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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머시니스트> 



일 년째 잠에 들지 못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탓에 엄청난 마른 체격을 한 그의 이름은 '레즈닉', 아무리 약을 먹어도 잠에 들 수 없는 그의 운명은 안타깝기만 하다. 멍한 정신 상태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레즈닉은 그럼에도 매일 같이 공장에 일을 하러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반'이라는 남성이 레즈닉 앞에 등장한다. 공장 사람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아이반이라는 남성은 레즈닉에게 무언의 신호를 자꾸만 보낸다. 작업 중 갑자기 등장한 그의 모습에 시선이 빼앗긴 레즈닉은 사고를 내게 된다. 동료 '밀러'의 손이 잘려나가게 된 것. 그 일로 인해 레즈닉은 공장에서 쫓겨 나게 된다.


한편, 불면증에 괴로워하던 레즈닉이 매일 밤마다 가던 카페가 있었다. 그 곳에 있던 '마리'라는 직원을 보기 위해서 였다. 미혼모였던 마리는 아들 '니콜라스'를 데리고 레즈닉과 놀이공원에 가게 된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니콜라스. 깜짝 놀라 달려오는 마리의 모습은 레즈닉의 눈에  이상하게만 비춰진다. 


공장에서 쫓겨 난 레즈닉의 주변을 맴도는 아이반. 레즈닉은 그를 추적하다 실패하자 그의 자동차를 조회하게 된다. 이내 드러나는 현실. 아이반이 타던 자동차는 레즈반의 자동차였다. 아이반은 레즈닉에게 다가가 진실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과거의 자동차 사고가 레즈닉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마리의 아들이었던 니콜라스를 뺑소니 사고로 죽이고 도망쳤던 기억을.. 


영화는 레즈닉이 경찰서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감옥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그리고 레즈닉은 일 년동안의 불면증에서 벗어나 서서히 잠에 들기 시작한다.


영화의 분위기는 꽤 무겁다. 엄청나게 마른 레즈닉(크리스찬 베일)의 몸체와 일년 넘게 잠에 들지 못했다는 설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반이 레즈닉의 환상이었다는 설정은 꽤 식상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마지막 레즈닉이 감옥에서 잠을 드는 장면을 통해 영화는 죄책감, 양심의 가책이라는 주제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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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제69회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 감독 켄 로치는 영국 사람이며 노동계를 대변하는 작품을 주로 만든다고 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 '다니엘'(영화 포스터 인물)이 영국의 복지 제도가 형식적, 관료적인 나머지 위험한 심장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다니엘이 심장병이 심해져 일을 그만두고 관공서에서 질병 수당의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형식적인 물음만 반복하는 직원. 결국 다니엘은 질병 수당 대상에서 탈락된다.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인 다니엘은 항소를 하지만 시간이 걸리기에 어쩔 수 없이 실업수당을 받으려 구직 활동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모두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다니엘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저 방법만을 알려주고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직원들. 그 때문에 분노가 점점 더 쌓여가는 다니엘이다. 


다니엘은 관공서에서 우연히 어려움에 처한 케이티를 도와 주게 된다. 홀로 아이 두명을 기르다 영국으로 이사하게 된 케이티는 지독한 생활고를 겪는다. 힘든 사정에 있는 다니엘은 케이티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그녀를 힘껏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다니엘이 스스로 사람들을 속이고 이력서를 넣었다가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제재를 가하겠다는 직원의 말에 다니엘은 무언가 다짐을 하게 된다. 관공서의 벽면에 '나, 다니엘 블레이크. 굶어 죽기전에 항고 배정을 요구한다.'라고 적는 다니엘. 영화는 항고 심판일 당일, 항고에서 승리할 거라는 변호사의 조언을 들으며 화장실에 가던 다니엘이 쓰러져 사망하는 것을 끝나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내내 불편함을 그려내고 있다. 복지 수당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은 비인격적으로, 사물로 대하는 직원들의 모습. 관료제 안에서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 그들에겐 절차만이 있을 뿐이며 휴머니즘은 사라진지 오래다. 앞에선 설명을 안했지만 홀로 아이 두명을 키우는 여성 '케이티'는 가난을 이겨내지 못한 나머지 매춘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택한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영화는 그려내고 있다. 또한, 디지털로 모든 시스템이 이동하지만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는 제공하지 않는 허점 또한 존재한다.


영화에 대한 반론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관료제의 폐해는 그려내고 있지만 복지 국가를 '선'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재원은 어디서 오는가? 영화는 보수당을 엘리트주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은 어디서 오는가? 급진적 정책은 결국 혼란과 부패만을 가져오지 않는가?


현재 세계적으로 복지국가로 가는 패러다임은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생산수준이 계속 증가하면서 의식주, 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감당할 재원은 충분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관료제를 A.I 시스템으로 전환.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나오는 억울한 사례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맥없이 죽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주장은 동물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이런 기본권의 보장과 재원과 세금 부담 사이의 갈등은 사라지니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시사하는 점은 우리는 인간이며, 휴머니즘을 잊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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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래툰>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다루고 있는 영화 <플래툰>이다. 'PLATOON'은 '소대'를 뜻하는 단어다. 신병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게 된 '테일러' 그리고 지옥같은 전쟁 속에서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군인들. 영화는 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느 전쟁영화처럼 신참의 모습은 어리버리하기만 하다. 신참 테일러의 눈에는 전쟁은 새로운 세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정의를 파악할 수 없는 곳에서 그들은 싸우라는 지시를 받으며 오직 싸울 뿐이다. 쓰러져가는 소대원들. 그리고 똑같이 쓰러져가는 베트콩들. 그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서로 소총을 마주잡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다.


영화 <플랫툰>은 악의 이중성에 대해 묘사한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얼굴에 수많은 흉터를 가진 '반스'는 전투중 무고한 베트남 여성 한명을 사살한다. 그 모습을 목격한 '일라이어스'는 반스를 군사재판소에 회부하겠다고 말한다. 소대원들은 반스를 옹호하며 일라이어스는 너무 순진무구한 태도로 전쟁에 임하고 있다고 불만을 품는다.


테일러가 소속한 대대는 베트콩과의 전쟁에서 밀리게 된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상자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반스는 일라이어스를 사살하게 된다. 세 방의 총알을 쏴 죽이지만 일라이어스는 살아나 도망친다. 영화 <플래툰>의 포스터는 일라이어스가 죽으며 손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테일러는 일라이어스의 선한 모습에 동경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반스가 일라이어스를 죽였다는 것을 눈치 챈 나머지 그를 군사재판소에 넘겨야 한다고 소대원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반스의 귀에 들어가고 테일러의 얼굴에 상처만을 남긴 채 일라이어스의 죽음을 조용히 묻힌다.


영화는 엄청난 규모의 전투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수백명의 베트콩이 전진해오는 탓에 미군들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죽음이 언제와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들.. 그 속에서 반스는 결코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라고 말하는 반스. 그러나 몰려오는 베트콩 앞에서 미군들은 전멸 수준까지 가게 된다. 다행히, 공중 폭격을 통해 위기에서 모면하게 되는데 반스는 자신이 일라이언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눈치챘던 테일러는 죽이려는 도중 공중 폭격으로 둘 다 정신을 잃게 된다. 정신에서 깬 테일러는 반스를 죽이게 되고 영화는 전장 정리를 하는 미군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며 다양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가난한 자들만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 현실. 또 흑인들은 자신들이 백인들을 위해 전쟁의 소모품으로 사용되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무고한 베트남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려는 미군들. 내부의 세력 다툼으로 동지를 죽이는 반스.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해 무시당하는 중위 장교까지. 이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모두 죽음으로 생을 마무리한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반스가 '일라이언스는 워싱턴의 정치가들처럼 이 전쟁을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하던 부분이다. 베트남 전쟁은 왜 일어난걸까? 이념 대결이다. 공산주의 진영과 자유민주주의 진영간의 대결인데 오늘날에 공산주의 정권(마르크스-레닌주의)은 라오스, 베트남, 중국, 북한, 쿠바 뿐이다. 1989년 소련 몰락 이후 30년이 지났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젠 공산주의는 교과서에서나 배우던 산물에 불고할 뿐이다.


하지만 과거의 아픔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한국이야 말로 전형적인 이념 대결의 잔상이 남아있는 곳 아니겠는가. 베트남 전쟁에 파견되어 고엽제로 PTSD 환자들도 아직 많이 계시다. 


이념이 뭐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죽어야 하는걸까? 나도 워싱턴의 정치인들처럼 전쟁은 일어나선 안된다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전쟁의 참상은 수 많은 삶들을 파괴한다. 우리가 과거를 배우는 이유는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우리가 해야할 일은 평화를 유지하는 일일테다.


민주국가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미중간의 갈등, 북한의 위협이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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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심리학 실험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왠만한(?) 교양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실험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그 만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심리학 실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이 2004년에 나왔으니 이 책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심리 실험이 널리 알려진걸수도 있겠고, 아니면 요즘 사람들의 교양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그런걸 수도 있겠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10가지 심리실험을 다루고 있다.

1.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상성에 관한 실험

7.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책은 심리 실험이 끼친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해 깊히 파고 들고 있다.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은 꽤 악명 높기로 유명한데 이 실험을 기점으로 프로이트의 유심론적 논의가 종말을 맞이했기 때문이며, 전체주의 체제에 방법적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스키너는 쥐를 통해 걸맞는 행동을 했을 때는 보상을 주고, 실패했을 때는 처벌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쥐에게 다양한 행동들을 학습시킬 수 있었는데, 그의 행동주의 이론은 전쟁 중 비둘기에게 유도 미사일을 매달아 발사시키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이용되기도 했다. 


반면,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은 인간이 행동주의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게 아니라 복잡한 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심리 실험이었다. 인지 부조화는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맞게 행동을 왜곡해서 받아드린다는 것이다. 당시 한 사이비 종교에서는 특정한 날에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었는데 실제 그 날이 되도 예언이 실행되지 않자 그 종교를 믿던 사람들은 조그만 사건에도 의미부여를 해서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권위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전기 버튼을 누르는 수 많은 사람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 사랑에는 스킨쉽이 중요하다는 사실. 정신의학의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누는 기준의 모호함. 약물 중독에 끼치는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 기억의 불확실성. 환원주의적 설명에 힘을 실어준 두뇌 생물학 등 다양한 심리학의 중요한 테제에 대해서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심리학에 대해서 신봉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지만, 그리 심리학에 신뢰감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전통적인 철학적 사유에 있어서 실험적으로 이 세계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맹목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심리학자들은 지극히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으며 그들이 단순 과학의 신봉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심리학자들은 나름대로 세계와 인간 심리의 이면을 파악하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심리학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조금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해서 최근 진화심리학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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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 영화는 슬픈 영혼을 위한 하나의 헌정 영화다. 그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슬픔. 아픔들을 상상하며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감상해보자. 스크린이 올라간 후에 당신의 어떤 무의식이, 충동적 감정이 감화된 것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이 영화는 BBC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1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감독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데이빗 핀처'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현실과 환상을 이중적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현실이 환상이 되고, 환상이 현실이 되는 상황. 무엇이 실재인지 파악할 수 없는 현실.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카밀라'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억을 잃고 도심의 한 집안으로 들어가게 된 그녀는 '베티'를 만나게 된다. 베티 또한 배역 오디션을 위해 이모네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된 것이었는데, 베티는 카밀라가 기억을 찾도록 도와준다. 카밀라의 가방 속에는 이상한 상자 하나가 담겨 있었는데 카밀라는 그 상자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한편, 아담 캐셔는 자신의 새로운 영화 제작을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그 때 찾아오는 두 명의 손님.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여성을 주연 배우로 쓰라고 말한다. 알 수 없는 위엄을 풍기는 그들의 모습에선 아주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 캐셔는 그들의 제안을 거부하지만 계속되는 압박속에서 제안을 받아드리게 된다.


베티는 배우 오디션을 보러 가는 길에 우연히 아담 캐셔를 만나게 되고 그 둘은 잠깐의 스침에서 이상한 기운을 서로 감지하게 된다. 카밀라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자신의 본명을 기억하게 되고 자신의 집을 찾아 간다. 하지만 그 곳엔 영문을 알 수 없는 시체가 놓여져 있었다. 그 날 밤, 다이안은 베티에게 한 연극을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그곳은 립싱크를 통해 상영하는 곳이었는데 그 공연을 보던 베티는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그 때, 베티의 가방 속에 카밀라 가방 안에 있던 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가 발견된다. 


집에 들어가 카밀라가 열쇠를 꺼내자 사라지는 베티. 상자를 열자 영화의 시점은 베티의 옛날 모습이 비춰진다. 이 때부터 영화의 진실이 밝혀진다.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처음부터 유심히 보지 않으면 두서 없는 영화 처럼 느껴지고 무슨 스토리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카밀라가 상자를 열고 현실의 내막이 밝혀지는 순간 이 영화가 얼마나 겹겹히 복선들을 깔아왔는지 알 수있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베티가 엄청난 환상을 만들어주는 약을 먹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카밀라는 당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요. 베티는 매춘부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자살을 택하지만 행복하게 죽고 싶어한다. 중개상으로부터 구입한 그 약은 베티의 환상을 충족시켜줄 환각제로서 영화 전반에 나오는 내용들은 모두 베티의 환상이다. 신인 영화 배우로서 유망한 미래를 가지는 상태. 카밀라와의 연애. 아담 캐셔와의 사랑. 모두 베티가 동경하는 것들이자 열등감의 대상이다. 


결국 약물의 효과가 끝을 향해 갈 때, 비로소 부정적인 환상이 드러난다. 열등감이 실재화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환상일수도, 베티의 과거일 수도 있다. 베티가 중개상한테 카밀라라는 여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았을 때 영화 후반부에 베티, 캐셔, 카밀라가 삼자 대변하는 부분은 부정적 환상이라고 보는게 맞을듯하다.) 카밀라와 아담 캐셔는 연인 사이이고, 베티는 카밀라의 친구이다. 베티는 캐셔와 카밀라가 결혼 발표를 앞두는 것을 보고 엄청난 공포에 빠진다. 이 때, 베티(나오미 왓츠)가 눈물을 흘리는 부분은 압권이다.


결국 영화의 끝 부분에는 스스로 권총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베티의 모습이 나오고, 죽은 베티의 동선은 이는 영화 중간부에 나왔던, 베티의 환상속의 카밀라의 집에 나오는 시체의 자세와 일치한다. 


이 영화는 두 번, 세 번봐야 그 진가가 보인다. 슬쩍 무관심하게 이 영화를 봤다면 무슨 내용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할테지만 자신의 열등감과 동경의 대상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본다면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 만큼 이 영화는 '베티'라는 여성의 무의식 속의 아픔을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다. 카밀라를 생각하며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베티(나오미 왓츠)의 연기는 단연코 베스트 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영화는 카밀라와 베티가 갔었던 립싱크 연극에서 노래했던 여성이 '실렌시오'라고 외치며 마무리하게 된다. 스페인어로 '침묵' '무언'을 뜻한다. 아마도 베티가 꿈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환상이라는 것에 대해 '쉿'이라는 의미에서 감독이 이 장면을 넣은것이지 않나 싶다.


베티라는 여성은 환상을 제공해주는 약을 먹고 기뻐하다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약을 구입하게 된 시점부터 예견된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현실이라는 고통을 외면한 채 매트릭스 속의 환상의 기쁨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환각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와 공포속에서 자살로 생을 마무리 하긴 했지만 그 환상에 대한 아름다움. 비밀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만큼 '실렌시오'라는 환상의 유지라는 외침은 꽤 인상적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있는 현실은 있기 마련이다. 베티처럼 환상속에서 죽음을 택할 지. 아니면 현실을 직면하고 환상을 버릴지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진부하긴 하지만, 배부른 돼지로 살지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살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하지만 배부른 돼지를 선택해야만 했던 베티의 아픔과 열등감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우리 모두도 나름 그 환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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