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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1. 2008년 10월 7일자 경향신문의 “21세기 한․일의 ‘사대주의’”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개번 매코맥 교수는 강대국에 의지하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의존적 민족주의를 ‘사대 민족주의’라고 표현했다. 민족주의와 사대주의의 이율배반적 결합은 한국과 일본 민족주의의 특성인데, 이로 인해 한일 양국 정부는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에 철저히 무능하고 불안정한 대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석훈의 책, 『촌놈들의 제국주의』와 『괴물의 탄생』은 동아시아 개별 국가들이 놓여있었던 포스트-식민적 조건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괴물’이 탄생하게 된 상황을 명료하게 그리고 있다. 사대주의와 민족주의의 기묘한 결합, 이러한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져온 ‘괴물’이라는 메타포는 아마도 이 기묘한 결합을 잘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미덕은 강자에 대한 약자의 동일시 메카니즘에 의해 추동되어온 ‘대한민국건설’의 기획이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그리고 일상적 삶의 차원에서 서로 맞물리면서 신자유주의의 ‘초고속 질주 글로벌화’라는 드라마에 강력한 동의의 기반이 되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MB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제도적․정치적 차원과 일상적 차원에서 일제히 공공성이 무너지는 것을 무력하게 목도한지 한참 후에야, 이러한 공공성의 붕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구호,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집중’ 시나리오, 저자는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수사들이 일상화되고 규범화되면서 국가와 기업에 의해 주도된 한국의 괴물화가 가능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2. 농지와 토지 문제, 수도권 집중, 지역 토호, 수도권 집중 문제, 지방 자치 문제 등 해외 경제를 분석할 때 사용하지 않던 개념을 사용하여 한국 경제를 분석한 것은 유효했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의 화법에서 몇 가지 논쟁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업과 시장의 개념적 구분이다. 저자는 양자 간의 구분을 정확히 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기업과 시장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이는 저자가 한국적 상황에서 ‘기업’을 ‘국가’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대립항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인 듯한데, 그렇다면 좀 더 면밀히 그 개념을 정교하게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제국주의, 괴물 등의 상징적 메타포를 통해 대중들의 현실 이해력 혹은 현실 포착력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그러한 화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어야할 것 같다.
3. 그리고 제3부문에 대한 이야기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그것이 성찰적 공동체로 간주되는 '시민사회'라는 개념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또 다른 '괴물'이 '시민사회'가 아니던가? 저자는 '사회'가 살아있는 경제공동체를 '제3부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어떤 이상적 공동체가 아닌 한 구체적인 범례를 제시하면서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자유주의 바깥에서 사유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 어쩌면 잃어버린 상상적 세계에 대한 허구적 노스텔지어일 수도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