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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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도 ‘첫 인상’이 중요한 듯하다. 99년 즈음, [영원의 아이]를 읽고, 당시 활동하던 PC동호회 게시판에 서평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 [영원의 아이]는 절판됐다가, 최근 [애도하는 사람]의 인기를 타고 재출간됐다. [영원의 아이]를 읽을 때의 강렬한 인상이 기억난다. 아동학대라는 소재, 추리 소설의 형식, 3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엮어가는 형식 등이 독특하기도 했지만, 저자가 ‘아동학대’라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애도하는 사람]에 끌린 것은 책 앞에 실린 사진 때문이었다. [영원의 아이]에 실린 사진의 저자는 무언가 잔뜩 경직되어 있는데다, 어딘지 모를 곳을 깊이 주시하는 듯 무표정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도하는 사람]의 저자 사진은 한결 편안해진 인상이고, 살짝 관조적인 미소까지 띠고 있다. [영원의 아이]와 [애도하는 사람], 그 사이에 몇 권의 책을 냈겠지만,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을 보니, 내 머리 속에 그 과정이 일련의 연속선이 그려지면서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의 책들은 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내는 흔적이자 결과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몰입이 잘 되지 않았고,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제가 칠 년에 걸쳐 쓴 이 작품은 지금 이 세상에 꼭 있었으면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텐도 아라타는 책날개에 ‘애도하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사람이 있으면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애도하는 사람’에 대한 상상을 하고 있노라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내가 그 애도의 대상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가슴이 좀 갑갑해지는 것이었다. ‘애도하는 사람’, 주인공 사카쓰키 시즈토의 애도는 “당신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에 기대고 있다. 내가 죽은 후에 누군가가 주기적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어떨까? 그러면 떠날 때 덜 외로울 것 같다. 그렇게 누군가가 기억해 주기 때문에, 그 기억을 발판으로 삼아 떠나는 것이,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이별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생과의 이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은 “잊지 않겠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생에서 누군가가 ‘기억’으로 나를 붙잡고 있다면, 나 역시 그 기억을 통해 이생에 붙들려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영원’이라는 화두를 계속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영원의 아이’, ‘영원한 기억’...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책을 내고 나서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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