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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삼킨 개
최경화 지음 / 모요사 / 2024년 10월
평점 :
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그림을 삼킨 개』입니다.
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 하는 책입니다. 예술작품 속 사랑스러운 개를 모아 소개하는 책이에요. 유명한 작품 속 눈길을 끌지 못하는 개도 이 책의 주인공이 되고 유명하지 않은 숨은 작품 속 개도 찾아 소개해 줍니다. 이 책의 묘미는 개의 입장에서 서술한 부분인데요. 읽다 보면 마음이 몽글해지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지기도 해요.
그들이 내 배를 쓰다듬으면 슬픔이 반지 낀 손을 타고 넘어와 내게로 온다. 그러면 인간의 마음은 어느새 가벼워지고, 눈에 생기가 돌아오고, 피부에선 광이 난다. 나한테 넘어온 슬픔은 어떻게 하느냐고? 몸을 좌우로 털어 흔든다. 떨궈진 슬픔은 바람에 묻어 창문 너머로 빠져나간다. 인간들은 자기 몸을 흔들어 터는 것도 못하는 가련한 존재다. 그러니 우리가 돌봐주는 수밖에. 휴. P. 74
최경화 작가님은 호두의 반려 인간으로 포르투갈에서 거주하면서 개를 키우고 계십니다. 사냥개가 될 뻔한 호두를 기르시게 되면서 개가 있는 예술 작품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으셨대요. 스페인어와 서양미술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자연스레 사랑하는 것을 한곳에 담는 글을 쓰게 되신 거 같아요.
『그림을 삼킨 개』를 보기 전까지 개가 예술 작품에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니 개라는 존재를 사랑한 이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비록 자신이 키우는 개가 아닐지라도 작품 속에서 개를 아끼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남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어요.
책에서 소개한 예술 작품 속 개는 SNS에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개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지금처럼 손쉽게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게 아닌 오랜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그리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잖아요. 화가의 기억 속에서 붓놀림 속에서 생명력을 얻어 인간보다 더 긴 삶을 사는 존재가 되었어요.
첫 번째 장에 나오는 아르고스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눈물이 그렁해졌어요. 반려견과 티격태격하면서 삐졌다가도 『그림을 삼킨 개』를 읽으면서 마음이 스스르 녹아서 먼저 가서 장난치고 놀아주기도 했답니다. 내가 더 잘할게!
아르고스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오디세이아>는 더 이상 기존에 내가 알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개를 놔두고 20년이나 집을 비우다니, 매정한 사람. 님프나 거인, 세이렌의 노래 등에 관심을 덜 가지고 빨리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나? 어쩌면 아르고스는 20년이나 기다린 주인이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지 않아서 상심해 죽었는지도 모른다. P. 14
5일간 밴드에서 북클럽에 참여하며 책을 읽고, 함께 참여한 분들의 감상과 함께 개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더 좋은 시간이었어요. 사랑스러운 반려견의 사진은 덤.
책 말미에 작가님은 국내 작품을 잘 몰라 담을 수 없었던 아쉬움을 내비치셨어요. 국내 작품이 많진 않지만 서양 작품처럼 많이 남아 있진 않지만, 누군가가 우리와 함께한 충직하고 귀여운 친구들을 모아 기록해 주시면 참 좋겠네요. 반려견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림을 삼킨 개』를 바칩니다.
#문장수집
풍부한 표정이 담긴 크고 검은 눈의 이 녀석은 벨라스케스와 서로 아끼는 사이였음이 분명하다. 개와 함게 살고 있거나 살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이런 눈으로 바라본다. 아닌 게 아니라 디에고 벨라스케스 사후 50년 뒤에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긴 안토니오 팔로미노라는 화가이자 전기 작가의 글에 이 개에 대한 언급이 있을 정도다. P. 138
가난한 악사와 개를 빈한한 그대로 그렸다는 이유로, 빛과 어둠을 잘 다루었다는 이유로 그의 그림은 한참 동안 스페인 화가 호세 데리베라나 카라바조파화가의 그림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심지어 고향인 프랑스에서도 사람들은 그의 그림이 스페인 화가의 작품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 어디에선가, 거친 삶도 망가트리지 못한 내주인의 목소리와 따뜻한 손바닥, 내 작은 주둥이를 다시 발견하고 나의 호기심 어린 눈을 수없이 들여다볼 것이다. P. 152
작은 몸집임에 분명한 녀석이 용케 이런 사냥을 하다니. 귀여운데 용감하기까지? 게다가 사냥한 전리품을 반려인 앞에 가져다 놓다니, 너의 인간을 정말 사랑했구나. (동어 반복이다. 개와 사랑은.) 너의 인간도 너를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 이런 초상화까지 남겼겠지. 너를 잊고 싶지 않아서, 영원히 눈앞에 두고 보고 싶어서. P. 200
모요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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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 배를 쓰다듬으면 슬픔이 반지 낀 손을 타고 넘어와 내게로 온다. 그러면 인간의 마음은 어느새 가벼워지고, 눈에 생기가 돌아오고, 피부에선 광이 난다. 나한테 넘어온 슬픔은 어떻게 하느냐고? 몸을 좌우로 털어 흔든다. 떨궈진 슬픔은 바람에 묻어 창문 너머로 빠져나간다. 인간들은 자기 몸을 흔들어 터는 것도 못하는 가련한 존재다. 그러니 우리가 돌봐주는 수밖에. 휴. P. 74 - P74
아르고스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오디세이아>는 더 이상 기존에 내가 알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개를 놔두고 20년이나 집을 비우다니, 매정한 사람. 님프나 거인, 세이렌의 노래 등에 관심을 덜 가지고 빨리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나? 어쩌면 아르고스는 20년이나 기다린 주인이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지 않아서 상심해 죽었는지도 모른다. P. 14 - P14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 어디에선가, 거친 삶도 망가트리지 못한 내주인의 목소리와 따뜻한 손바닥, 내 작은 주둥이를 다시 발견하고 나의 호기심 어린 눈을 수없이 들여다볼 것이다. P. 152 - P152
작은 몸집임에 분명한 녀석이 용케 이런 사냥을 하다니. 귀여운데 용감하기까지? 게다가 사냥한 전리품을 반려인 앞에 가져다 놓다니, 너의 인간을 정말 사랑했구나. (동어 반복이다. 개와 사랑은.) 너의 인간도 너를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 이런 초상화까지 남겼겠지. 너를 잊고 싶지 않아서, 영원히 눈앞에 두고 보고 싶어서. P. 200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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