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진명 옮김 / 책세상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정신 세계는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무릇 파시즘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왠지 근본이 폭력적일 것 같고, 슈퍼울트라초특급 마초일 것 같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낭만적이라거나 감수성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을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는 나의 그런 생각은 일종의 미신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파시스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면 어째 깔끔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혼자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지도 모르겠다.

당대의 엘리트 관료 집안 출신의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45세의 나이로 자위대의 각성을 요구하며 할복 자살했다고 한다. 작가에 관해 이 놀라운 사실을 알고 이 소설을 읽었기 때문일까? 아름다운 섬마을을 배경으로 지극히 낭만적이고도 수려한 문체로 써 내려간 청춘 남녀의 러브스토리는 나로 하여금 이 잘생기고 매력적인 파시스트 작가에게 묘한 호감에 가까운 호기심을 갖게 했다.

물론 혹자는 이 소설의 질서와 균형미의 미학을 추구하는 작가의 계몽주의적 세계관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건, 히틀러 역시 미술과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아티스트 아니었던가?
강력한 천황제를 부르짖으며 할복으로 생을 마감한 미시마 유키오 역시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잘생기고 매끈한 그의 얼굴 역시 그것을 의심케 하지는 않는다.
오직 무언가 허공의 한점을 뚫어지게 의식하는 듯한 그의 집요하게 번득이는 눈빛 만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그의 범상치 않은 열정을 추측하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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