한다는 것이 법조인의 직업적 도덕성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 사건과 저자의 상상력 사이의 공간을 저자가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점 때문이었다. 그 블로거는 아예 그 공간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전지적 시점에서 내러티브를 풀어갔다. 그 블로거의 글이 논픽션이기 때문에 그런 불편함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공간의 존재, 그리고 그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긴장을 어느 정도 의식하면서, 그것을 인간의 삶에 대한 도덕적 화두로 제시한다.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잔혹한 죄를 저지른 살인자, 그러나 그도 인간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온 자신만의 인생사가 있는 법. 리얼 스토리, 인생극장은 도덕적 판단에 있어서 정답의 전제를 흩으러 놓는다. 그래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