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8502  

주말에는 어떻게든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필요. 이 영화는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며 보기에 딱 좋았음. 일본 민담엔 상상의 동물들이 많은데, 개구리와 거북이를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의 ‘갓파’도 그 중 하나. 어떤 사람은 ‘박복하게’ 생겼다고 하던데, 하는 짓이 귀여워서 그런 느낌은 상쇄된다. 더구나 갓파 쿠의 역을 맡은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면, 무척 사랑스럽다. 심지어 영화 후반부에 어린 쿠가 아빠의 시신과 조우하고 우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울었음. T_T

에도 시대를 살았던 어린 갓파가 인간에 의해 아빠를 잃고 자연 재해로 인해 화석이 된다. 초등학생 고이치가 우연히 그 돌을 발견해 집으로 온다. 그것이 갓파 ‘쿠’와 고이치의 첫 만남.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자연과의 교감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듯. ‘자연’ 혹은 상상의 동물이나 혼을 소재로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바로 문명화된 인간과 자연 간의 간극, 불화, 그리고 교감을 잘 다루고 있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어떤 상실감 같은 게 남는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험 세계, 영화 속 갓파 쿠가 자연 속에서 누렸던 행복감, 충만함,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 이런 것들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생겨나는 것.

영화를 보고 나니, ‘개발 논리’의 막장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에 의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파괴되고 있는 이 현실이 새삼 부끄럽고 몸서리가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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