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Lives : The Interplay of 'Race', Class and Gender in Everyday Life (Paperback)
Bridget Byrne / Routledge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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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책으로 낸 듯. 이 책이 주목을 끈 이유는 아마도 독특한 분야를 연구 영역으로 삼은 기획력에 있지 않을까 싶다. 흔히 인종주의 및 인종에 대한 연구는 ‘흑인’을 대상으로, ‘흑인성(blackness)'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반면 이 책은 런던에 살면서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노동계급 및 중산층 백인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백인성(whiteness)’ 혹은 ‘백인으로서의 삶(white lives)’이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 방법론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인종’ 문제와 관련하여 연구 영역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을 연구 영역으로 삼는 것,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지금까지 mark되지 않았던 것을 mark하는 것’은 적어도 ‘인종’이 작동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계급, 달리 말해 사회적 신분이 취향과 언어 속에 체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인종이나 계급은 ‘교양 있는’ 영국인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는 주제인데, 그것은 정치적 올바름이 상식이 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다른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것 자체가 백인들이 스스로 (흑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백인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행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인종적 차이를 언급할 때, 백인 중산층 어머니가 보이는 태도, 즉 그것을 회피하거나 무시하고 싶어하는 태도에 주목하면서, 이를 백인으로서의 자아가 구축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는 정치적으로 인종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은 혹은 스스로 그렇다고 자부하는 영국 백인 여성들의 일상, 백인 중산층 여성이 살아가는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에서 ‘백인성’이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것. 저자는 이와 같이 인종과 계급, 젠더의 상호작용 속에서 백인 중산층 어머니들이 (주디스 버틀러의 표현을 차용해) ‘doing race’하는 방식을 추적한다.

저자의 연구 방법 및 이론적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1장에서 3장은 이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겠지만 좀 지루할 수 있겠다. 4장에서 7장까지는 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인터뷰 내용과 그에 대한 구체적 분석으로 이뤄져 있고, 8장 결론에서는 1장-7장의 이론과 인터뷰 분석을 통합하여 요약하고 있다. 원래 이런 책은 인터뷰 내용이 소개된 부분이 더 재미있게 읽히는 법이다. 번역본이 곧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직 소식이 없다. 영국, 특히 런던은 전 세계에서 인구구성비에서 인종적 다양성이 제일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한국도 점점 다인종화되어 가는 추세인 점을 고려해 보면,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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