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 - 수전 손택의 마지막 순간들
데이비드 리프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수전 손택의 아들인 데이비드 리프가 그의 어머니, 수잔 손택이 돌아간 지 3년 만에 쓴 책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전 손택은 40대부터 몇 번씩 죽음의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삶에 대한 ‘지독한’ 열정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왔다고 한다. 이 책은 30여년에 걸친 어머니의 투병 과정을 함께 해 온 아들이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쓴 책인 듯하다. 누구에게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상처가 된다. 슬픔, 분노, 죄의식 등 지은이가 겪은 감정들은 가족을 여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겐 일반적인 것들일 게다. 예고된 죽음은 투병 과정을 지켜보면서 받게 되는 상처가 큰 반면 사고 등으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과는 달리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별’이라는 건 삶을 마감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이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따라 매우 다른 형식을 띤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였다.

손택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자의식, 삶에 대한 놀라운 집착, 이런 어머니를 보면서 아들이 겪었을 감정의 소용돌이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죽음을 직면하지 않는 사람들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한 태도로 인해 가까운 사람들이 겪게 되는 상처 때문이다. 이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해소되지 않은 관계의 찌거기, 미안함과 원망이 교차되는 복잡한 감정적 잔여물...이런 것들이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죽음에 대한 태도를 두고 그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유보하게 된다. “아직도 할 말이 많고 이뤄야할 업적들이 많은데 이렇게 갈 수 없다”, 그토록 불행해하면서도 끝까지 삶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았던 손택. 그런 어머니를 둔 아들은 분명 힘겨웠을테지만, 어쩐지 그런 손택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 같은 것이 생긴다.

책을 덮고 나니,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드네. 어머니가 돌아간 지 3년 만에 이런 책을 써내는 걸 보면...손택은 자신의 죽음은 부정했으나, 그로인해 자신이 겪어야할 고통은 두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지독하게 겪어내었다. 데이비드 리프 역시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의 여정을 함께 하며 자신이 겪은 힘겨운 과정들을 이 책을 통해 재구성했다. 이는 작가들이 가진 미덕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런 저자의 ‘깡다구’는 손택을 닮은 듯하다. 나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정신차리는데 7년 이상 걸렸는데 말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