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심리학 실험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왠만한(?) 교양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실험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그 만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심리학 실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이 2004년에 나왔으니 이 책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심리 실험이 널리 알려진걸수도 있겠고, 아니면 요즘 사람들의 교양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그런걸 수도 있겠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10가지 심리실험을 다루고 있다.

1.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상성에 관한 실험

7.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책은 심리 실험이 끼친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해 깊히 파고 들고 있다.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은 꽤 악명 높기로 유명한데 이 실험을 기점으로 프로이트의 유심론적 논의가 종말을 맞이했기 때문이며, 전체주의 체제에 방법적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스키너는 쥐를 통해 걸맞는 행동을 했을 때는 보상을 주고, 실패했을 때는 처벌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쥐에게 다양한 행동들을 학습시킬 수 있었는데, 그의 행동주의 이론은 전쟁 중 비둘기에게 유도 미사일을 매달아 발사시키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이용되기도 했다. 


반면,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은 인간이 행동주의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게 아니라 복잡한 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심리 실험이었다. 인지 부조화는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맞게 행동을 왜곡해서 받아드린다는 것이다. 당시 한 사이비 종교에서는 특정한 날에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었는데 실제 그 날이 되도 예언이 실행되지 않자 그 종교를 믿던 사람들은 조그만 사건에도 의미부여를 해서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권위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전기 버튼을 누르는 수 많은 사람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 사랑에는 스킨쉽이 중요하다는 사실. 정신의학의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누는 기준의 모호함. 약물 중독에 끼치는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 기억의 불확실성. 환원주의적 설명에 힘을 실어준 두뇌 생물학 등 다양한 심리학의 중요한 테제에 대해서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심리학에 대해서 신봉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지만, 그리 심리학에 신뢰감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전통적인 철학적 사유에 있어서 실험적으로 이 세계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맹목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심리학자들은 지극히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으며 그들이 단순 과학의 신봉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심리학자들은 나름대로 세계와 인간 심리의 이면을 파악하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심리학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조금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해서 최근 진화심리학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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