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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기관 - 신선하고 환상적인 중국의 옛 이야기
김용식 옮김 / 미래문화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암튼 내가 요즘 설화와 괴담류의 이야기에 빠졌다. 그것도 옛날 이야기만 골라서 읽고 있다. (이게 다 독서 취향이 워낙 다양한 누구 덕분이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우짜든동 꼭 벌을 받고, 선량한 품성을 끝까지 잃지 않은 사람은 우짜든동 꼭 보답을 받는 권선징악의 결말(그려, 권선징악이 최고여!), 이러 저러한 삶의 애환들이 이러 저러한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면서 기승전결로 진행되는 이야기들, 꽃의 정령이 사람으로 둔갑하여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에피소드, 시와 풍류를 즐기는 상류층 남성들의 사회를 묘사한 이야기들...어쨌거나 머리도 식힐겸 '옛날 옛적'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진다.
중국의 8대 기서 중 하나라는데, 우리 나라에는 처음 소개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어렸을 적에 읽었던 기억이 없다. 중국과 일본 영화를 보다 보면,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배우들의 표정에서 국가별로 어떤 특색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일본 배우의 얼굴에서는 섬세하고 뭔가 에너지가 응축된 느낌을, 중국 배우들에게서는 '여유'라고나 할까, 화통하다고 할까, 뭔가 통이 크고 에너지가 확 펼쳐진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혹자는 이를 '대국'의 표정이라고 하더라). 중국의 옛날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도 이와 유사하다. 이 책에는 대륙이라는 지리적 공간, 유교적 질서가 기반이 된 정치 체재, 충과 효의 덕목을 중시하는 도덕관, 이러한 삶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잘 그려져 있다.
이 중국의 옛 이야기를 읽고 나면 여백이 주는 여운이 남는다.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거기엔 어떤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을 뭐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 여백들에서 삶의 여유를 조금이나마 맛 보게 되는 것 같다.
암튼, 요즘 여백이 몹시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