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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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그 대장정의 막이 내렸다.


4권을 마지막으로 초록이들 이야기가 마무리됐다. 1권을 읽으면서 다음 편을 기다려 읽고 또 다음 편을 기다려 읽었는데 벌써 끝이라니 아쉽지만 또 어떤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앞에 3권에는 스티커가 부록으로 있었는데 이번에는 솜이와 초록이가 손잡은 아주 귀여운 책갈피가 포함됐다. 뒷면에 궁딩이까지 정말 사랑스럽다.










마일로 작가님이 그림으로 표현한 초록이 사랑에 뭔가 차분함이 묻어났다. 오랜 시간 사랑을 쌓은 노련함과 연륜(?)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앞에 이야기로 조련된 나의 가드닝 지식 덕인지 모르겠다.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가드닝 용품과 식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







4-5월 정도가 되면 노오란 프리지아를 꼭 한 다발씩 사서 아주 빠르게 죽여버리곤 했다. 그래도 저렴하고 예쁜 꽃을 들고 기분 좋게 걸어와 꽃병에 꼽고 향기를 맡으면 이게 봄이구나 싶었다. 마일로 작가님도 노란 프리지아를 가장 좋아하는 절화로 꼽았다.





『크레이지 가드너』 덕분에 식물에 관심이 생겨 관련 원데이 클래스도 참여하고 식물 문화 프로젝트도 참가신청을 해 놓았다. <이웃덕후>에서 읽었던 튤립덕후의 이야기 덕분에 『크레이지 가드너』 4편에 나오는 '구근식물'편이 반가웠다. 쉽게 이해됐고 뒤편에 만개한 튤립꽃이 무척 정감 갔다. 그리고 서울 식물원 이사 가고 너무 멀어서 못 가봤는데 작가님이 방문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무척 재밌게 읽었다. 어릴 땐 대충 보고 말았는데 역시 어른이 되니까 보는 눈이 달라진다.









『크레이지 가드너』 덕분에 식물 관련한 취향도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꽃의 이름을 기억하고 색상과 향을 마음속에 담아뒀다. 볕이 잘 드는 집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덕 친구와 식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게 됐다. 산책을 나가면 주변을 둘러보면서 식물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마일로 작가님처럼 식물원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크레이지 가드너』 마지막권의 하이라이트는 단행본에만 있는 '외전 1, 2'와 '작가 후기'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만개한 튤립 사진도 있고, 작가님의 싱그러운 초록이들 사진도 가득하다. 본편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가 꾹꾹 담겨 있어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관심에 열정을 쏟아부어 웹툰을 그리고 단행본까지 낸 마일로 작가님의 성실함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관찰력도 좋은데 그림으로 재밌게 그려내는 능력까지 겸비하셨다니! 그리고 <극한 견주>에서 솜이와 투닥거리면서 잘 돌봐주신 것만 봐도 사랑과 성실함 그리고 책임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도 몇몇 식물을 길러봤지만 일정한 주기로 관리하고 관심을 가져 돌봐야 한다. 나 스스로를 돌보기도 벅찬데 마일로 작가님은 본인과 솜이와 많은 식물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다. 멋진 작가님이다!









내가 마일로 작가님처럼 깊이 있게 좋아하는 것을 그려본다면 무엇을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의외로 쉽게 답이 나왔다. 책이다! 내 삶의 결핍을 채워줄 것이라 기대하며 읽었던 책은 위로가 되었고 내 생각의 깊이를 더했고 가끔 욕심이 과해 일상을 지치게(?)도 만들었지만, 어쨌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


언젠간 나도 내 책 사랑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재미있게 깊이 있게 이야기할 날이 오면 좋겠다.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면서 나도 초록이들에게 그리고 마일로 작가님에게 완전히 감.겨.버.렸.다!


초록이들 가득한 행복한 일상으로 같이 감겨보시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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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 1
다이애나 개벌돈 지음, 심연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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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한 생각일지언정, 아무리 봐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은 18세기 후반의 관습과 정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P.111




무엇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의식하지 못한 채로 마음을 빼앗겼다는 게 맞는 거겠지.






타임슬립물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릴 적 봤던 <하늘은 붉은 강가>라는 만화책이다. 낯선 과거로 가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설렘이 더 컸다. 누군가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을 만나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소설로 읽는 『아웃랜더』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읽었다.







『아웃랜더』는 2차 세계대전을 무사히 마친 영국 종군 간호사 클레어가 종전 기념으로 남편과 함께 결혼식을 올린 스코틀랜드에 두 번째 신혼여행을 오면서 시작한다. 6년간의 전쟁 기간 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다시 시작하는 의미로 똑같은 장소로 다시 신혼여행을 왔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2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이국적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18세기 하이랜드 지역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묘사했다. 잘 짜인 전개와 긴박함도 읽는 재미지만 수위 높은 로맨스와 동물학과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다이애나 개벌돈의 자연 묘사도 무척 아름답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표현하기 힘든 주인공 클레어의 내면 묘사와 관찰을 토대로 한 생각이 참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클레어가 종군 간호장교였기에 의학 관련 지식과 민간요법이 나오는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다.









우연히도 최근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인해 많은 미디어가 영국 왕실 계보를 언급했다. 얽히고설킨 왕실 역사에 필연적으로 『아웃랜더』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관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 작가 타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영국인 입장의 시각이 많이 녹아 있는 것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신기하게도 630쪽이 넘는 『아웃랜더』 1권은 눈 깜짝할 새에 후루룩 넘어갔다. 배우 윤여정 님처럼 『아웃랜더』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아웃랜더』는 1991년도 나온 소설이긴 해도 주인공 클레어의 당찬 모습과 똑똑함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낯선 곳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이 살았던 20세기 가치관을 200년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이야길 할 줄 아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곳곳에 있는 아주 작은 아쉬움은 30년 전에 쓰였기 때문에 문학적 허용(?)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스포일러 있음**











주인공 클레어가 굉장히 멋지게 나온다.


6년간의 전쟁에서 수간호사로 일하면서 생명을 부지한 것도, 수많은 전쟁 부상자를 치료한 것도 멋있었다. 비록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라는 설정이 조금 아쉬웠지만 1940년대가 배경이었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학지식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200년 전 가벼운 질병에도 생사가 오가던 시절에는 말이다. 168cm로 작지 않은 키의 클레어지만 여성이기에 체구나 체력적으로 약해서 계속해서 겁탈을 당할 일이 생기는 게 화도 나도 답답했다. 그래도 나중에 칼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후반부에 제이미와 다툴 때 클레어가 한 말은 내가 약자로써 가진 세뇌된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만약 내가 클레어와 같은 상황이면 저런 태도를 지니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을까? 저런 긴박스러운 상황에서 이성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소설에 푹 빠져 읽으면서도 현실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나를 보면서 뭔가 씁쓸하기도 하면서 이 소설의 흡입력을 몸소 체험했다. 밥 먹을 때도 궁금해서 읽었고, 자고 일어나면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찾았다. 독자의 현실에 영향을 주면 엄청난 글이 아닌가!










이국적인 스코틀랜드 모습이 흥미롭다.


전통복장인 킬트를 입고 씨족마다 다른 색상의 타탄 무늬와 그 시절 의복과 성채 등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다. 특히 춥고 척박한 지역에서 속옷도 안입고 치마를 입는 남성의 복장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웃랜더』에서는 굉장히 멋있게 묘사를 했지만 현대인인 나에겐 멋지기보단 흥미로운 역사사료 같다.




영국군과 대치하는 매켄지 가문의 모습은 강자보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여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역사는 강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이애나 개벌돈이 묘사한 낯선 이름의 나무와 풀, 꽃, 새 등은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후 스코틀랜드 관광이 늘었다는 게 아마 이런 이유 같다. 현대 도시에 살면서 알아볼 수 있는 동식물이 몇 안 되는 걸 깨닫기로 했다. 구체적인 이름보다 나무와 꽃 등으로 뭉뚱그려 고유한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현대사회에 안타깝기도 했다. 효과 좋은 현대 의약품이 뛰어나기는 해도 자연이 주는 치유와 베풂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따듯하게 우려 마시는 차 한 잔에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소설이 주는 맛이 있다.


『아웃랜더』를 읽기 전에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를 몇 편 봤다. 첫 화의 중반을 넘어가니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자제해야 했다. 장면 전환과 짧은 대사에서 알 수 없던 주인공의 내면과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움을 소설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의식하지 못한 행위와 낯선 곳에서 느끼는 감정이 와닿았다. 깊이 사색할 기회가 없이 바쁜 현대를 살아왔기에 느끼는 감정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거나 정의 내리기 어려웠다. 클레어를 통해 나의 생각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이 신기했다.







주인공 제이미와의 관계도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참 좋았다. 단편적으로 낯선 곳에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고 의지하는 감정과 사랑으로 넘어가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클레어가 생각하고 고민해 보고 때로는 질투도 느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결혼했으니 제이미를 남편으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남편인 프랭크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른 매력의 제이미를 사랑하는 마음을 동시 갖는다. 그리고 언젠간 자신이 속한 세계로 가기 위해 제이미에게 완전히 마음을 주지 않는 고민을 하는 것도 좋았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사랑에 매몰되는 주인공을 묘사하기 마련인데 클레어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확실히 알지 못하는 제이미의 이익 등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비교해 보려 한다.









그리고 수위 높은 장면 묘사! 아니 이 책이 19금이 아니라니요.


나만 얼굴을 붉히고 읽은 것인가요? 개인적으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365일>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굉장히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운 제이미의 태도와 대사에 매우 흡족했다. 아마 무례하기 짝이 없는 랜들 대령과 대비돼서 더 그렇게 느낀 것도 있겠지만 젊고 키도 크고 몸도 좋고 따지면 집안도 좋고 교육도 잘 받은 상대가 성관계에 매우 정중한 태도로 임하면 읽는 독자도 매우 만족스럽다. 여성 독자의 마음을 아주 잘 아는 다이애나 개벌돈의 남주 설정에 박수를 보낸다. 소설에선 정확하게 클레어의 나이가 나오진 않지만 제이미가 클레어 보다 10살 정도 어린것 같다. 키는 30cm 정도 크고 몸무게도 30kg 정도 차이 난다고 나오니 서양 판타지 백 점이네요.










빠른 시일 내에 2권을 구해서 봐야겠다. 국내에는 『아웃랜더』 1,2 권만 나오고 다음 시리즈는 준비 중이다. 조속히 번역되어 시리즈 모두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드라마도 2014년에 시작해 시즌 6까지 나오고 완결이 아직 안 났다고 한다. 이렇게 맛만 보여주고 애타게 할 건가요? 오렌지디 힘내주세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아웃랜더 #다이애나개벌돈 #오렌지디 #아웃랜더원작소설 #넷플릭스드라마 #소설책추천 #책추천 #타임슬립소설 #outlander


허무맹랑한 생각일지언정, 아무리 봐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은 18세기 후반의 관습과 정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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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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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표지로만 판단할 수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 책을 만났다.




약간의 선입견과 호기심을 갖고 본 『복수여신』은 완전히 내 예상을 뒤엎었다. 특히 뒤편에 실린 미공개 번외 편 두 편이 더해져 이야기에 개연성을 더했다. 지금은 흐릿해진 학생 때 했던 고민과 여러 가지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더 넓은 세상을 알기 전 학교는 내 세상의 전부였고 친구들의 관계가 정말 중요했다. 호감 가는 외모와 유행하는 옷이나 학용품도 굉장히 중요했다. 친구들과 동질감을 갖고 내가 속한 곳의 소속감을 갖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조금은 과장된 것 같으면서도 아마 지금은 더 현실적일 수도 있는 학교폭력의 실상을 『복수여신』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만화책 같은 표지로 눈길을 사로잡는 『복수여신』은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가 있다. 큼지막한 활자와 빠른 전개로 속도감을 더한다.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Page Turner 책장을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다. 비교적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모든 전말이 들어 있어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예쁜 포카 두 장과 탑로더도 들어있어 탑꾸하는 재미도 더한다.
















**스포일러 있음**

















트라우마,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해리성 다중인격 장애 등 장르소설에서 나올법한 설정으로 단번에 몰입하게 만든다.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있는 일에 예상치 못한 결말을 넣어 재밌게 읽었다. 웹드라마로 먼저 선보이고 소설로 출간했디. 현재 시대를 반영한 청소년 웹드라마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학창 시절도 생각나고 시대의 변화도 가늠할 수 있어 신선한 자극이었다.












민선의 완벽한 변신은 '미녀는 괴로워'의 전신 성형처럼 놀라웠다. 다이어트로 살을 빼고 화장을 연습해서 여빈이란 새로운 사람이 된다. 민선을 괴롭히던 일진 남자애들은 변신한 여빈(민선이 쓰는 가명) 반하여 친절하게 대하며 여빈이의 계획대로 행동한다. 민선인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에 안심하면서도 외모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돌변하는 것을 괴로워한다. 허무맹랑한 부탁도 무리해서 들어주는 용제를 보면서 사람에게 실망한다. 첫눈에 반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들려고 행동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상대에게 권력을 주는 일종의 행동일까? 재미로 상대를 괴롭게 혹은 귀찮게 하는 것은 무엇이 결핍되어 나타나는 반작용적 행동일까? 아마도 민선은 자신의 복수극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복수심으로 판단이 흐려졌지만 사람이란 존재에 실망하고 이내 되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복수를 해야 한다고 최면을 걸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괴롭히는 사람이 잘못했는데 괴로움은 온전히 당하는 사람의 몫인 게 안타까웠다.




여빈이가 민선을 죽이면서 드러나는 여빈의 해리성 다중인격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이고 놀라운 전개다. 그리고 민선의 단짝 친구 진희는 여빈의 정신과 주치의였다. 진희는 인격살인이라는 잔인한 방법으로 여빈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잠재의식에 내재된 기억으로 재창조한 인물을 살해하는 것보다 원만한 관계로 풀어나가고 사고나 자연사로 사라지게 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다른 종류의 괴로움을 생산하는 일일 것이다. 자신 안에 여러 인격체를 받아들이기도 버거운 상태에서 점진적인 방법으로 방법을 모색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진이 외모로 학급 친구를 판단하고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학우가 다이어트와 화장으로 극복하려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외모로 판단하는 가치를 청소년에게 주입하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그러한 가치를 외부에 폭력적으로 나타내는 사람에게 문제점이 있다고 명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성인이 아니란 이유로 처벌도 정당하게 하지 않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가 모든 불행을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 슬픈 이야기다.




자극적인 소재의 학원물로 즐길 수도 있으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현상에도 조금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보면 좋겠다. 가치관과 정체성이 온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겐 이야기 하나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북폴리오 #복수여신 #치즈필름 #웹드라마 #학원물 #학원로맨스 #로맨스소설 #영어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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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크 - 이 새벽, 세상에 나서기 전 하나님과 둘만의 시간
김유진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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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온전히 나를 위한 책을 만났다.


저자 김유진 변호사님의 이야기지만 내가 사는 이 시대, 나와 같은 청년들을 위한, 그리고 온전히 나를 위한 이야기였다.




신앙서적임에도 불구하고 20-30대 청년들이 꼭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삶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김유진 변호사님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으며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내 독서의 방향은 자기 계발서나 경제경영 쪽으로 기울었다. 삶이 불안하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현재 직장 생활만으론 주택 마련이나 노후준비는 꿈도 못 꾸는 시대가 됐기에 주식과 코인 등 재테크 열풍이 불어 나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고용불안과 어두워진 미래를 견뎌내기 위해선 무언가 해야 한다고 느꼈으나 사업도 부업도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다. 소소한 취미로 돈을 쓰는 것엔 익숙하지만 돈을 모으고 돈을 버는덴 정말이지 관심도 재능도 없다고 느꼈다. 아마 책을 읽는 행위도 내가 가진 불안을 잊기 위한 일종의 기복 신앙의 일종이 된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적용할지는 몰라도 우선 읽고 듣고 귀동냥으로라도 알아놓으면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저장 강박장애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글과 영상을 찾아볼수록 순간적인 위로와 자신감이 차올랐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불안감이 엄습하고 불안정한 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웨이크』를 읽고 나의 방황의 실체를 알았다.

망망대해에서 목이 말라 바닷물을 퍼마신 것처럼 온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를 채우려 했기에 결코 안정되고 평안할 수 없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좇으니 언제나 신경은 곤두서있고 불안했다.




책을 읽고 깨달았다. 하나님이 부르시는구나. 그 목소리를 이제서야 들을 수 있구나.

내 신앙을 표현하지 않았던 것은 세상이 나를 보는 잣대에서 도망가고 싶어서라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우리는 모두 연약해서 실수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더 정직하고 열심히 살고, 빨리 하나님께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세상의 기준을 좇을수록 더욱더 마음은 궁핍해지고 가난해졌다.

마음의 여유와 풍요가 사라졌다. 나누려는 마음을 줄일수록 그나마 가진 것이 더 줄어들었다. 내 것이 아니었기에. 하나님의 것을 빌려 살아가면서 내 것이라고 주장했기에 그랬다.









『어웨이크』에서 김유진 변호사님이 말하는 하나님을 믿는 행위의 핵심은 하나님과 나만의 온전한 시간이다.

예배도 봉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순위에 놓아야 하는 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기 위한 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첫 시간을 따로 떼내어 맡기는 훈련을 하고, 일주일의 시작을 떼내어 맡기는 훈련을 하고, 순간순간을 의지하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었다.








유명한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소위 '무의식에 심는 방법'과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노트에 내가 원하는 것을 매일 100번씩 적고, 아침저녁으로 명상하며 자신의 꿈을 되뇌고 생각하는 것이랑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돈 벌고 싶습니다.'에서 '하나님 오늘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로만 바뀐 것일 뿐이다. 다만 방향이 다르고 결과가 다르다. 온전한 평화와 내 존재의 이유에 닿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창조주만이 아는 나의 쓰임과 이유는 창조주에게 물어야 한다. 토기장이가 찻잔을 만들었는데 찻잔이 국그릇이 되고 싶어 국을 담는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다 할 수 있을까? 국을 담기엔 용량이 작고 수저보다 깊이가 얕고 좁아 국을 떠먹기 불편할 것이다. 찻잔은 향기로운 차를 담아야 제 역할을 온전히 해낼 수 있다.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고백했으면서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고집대로 하게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었다. 김유진 변호사님의 경험처럼 나도 다 지나고 보니 하나님의 동행이 보인다. 나를 훈련시키고 치료하시려고 이 고난의 시간을 주셨다. 그리고 동행하셨다. 비록 내가 느낄 수 없어 원망 또는 원망할 대상이라고 조차 느끼지 않았을 때조차도.








김유진 변호사님의 결심이 참 멋졌다. 용기를 내어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 이 시대에 많은 청년들이 겪는 아픔과 방황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하나님이 김유진 변호사님을 통해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말씀하시려고 김유진 변호사님을 그리고 북폴리오를 사용하셨다.




이제 아침을 깨우고 주님과 독대할 시간이다. 내 하루를 주님께 온전히 드리기 위해 그리고 나를 비우기 위해 기도하고 싶다.




하나님 저를 비우고 세상 소리를 닫고 하나님이 저에게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해주세요.

저의 고집대로 살아왔기에 되돌아가는 길이 멀고 힘들어도

하나님께 가고 싶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나를 비워주세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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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신해경 옮김 / 엘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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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감한 설정, 거침없는 문체


지금 읽어도 놀랍고 충격적이다.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안에 13편의 단편 소설이 담겼다. <엄마가 왔다>와 <구원>을 제외한 나머지 11편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커다란 관념 세계 안에 담긴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제임스의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작가의 희망과 바람이 소설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멸망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다. 주인공은 시련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인류의 발전은 실패를 거름 삼아 계속 발전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조금은 비관적이고 자조적인 문체를 띄면서도 그 안엔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스포일러 있음**





<눈은 녹고 눈은 사라지고>는 시작부터 놀라움과 궁금증의 연속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도 연상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의 산등성이가 등장하는 것도 놀라웠다. 소설을 읽기 전 우연히도 에티오피아 다큐멘터리를 봤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의 시작이자 발전의 가속도에 올라타지 못한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읽을수록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팔이 없는 소녀와 늑대는 어떻게 만났을까? 왜 야생인은 소녀를 쫓는 것일까? 늑대는 왜 발작을 하고, 본즈는 누구일까? 소설을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뉴스레터에 나온 대로 눈이 존재하지도 않는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이지만 제목은 왜 눈(snow)가 등장할까? 인류가 멸망한 건 빙하기를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상상력엔 한계가 없는 듯했다.







<엄마가 왔다>와 <구원>은 비교적 다른 단편에 비해 이해하기 쉬운 소설이다. 인류의 위기, 특정하자면 건장하고 잘생긴 남성의 위기를 역발상으로 구해낸 이야기다. 아프리카 노예무역이 생각나기도 했고, 성차별을 꼬집은 이야기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외계인의 방문에 상반된 태도를 나타내는 지구 대표자들의 모습도 재밌다. 인간이 지닌 단순한 의식체계를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선입견을 콕 집어 이야기로 풀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기도 했다.








<허드슨베이 담요로 가는 영원>는 슬픈 사랑 이야기에 놀라운 결말을 담겨 있다. 시간 여행이 가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야기다. 조예은 작가의 <러브, 칵테일, 좀비>의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도 떠올랐다. 자녀를 소유물처럼 여기는 아버지가 결국엔 자녀의 불행을 자초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이야기임에도 미래에서 온 사람의 사랑고백엔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담겨 있다.






<다이아몬드 가득한 하늘에 계신 어머니>는 이 책 제목인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이 담긴 편이다. 결말을 알고 나서야 제목의 다이아몬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모자간의 애증과 사랑,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은둔과 외로움, 아주 먼 미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고용불안과 마약범죄는 인류와 뗄 수 없이 영원한 숙명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했다. 전화위복이기도 하며 주인공 골램의 실수이자 우연이기도 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은 어디까지였나 가늠해 보기도 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과학 용어, 역사 이야기는 작가의 지적 세계가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다.)는 유년 시절 부모님과 함께 아프리카와 인도를 여행했고, CIA 정보원, 군 정보원, 예술 비평가, 화가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으며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아마도 글을 쓰기 위한 자료조사보다 작가가 알고 있는 방대한 지식의 조합으로 글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작가 본명과 성별을 숨긴 채 글을 써야 했던 시대가 가진 인식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더욱더 과감하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안에 담긴 남성적으로 느껴지는 묘사와 시선이 우리게 주는 충격까지도 소설적이라는 추천사에 격렬한 동의를 표한다.






1960년~70년대 미국 SF 소설이 낯설기도 하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과감하고 놀라운 필력을 담아낼 그릇이 부족하여 시간을 많이 들여 읽었다. 그러나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은 나에게 새롭고도 놀라운 미래를 그려보는 계기를 주었다. 현대의 소설과 영화와는 다른 미래를 상상해 봤고, 또 하나의 멋진 여성 작가를 알게 됐다. 고도로 발전된 미래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대중음악이 있고, 반복된 역사에서 배울 점을 찾아 새롭게 마주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었다. '바삭바삭 시리얼'로 기억되는 지구를 찾는 여행을 하는 먼 미래에도 제임스의 소설이 사랑받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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