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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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에서 가제본을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열여섯 소녀의 목숨을 건 호기심을 좇아 사건의 실마리를 이어 직조한 조선의 역사를 엿보다.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경험한 소설입니다. 용기 있고 충성스러운 설이를 따라 18세기 조선으로 가면 우리의 역사가 낯설게 보입니다. 노비제도, 신분제, 천주교 박해 등 지금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가치의 세상이죠.


 조선 시대 가장 미천한 신분의 노비인 설이는 포도청에서 다모(茶母)로 일합니다. 포도청 남성 관원들 대신 여성과 관계된 일을 하는 것이죠. 한 양반가의 아가씨가 살해당한 사건에 의문을 갖게 된 주인공 설이는 더 깊이 관여하게 됩니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충성은 배신으로 믿음은 거짓으로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지죠.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 설이가 참 마음에 듭니다. 비록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신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독자의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오라비의 무덤을 찾겠다는 언니와의 약속을 굳게 지키고, 자신의 상관이자 주인인 한 종사관을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구해냅니다.

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요?
활을 제대로 들 줄 아는 여자요. 본인이 표적을 맞힐 능력이 없다고 나를 탓하지 마세요.
P. 119



 비천한 여성이라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설이를 보고 있으면 열이 씩씩 나서 세찬 콧김을 내뿜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아슬아슬하게 사건의 실마리를 풀 때마다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고, 한편으론 주제넘는 짓을 했다고 벌을 받거나 공격을 당할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설이를 보면서 저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조금 더 친절하자고 도닥이기도 했어요.

나처럼 낙인이 찍힌 사람이구나.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첩의 자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힌.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 나 같은 외톨이가 또 있었네.
P. 114



가여운 아이가 마주한 살인사건 뒤로는 역사적, 종교적, 정치적 대립이 깔려 있습니다. 두 세기를 건너와 지금의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다를 바 없어요. 비록 가제본이라 전체 내용의 반 정도만 읽었지만 뒤에 나올 그림의 윤곽선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허주은 작가님은 다른 작품으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하셨어요.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작가님은 영어로 작품을 쓰셨고 한국어로 번역되서 나왔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님들이 주목받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작가님들이 한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문화가 지닌 힘을 키워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빨리 뒷이야기를 읽고 싶어요. 설이의 추리는 과연 맞았을지, 자유는 얻게 될 것인지, 포졸 견이와 최도령의 코는 납작해졌는지, 한 종사관은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건지, 정치 싸움에서 천주교는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금증이 가득합니다.


 허주은 작가님께서 한국에 머물고 계시던데 빠른 시일 내에 북토크로 만나 뵈면 좋겠네요. 매력적인 이야기로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기대됩니다.



#문장수집

이 책은 제가 한국 역사에 바치는 첫 번째 러브레터입니다.
P. 11 l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의 본질에는 조금 더 개인적인 가정사가 담겨 있습니다. 흩어져 사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지요.
P. 12 ㅣ 한국 독자들에게


나는 노비로 태어났고, 따라서 '가장 낮은 여덟 부류의 천민'을 뜻하는 팔천에 속했다. 승려, 무당, 광대, 백정, 등도 우리 노비와 같은 신세다. 뭐가 됐든 다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사람들이 내게 절을 하는 상상을 했다.
P. 25


주의하라. 누구도 거스르지 마라. 언제나 복종하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이 대문이 내건 경고문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등껍질 안으로 몸을 숨겼다.
P. 37


하루하루가 해결되지 않은 사건같이 저물었다. 비록 내 삶의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혜연이 시신의 이상한 점들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속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는 듯했다. 모든 멍과 상처에는 사연이 있었다. 그런 증거들을 꿰맞추면 분명 삶도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P. 46


"자, 어서 도망치거라. 떠나고 싶으면 떠나야지."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왜 저를 보내주시는 겁니까, 마님?"
"나는 노비 제도를 믿지 않으니까. 그처럼 낮은 계급은 지배하고자 하는 세력이 만든 것일 뿐."
P. 63 ㅣ 강 씨 부인


정해진 운명은 없단다, 아이야.
P. 65 ㅣ 강 씨 부인


네 가장 큰 소망이 무엇이냐? 내가 이뤄주겠다고 약속하마.
P. 70 ㅣ 한 종사관


네가 까치처럼 호기심이 많다고 한 종사관님께 들었는데 정말이구나.
P. 83 ㅣ 심 부장


최 도령 같은 사람을 잘 알았다. 견도 같은 부류였다. 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남자들, 수치심을 겪을 일이 거의 없어 명예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복수의 칼을 꺼내 드는 남자들.
P. 83


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오만함으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야.
P. 83 ㅣ 심 부장


"너는 질문이 참 많구나."
"그냥 호기심이야."
"아니,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야."
P. 89 ㅣ 소이와 설의 대화 중에서


믿음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붙잡는 행위란다. 하지만 확신은 진실이 우리를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지.
P. 100 ㅣ 강 씨 부인


이곳 조선에서는 남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은 위험하지.
P. 103 ㅣ 강 씨 부인


무슨 결정을 하든 훗날 돌아보면 다시는 되찾지 못할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이야. 그러니 다모 설아, 신중하게 임해야 해. 더없이 신중하게.
P. 105 ㅣ 강 씨 부인


어둠이 다가올 거야. 하지만 두렵다고 선행을 포기하지는 말아, 설아. 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하지만 의미 있게 죽기는 어려운 법이지.
P. 107 ㅣ 강 씨 부인


나처럼 낙인이 찍힌 사람이구나.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첩의 자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힌.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 나 같은 외톨이가 또 있었네.
P. 114


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요?
활을 제대로 들 줄 아는 여자요. 본인이 표적을 맞힐 능력이 없다고 나를 탓하지 마세요.
P. 119


"다모 설, 네 덕목은 무엇이지?"
"충성입니다. 흔들릴 때도 있지만 늘 그 마음을 되찾으려 노력합니다."
P. 141 ㅣ 한 종사관과 설이의 대화 중에서


"시기심 때문이야."
"누구를 시기해요?"
"견은 너를 시기하고 있어."
"저요?"
"설이 너보다 두 살밖에 안 많잖아. 자기에게 망신을 준 네가 밉고, 자기 활을 빼앗아 종사관님의 목숨을 구한 네게 상을 주신 종사관님도 미운 거지. 하지만 그걸 다 해낸 네가 여자라서 더 견딜 수 없는 거야."
"여자라서."
P. 150 ㅣ 혜연과 설이의 대화 중에서


"이름이 뭐야?"
"설."
"하늘에서 내리는 눈 설?"
"이야기 설."
P. 177 ㅣ 련과 설의 대화 중에서


우리는 돌다리를 지나 한강을 건넜다. 한양을 끼고 동해로 흐르는 강으로, 오라버니가 말하기를 '위대하고 신성하다'는 의미에서 '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고대에는 백제, 고구려, 신라 세 왕국이 한강을 점령하려고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P. 179


남쪽의 폐궁에는 죽은 사도세자의 서자들, 그중 하나와 혼인한 송 씨 부인, 그 며느리 신씨 부인이 함께 머물렀다. 으리으리한 북쪽의 창덕궁이야말로 진정한 왕족들의 거처로, 연못과 전각과 푸르른 풀밭과 수많은 별채가 위용을 뽐냈다.
P. 179


태양이든 땅이든 달이든, 너는 유능한 아이다. 내게는 그래. 너는 복잡하게 꼬인 이 사건의 실타래를 이해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지.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다모 설. 남자든 여자든.
P. 182 ㅣ 한 종사관


나는 다시 태어나면 한 종사관이 되고 싶었다. (중략)
이 사람이 내 주인이고, 나는 그의 수족이었다.
P. 182


정조대왕께서는 살해당한 아버지 사도세자가 지옥 근처를 배회하실까 봐 괴로워하셨어. 그래서 용주사를 재건해 묘소를 그 곁으로 옮기신 거야. 아버지가 절의 보호를 받아 영원토록 편히 쉬실 수 있게.
P. 186


동생아.(중략) 이 나라 어디를 가도 가족만큼 너를 깊이 아끼는 사람은 찾을 수 없어.(중략) 만 개의 강이 끊임없이 흘러들지만 바다는 절대 넘치지 않아. 그것이 어머니와 누나와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야. 우리 사랑은 바다와 같아. 깊은 바다.
P. 203


어리석은 계집애 주제에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네.
P. 208 ㅣ 다모 혜연


하지만 이제 짜릿함은 온데간데없고 가슴의 중압감 때문에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뒤엉킨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었고, 어둠은 점점 더 짙어졌다. 이대로라면 밝은 아침은 오지 않을 성싶었다.
P. 227


"나리처럼 죽음을 목격한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우는 사람도 있고, 애써 다른 일에 몰두하려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은...... 대부분은 미쳐버리지."
P. 231 ㅣ 설과 심 부장의 대화 중에서


"그리고 글을 쓸 때는 붓을 단호히 움직여야 돼. 돌이킬 수 없거든."
"꼭 인생 같네요. 돌이킬 수 없다는 게."
P. 255 ㅣ 애정과 설의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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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서 도망치거라. 떠나고 싶으면 떠나야지."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왜 저를 보내주시는 겁니까, 마님?"
"나는 노비 제도를 믿지 않으니까. 그처럼 낮은 계급은 지배하고자 하는 세력이 만든 것일 뿐."
P. 63 ㅣ 강 씨 부인 - P63

정해진 운명은 없단다, 아이야.
P. 65 ㅣ 강 씨 부인
- P65

최 도령 같은 사람을 잘 알았다. 견도 같은 부류였다. 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남자들, 수치심을 겪을 일이 거의 없어 명예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복수의 칼을 꺼내 드는 남자들.
P. 83 - P83

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오만함으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야.
P. 83 ㅣ 심 부장
- P83

믿음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붙잡는 행위란다. 하지만 확신은 진실이 우리를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지.
P. 100 ㅣ 강 씨 부인 - P100

무슨 결정을 하든 훗날 돌아보면 다시는 되찾지 못할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이야. 그러니 다모 설아, 신중하게 임해야 해. 더없이 신중하게.
P. 105 ㅣ 강 씨 부인 - P105

나처럼 낙인이 찍힌 사람이구나.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첩의 자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힌.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 나 같은 외톨이가 또 있었네.
P. 114 - P114

"다모 설, 네 덕목은 무엇이지?"
"충성입니다. 흔들릴 때도 있지만 늘 그 마음을 되찾으려 노력합니다."
P. 141 ㅣ 한 종사관과 설이의 대화 중에서 - P141

동생아.(중략) 이 나라 어디를 가도 가족만큼 너를 깊이 아끼는 사람은 찾을 수 없어.(중략) 만 개의 강이 끊임없이 흘러들지만 바다는 절대 넘치지 않아. 그것이 어머니와 누나와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야. 우리 사랑은 바다와 같아. 깊은 바다.
P. 203 - P203

"그리고 글을 쓸 때는 붓을 단호히 움직여야 돼. 돌이킬 수 없거든."
"꼭 인생 같네요. 돌이킬 수 없다는 게."
P. 255 ㅣ 애정과 설의 대화 중에서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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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하드웨이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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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밤잠을 빼앗아간 소설입니다. 어떤지 대충 보려다 도입부 다 읽고, 뒤 내용이 궁금해서 반절 읽고, 그래서 범인은 누구고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서 다 읽었어요. 540쪽이라 꽤 긴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합니다.


 소설의 흡입력이 미쳤어요. 주인공 잭 리처가 굉장히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붙잡아요. 셜록 홈스의 홈스나 애거사 크리스티 시리즈의 포와로의 추리 방식이 뚫어뻥처럼 한 번에 뚫리는 쾌감이 있다면, 잭 리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답게 굉장히 아슬아슬하게 사건을 해결합니다. 굉장히 답답하게 독자의 숨을 조였다가 살짝 풀어주고, 조였다가 살짝 풀어주고 그래요.


 알고 봤는데도 인간적인 배신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루시퍼>를 보고 비슷한 배신감이 들었죠. 이게 책을 읽다 보면 잭 리처라는 캐릭터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약자를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사명감을 갖고 목숨을 걸면서까지 위험한 일에 뛰어들거든요. 근데 매력적인 여성과 로맨스는 다 즐기고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져요. 계속 헤어짐을 암시하는 거면 그나마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자기가 먼저 꼬셔 그리고 일 끝나면 뭐 하자 약속을 해요. 젠틀하기도 하고 젠틀한 척해 그리고 마지막에 사라지니까 화가 나요 안 나요? 배신감이 들어요 안 들어요? 그런 캐릭터라서 책이 30권이나 나온 건 알긴 했지만 읽다 보면 또 어쩔 수 없는 게 독자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쓰면서 또 그라데이션 분노.

 
출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저자 리 차일드 Lee Child는 영국인 작가예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소설이 펼쳐지고 도시의 도로, 건물 등 묘사를 잘해서 의외였어요. 방송국 일을 하다가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뒤 쓴 첫 작품이 <추적자> (원제목은 Killing floor)입니다. 대대성공에 상도 두 개나 받아서 주인공 잭 리처로 시리즈물을 내고 있어요. 이미 30권이 나왔고 아직도 쓰고 있답니다. 제가 읽은 『하드 웨이』는 10번째 책이에요. 톰 아저씨가 주연한 영화 <잭 리처>, <잭 리처: 네버 고 백>이 이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거더라고요.



왼) 잭 리처 드라마 (출처: 아마존 프라임 IG) / 오) 잭 리처 영화 (출: 네이버 영화 포토)

 『하드 웨이』를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던 게 바로 잭 리처 드라마 덕분이에요. 주인공 앨런 리치슨을 우연히 알게 돼서 소설을 읽으니 그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이 그대로 나온 거 같아서 몰입이 더 잘 됐어요. 소설 애독자들이 제일 아쉬워한 게 톰 크루즈의 키와 체구가 소설 속 묘사와 너무 달랐다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소설 묘사와 거의 비슷한 배우가 나와서 액션도 잘하고 훌렁훌렁 잘 벗기도 해서 호평이 엄청났습니다. 흥행도 잘 돼서 시즌 3까지 (2025년 2월 20일 공개) 나왔어요. 조만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구독해야겠습니다.



 번역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잭 리처의 말투가 잘 어울려요. 무뚝뚝해 보이고 원리원칙 주의자 같은 느낌이 잘 묻어납니다. 그래서 원서 앞부분을 좀 봤는데 크게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쓰여서 원서도 읽을만할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 문장이 간결하고 잭 리처의 군더더기 없는 모습과 행동을 묘사하다 보니 글이 깔끔합니다. 군대 용어라든지 총에 관련해서 설명하거나 하는 소소한 부분은 느낌만 알면 되니까요. 원서를 볼 수밖에 없는 게 잭 리처 시리즈가 한국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어요. 번역본이 나오다 단종됐고, 그나마 있는 게 전자책으로 윌라와 밀라에 일부분이 있습니다. 윌라에 12권이 있고 그중 제일 앞쪽이 『하드 웨이』였어요. 표지가 통일성이 없고, 잭 리처 시리즈 표기도 엄청 작게 해놔서 이 부분은 좀 아쉬워요. 원서 표지도 제 스타일은 아닌데 그나마 7권 Persuader가 드라마 원작이라 좀 낫고 그 뒤로부터는 통일성도 있고 나름 봐줄만해요. 그러다 25권부터는 다시 감다죽... 킨들 전자책은 시리즈 앞권이 맨 앞에 고정이라 살말 고민이 됩니다.


추리물 좋아하면 꼭 보길 추천할게요. 풀어가는 과정이 참 쫄깃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셜록 홈스, 애거사 크리스티의 포와로 시리즈, 영화론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톰 크루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좋아하시면 분명 잭 리처 시리도 푹 빠질 거예요. 그러고 보니 톰 아저씨 추구미에 잭 리처 시리즈도 한몫한 거 같아요.


좋은 세상에 살아서 방구석에 누워 영미 소설 드라마 다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저 같은 사대주의 마이너 감성은 읽고 보고 즐길게 많아요.

언젠틀 오퍼레이션에 앨런 리치슨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잭리처 #하드웨이 #잭리처시리즈 #리차일드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스릴러 #수사물 #앨런리치슨 #JackReacher #TheHar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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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확장판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조기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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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베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픽사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된 건 <인사이드 아웃>을 봤을 때입니다. 그때 가진 기대감과 놀라움은 꽤 오래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픽사는 24년까지 총 28개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습니다. 픽사를 이 자리까지 있게 해준 건 <토이 스토리> 시리즈이지만 개인적으론 <루카>, <메이의 새빨간 비밀>, <메리다와 마법의 숲>, <코코>를 좋아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소재를 흥미롭고 재밌게 엮어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픽사라고 할 수 있겠죠.


 픽사의 전 CFO인 로렌스 레비의 책을 읽고 나서 『창의성을 지휘하라』을 만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입니다. 픽사의 성공을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에드 캣멀의 경영 방식과 신념을 배울 수 있었어요. 픽사의 특징이자 장점인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일련의 노력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었고 또 내가 속한 곳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고 11년 만인 2025년 확장판으로 나왔습니다. 확장판 서문과 함께 4개의 포스트스크립트가 추가되었습니다. 집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맥락을 위해서 다른 내용은 수정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11년간 엄청난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약간의 향수와 어제 같은 생생함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읽으면서 창의성을 떠올릴 때 갖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창의성이란 어느 순간 떨어지는 계시 같은 게 아니다. 두 번째, 창의성이란 세심하게 가꾼 환경 안에서 발휘된다. 에드 캣멀은 물리학을 전공한 경영자이기도 하지만 성실하고 끈질긴 연구가이기도 합니다. 픽사에 속하기 이전부터 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밀고 나가고 계속해서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합니다. 스스로 더 나은 조직을 이끌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철학자처럼 고민하고 행동심리학자처럼 조직 구성원을 연구합니다. 일종의 뇌과학자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에드 캣멀은 최근에서야 널리 알려진 '어리석은 인간'에 관해서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였고, 새로운 경영 방침을 시도할 때마다 기본 개념으로 바탕에 깔고 거기서부터 방식을 고안해 냅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지점은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픽사라는 곳으로 모였다는 거예요. 너무나도 유명한 스티브 잡스도 애플에서 쫓겨나 픽사를 경영하고 있었고,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의 꿈을 가진 에드 캣멀과 탁월한 이야기꾼 존 래스터 등이 하나씩 모였고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수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한 것이죠. 탁월한 사람은 탁월한 사람을 알아보는 법인가 봅니다.



픽사Pixar란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픽사란 이름은 앨비 레이 스미스와 로렌 카펜터의 머리에서 나왔다.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스미스는 스페인어에 친숙했고, 레이저laser같은 일부 영어 명사가 스페인어 동사처럼 보이는 현상을 흥미로워했다. 그는 그림을 제작하다to make pictures라는 의미를 담은 가상의 스페인어 동사 픽서pixer를 만들어내 새로운 컴퓨터의 이름으로 추천했다. 한편 로렌 카펜터는 레이더Rader라는 이름이 더 하이테크적인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 둘을 합쳐 픽사Pixar라는 이름을 생각해냈다.
P. 63


『창의성을 지휘하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변화와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에드 캣멀의 자세였습니다. 어느 정도 회사가 규모가 커지고 인정을 받으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에드 캣멀에게 안정적인 상태는 현상 유지가 아니라 성장하는 유기체와 같은 조직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언제나 강조한 점은 '실패는 당연한 것'으로 필요 악이 아닌 '피할 수 없는 귀결'이라고 한 것이죠.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실패는 일부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픽사 안에서 자유롭게 실패하고 알맞은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빨리 성정하기 위해 실패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우리 사회와는 정반대의 가치관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일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회사에서도 너무도 당연한 실패를 경험할 수 없기에 우리 사회가 작은 실패에도 크게 무너지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패에 적절하게 접근하면,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이 이 같은 주장을 '실패는 필요악'이라고 해석한다. 실패는 필요악이 아니다. 전혀 '악하지' 않다.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P. 184




 더욱더 흥미로운 점은 에드 캣멀이 경쟁 회사이기도 하면서 협력사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업도 동시에 관리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기업문화 비교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애니메이션 작가, 작화가, 기술자 등이 모인 곳인데 경영 방침에 따라 두드러지게 다른 결과를 내는 모습도 이 책의 특징이 되겠죠.







 창의적인 작업을 하시는 분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시는 분들 모두 읽어보길 권하고 특히 조직관리에 어려움을 느낀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직접 일해보기 전까진 타기업의 조직을 경험하긴 쉽지 않거든요. 경영진부터 신입 직원까지 함께 읽고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의사소통과 문제 개선에 목표를 두고 접근한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조직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문장수집

이 책의 목적은 창의적인 성공을 위한 길을 간단명료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지속적인 과정에 대한 것이다. 그런 문화를 이루려면, 사람들이 예상치 못했던 실수, 편차, 위험도 생각해야 한다.
P. 6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따로 있다. 그것은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그 중 상당수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인정한다는 점이다.
P. 12



내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을 관찰하면서 흥미를 느낀 대목은 기업의 흥망성쇠나 기술진보에 따른 업계의 지각변동이 아니라, 외부 경쟁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기업을 파멸로 몰고 가는 조직 내부의 문제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영자들의 맹점이었다.
P. 17


기업 내부에는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를 저해하는 위협 요소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발견하고 해소하는 것이 중간관리자와 경영자의 임무다. (중략) 나는 이 중에서 불확실성, 불안, 소통 부족,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처하는 메커니즘이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P. 19


문제들에 대처하는 관건은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복잡한 일이다.
P. 31


이반 서덜랜드 교수와 데이브 에번스 유타대학 컴퓨터공학과 학장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재능 있는 학생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여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학생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작업할 공간과 컴퓨터를 제공한 뒤, 컴퓨터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도록 놔뒀다. 그 결과, 유타대학 컴퓨터공학과에는 상호 협조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이곳에서 감명받은 나는 훗날 픽사에서 이런 조직문화를 재현하고자 했다.
P. 39


우리는 혈기왕성했고, 컴퓨터공학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런 자부심은 어떤 칭찬, 격려보다 우리가 열심히 연구하도록 자극시키는 동기가 됐다.
P. 40


나와 학우들은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보호받으며 높은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기에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P. 49


하지만 나는 앨비 레이 스미스와 상의한 끝에 컴퓨터그래픽 연구소의 연구 내용을 외부인들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축적한 연구 성과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독점한 채로 놔두면 오히려 목표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P. 56


내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얘기한 것은 유타대학에서 형성된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였다. 나는 유타대학 시절부터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P. 59


픽사Pixar란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픽사란 이름은 앨비 레이 스미스와 로렌 카펜터의 머리에서 나왔다.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스미스는 스페인어에 친숙했고, 레이저laser같은 일부 영어 명사가 스페인어 동사처럼 보이는 현상을 흥미로워했다. 그는 그림을 제작하다to make pictures라는 의미를 담은 가상의 스페인어 동사 픽서pixer를 만들어내 새로운 컴퓨터의 이름으로 추천했다. 한편 로렌 카펜터는 레이더Rader라는 이름이 더 하이테크적인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 둘을 합쳐 픽사Pixar라는 이름을 생각해냈다.
P. 63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제대로 표현하면 종종 시각적 결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P. 72


성공해야 할 필요성과 무지의 결합만큼 신속한 학습 비결은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해 봐서 안다.
P. 82


에드워드 데밍과 도요타의 접근법은 제품 생산 과정에 밀접하게 관련하는 사람들에게 제품의 품질을 높일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중략) 제품 생산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제안하고, 문제 해결에 기여해 회사를 키우는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다.
P. 88


나는 데밍의 이론을 연구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통해 경영 이론의 틀을 잡을 수 있었다. 그의 품질관리 이론은 '모든 직원은 먼저 허락받지 않은 채,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라는 민주적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P. 89


나는 점점 더 힘이 빠졌다. 픽사 사장직에서 물러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련들을 겪는 와중에 재미있는 일도 벌어졌다. 잡스와 나는 점차 함께 일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P. 93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이렇게까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비록 직원들 자신이 원할지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P. 118


적합한 팀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선결 조건이다. (중략) 정말로 핵심 관건은 이런 인재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중략) 경영자가 직원 개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팀이 돌아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좋은 팀은 서로 보완해 주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중략) 업무에 적합한 인재들의 상성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
P. 120


"괜찮은 아이디어와 괜찮은 인재 중 어느 쪽이 더 가치 있을까요?"
내가 2년간 만난 청중 중에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숙고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 사람만이 내가 던진 질문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없으면 아이디어도 없다. 따라서 사람이 아이디어보다 중요하다.
P. 121


정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방안 중 하나는 정직honesty이라는 단어를 뜻은 비슷하지만 윤리적 함의는 적은 단어인 솔직함candor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다.
P. 136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다른 기업의 피드백 메커니즘과 다른 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볼 때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스토리텔링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사람들, 대게 작품 제작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중략) 둘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지시할 권한이 없다. 이는 중요한 차이다.
P. 145


아이디어 제공자가 아이디어를 자신과 동일시하면 아이디어가 비판받을 때 자신이 공격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건전한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이런 등식에서 역학 관계를 제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문제를 지적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P. 147


사람들은 비평 받는 자리에 가는 것을 치과에 가는 것처럼 두려워한다. 비평 받을 때 위협을 느끼고 불쾌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대처하는 관건은 피드백 집단의 관점이 자신과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P. 157


몇 달마다 한 번씩 직원들을 모아놓고 솔직하게 토론하라고 맡기면 저절로 기업의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P. 161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하도록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경영자가 자신의 실수, 자신이 실패에 기여한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직원들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P. 187


픽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독려하는 '시행착오 반복'은 최대한 빨리 틀려 학습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접근법이다.
P. 191




#픽사 #창의성을지휘하라 #에드캣멀 #북폴리오 #윤경태옮김 #조기준옮김 #디즈니 #경영혁신 #인재경영 #확장판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인사드아웃 #경영경제서추천


실패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패에 적절하게 접근하면,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이 이 같은 주장을 ‘실패는 필요악‘이라고 해석한다. 실패는 필요악이 아니다. 전혀 ‘악하지‘ 않다.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P. 184 - P184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따로 있다. 그것은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그 중 상당수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인정한다는 점이다.
P. 12
- P12

문제들에 대처하는 관건은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복잡한 일이다.
P. 31
- P31

성공해야 할 필요성과 무지의 결합만큼 신속한 학습 비결은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해 봐서 안다.
P. 82
- P82

에드워드 데밍과 도요타의 접근법은 제품 생산 과정에 밀접하게 관련하는 사람들에게 제품의 품질을 높일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중략) 제품 생산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제안하고, 문제 해결에 기여해 회사를 키우는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다.
P. 88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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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플레임 2 엠피리언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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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 최초의 여섯이 남긴 비밀 그리고 전쟁 
멈출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아이언 플레임 2』이 출간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매번 감탄하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쫄깃하게 사건을 엮어갈 수 있는 건지요. 레베카 작가님 정말 대단해요!


 『아이언 플레임 2』는 이랑 IRANG 작가님의 특별 일러스트 커버와 보드가 한정판으로 나왔어요. 새로운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는 거! 예스24에서는 포스 윙 시리즈 구매 권당 에나 작가님의 <포스 윙> 일러스트 투명 노트 커버 증정도 하니 이왕이면 선물도 챙기세요.

 


 『아이언 플레임 2』을 관통하는 주제는 '단단한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포스 윙>에서 보인 가시적인 성장보다 금속을 제련하듯이 담금질하는 성장을 의미합니다. 바이올렛의 주변의 관계가 확장되고, 뻗어나간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노력이 더해집니다. 더불어 베닌과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아이언 플레임 1>에서부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제가 제일 사랑하는 바이올렛의 정체성 중 하나인 이타심이 『아이언 플레임 2』에서 더 빛납니다. 목숨을 달려있는 위험한 상황에서조차 바이올렛은 타인을 생각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아요. 이로 인해서 좁혀질 수 없을 것 같은 타인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절대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신뢰가 싹틉니다. 제이든과 테른 그리고 앤다나가 속 터지는 건 뭐 어쩔 수 없겠지만요.



바이올렛의 명석한 서기의 두뇌가 『아이언 플레임 2』에서 더더욱 빛을 발합니다. 거의 명탐정 셜록 홈즈같은 추리력을 볼 수 있어요. 저는 중요한 부분이 나오기 전에 책을 덮고 잠시 머리를 굴려봤는데요, 정말 몰라서 결국 책을 펼치고 충격적인 얼굴로 몇 번을 읽었나 모르겠어요. 역시 몰라야 더 재밌지!라고 약간의 위로를 더했습니다.


 캐트리오나(이하 캣)와의 관계는 <포스 윙>에서부터 예견되었죠. 『아이언 플레임 2』에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최초의 여섯인 워릭의 일기장을 훔쳤으니 아레티아에서 보호석을 세우는 일을 시도할 거구요. 베닌이 어떻게 전쟁을 시작할지는 온 상상력을 동원해도 예상하기 어려울 거예요. 그리고 이번엔 매 챕터 시작마다 적힌 글귀가 정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꼭 신경 써서 읽길 바랄게요. 엠피리언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님들이 멋진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어보면 좋겠어요.




 기대했던 대로 드래곤의 비중이 좀 늘었어요. 앤다나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테른의 하늘을 찌를듯한 자신감과 약간의 거만함은 진짜! 독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매력 포인트에요. 아마 작가님이 6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다양한 청소년기를 겪어봐서 그런지 이런 부분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반영된 거 같아요. 테른의 잘난 척은 어이없는 눈알 굴리기를 불러내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레베카 야로스 작가님이 캐릭터를 잘 잡고 필력이 뛰어난 걸 반증하는 거겠죠.




 아이언 플레임의 뜻이 궁금하지 않나요? <아이언 플레임 1>을 읽었을 때만 해도 루미너리로 무기를 만드는 대장간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아이언 플레임 2』를 다 읽어보니 제가 처음에 언급한 성장 즉 '담금질'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대장간의 불꽃이 강한 열로 철의 불순물을 없애주잖아요. 이처럼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관계, 주인공의 성장과 전쟁을 준비하면서 동맹을 맺는 여러 가지가 모두 성장의 '담금질'이고 이후 세 번째 이야기 <오닉스 스톰>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빨리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네요.


 Onyx Storm 원서는 25년 1월 21일 미국에서 출간됐고, 오닉스 스톰 한국어 번역본은 25년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북폴리오 힘내서 빨리 내주세요!






**주의**


여기서부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된 부분을 오랜 시간을 들여 정리했습니다. 혹시라도 저 같은 궁금증을 가진 독자분들이 있으면 도움이 될 거예요.






후루룩 읽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 3가지


 흡수 능력자란? 
마지막에 소른게일 장군(릴리스 소른게일, 바이올렛의 엄마)이 드래곤 에임시르와 함께 보호석에 마력을 채워 넣고 죽습니다. 이때 슬론(흡수 능력자)를 통해서 마력을 채워 넣지요. 바이올렛의 마력도 한참이나 부족했는데 소른게일 장군의 마력으로 보호석이 충전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흡수 능력자인 '슬론'을 통해서 마력을 흘려 넣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언 플레임 2 P. 407을 보면 소른게일 장군이 "이렇게 큰 보호석을 단숨에 채울 순 없어. 라이더 수백 명이 온다 해도 안 되는데, 지금 우리에겐 그럴 숫자도 없다."라고 말하죠.

이이언 플레임 2 P.241 챕터 53의 시작 글귀를 보면 슬론(흡수 능력자)의 능력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마력을 충전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은 매우 드물고, 자동으로 그게 가능한 고유 능력은 하나뿐이다. 흡수 능력.
_ 달턴 시스네로스 소령, 《고유 능력 연구》 ㅣ 챕터 53

즉, 바이올렛은 흡수 능력자의 능력을 정확히 몰랐기에 목숨을 걸고 혼자서라도 보호석의 마력을 채워 넣으려고 했던 거고, 소른게일 장군은 흡수능력자의 능력을 알았기에 이 능력을 이용한다면 어떻게든 가능할 거라 예상한 거죠. 슬프지만 전쟁 중 급박한 상황이기에 소른게일 장군과 그의 드래곤 에임시르의 희생이 불가피했어요.


 베닌의 등급은 두 가지 - 세이지와 아심 
엠피리언 시리즈에 나오는 베닌은 두 종류예요. 쉽게 말하면 스승과 제자 정도로 볼 수 있지요.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꿈에 나오고 다른 베닌이 스승이라고 부르는 세이지가 있고, 제자인 아심이 있습니다.

세이지 Sage는 영어로 현자를 뜻합니다. 특정한 이름이 아니고 그저 훈련을 많이 하고 더 많이 알고 있는 스승 중 하나고, 바이올렛과 제이든이 레손에서 만났고 이들이 꿈에 나타나는 특정한 세이지를 칭하기 위해서 원서에서는 the Sage(대문자 표기)로 나옵니다. 아이언 플레임 2에서는 스승/베닌/세이지 혼용해서 표기하기 때문에 조금 헷갈릴 수 있어요.

아심 asim은 레베카 야로스 작가가 만든 단어 같아요. 영어사전에 나오지 않고, 아이언 플레임 2 P. 371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처음에 안심의 오타인줄 알았어요. 크게 중요하지 않기에 번역가분이 주석을 달지 않은 것 같지만 알고 읽으면 더 재밌겠죠.


 
 떡밥 회수- 제이든과 앤다나 
제이든은 바이올렛이 원하는 만큼을 딱 안다라고 <포스 윙>에서부터 나옵니다. 특히 둘이 은밀한 시간을 보낼 때요. 로맨스 소설의 클리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제이든이 인틴식 inntinnsic이었죠. (아이언 플레임 2 P. 280) 인틴식 inntinnsic은 영어사전에 없는 단어로 레베카 야로스 작가가 만든 단어로 보입니다. 쳇 GPT에 의하면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마음이나 의식을 뜻하는 inntinn과 영어로 고유한, 본질적인을 뜻하는 intrinsic을 결합한 단어로 추측합니다.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마음을 읽는 능력과는 차별화되는 게 제이든은 '일종의 인틴식 a type of inntinnsic'이라고 했고 '의도'가 명확할 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레베카 야로스 작가의 뛰어난 점이자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해주죠.

앤다나가 다른 드래곤과 달리 잠을 많이 자고, 어느 순간부터는 검은 비늘이 거울처럼 반사한다고 나옵니다. 날개를 펴는 데 한참 걸리고, 나는 것도 서툴고 화염도 나중에 뿜죠. 또 굴에서 가장 연장자가 될 거라고 말합니다. 이 모든 게 일곱 번째 드래곤 종이라건 암시하는 떡밥이었던 거죠. 독자는 바이올렛처럼 청소년 드래곤을 못 봤기에 비교 대상이 없어 그러려니 하고 너머는 부분입니다.



보너스!
미국에서는 엠피리언 시리즈 세 번째 오닉스 스톰이 출간됐습니다. 서점에서 출간 파티부터, 타임스퀘어 전광판 홍보, 구글 검색 에그 이스터까지 온 미국이 오닉스 스톰으로 떠들썩합니다.
구글 이스터 에 링크 남겨둘 테니 가서 해보세요. 테른과 앤다나를 보는 재미가 있어요.


 구글 이스터 에그 클릭 클릭




#문장수집

그 가슴에 날카롭게 파인 은빛 선을 보는데 중력이 변하는 기분이었다. 그건... 맙소사. 등에 있는 다른 상처들과 똑같은 길이였다. 제이든은 이제 낙인자들만 책임지는 몸이 아니었다. 나도 책임지고 있었다. 내 선택과 내 충성심에 대해 책임졌다. 그대와 달리 나바르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아레티아에 대한 충성을.
P. 21


앤다니가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난 망가지지 않았어." 가슴이 철렁했다. "네가 망가졌다고 한 적 없어." 나는 속삭였다. 젠장. 젠장. 젠장. 내가 앤다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어. (중략)
"청소년들이란." 테른이 그르렁거렸다. "특히 배고플 때는 참아줄 수가 없지."
P. 27


"그럴 수밖에 없었지. 근데 난 새 이름이 마음에 들어. 아이서레이는 티렌더어로 '부활했다'는 뜻이거든." 여전히 나에게 브레넌은 그냥 브레넌이었다.
P. 34


"바이올렛이 일리 있는 지적을 하는데." 앤다니가 맞장구쳤다. "테른, 루미너리를 들고 올 수 있어?"
"모욕적인 질문이로구나."
"모욕당한 채로 루미너리를 들고 올 수 있어?" 앤다나가 도발했다.
테른이 그르렁거렸다.
P. 39


여섯 생명의 피를 하나와 섞어 철의 비 속에서 그 돌에 불을 붙였다.
- 루세라스의 워릭이 남긴 일기장 (바이올렛 소른게일 생도 번역) / 챕터 39
P. 45


자네는 학년에서 제일 강력한 라이더, 어쩌면 자네 세대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라이더가 될 예정인데도 그저 요랸한 빛의 쇼밖에...
(중략)
그리고 자네는 겨냥을 못할 뿐만 아니라 통제도 못하는군.
P. 61 ㅣ 펠릭스


제이든은 무기일지 모르지만, 나는 재해였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해서 주위 사람들이 고통받는 상황엔 질렸다.
P. 66


"그만 좀 위협해요. 테카루스에게 루미너리를 요구하기도 전에 사고가 나는 일만은 피해야 했다. "저것들이 열등한 걸 내가 어쩌겠느냐."테른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확연했지만, 수평비행으로 궁전의 세 번째 테라스 앞에 펼쳐진 반짝이는 잔디밭에 접근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중략)
"우린 괜찮을 거예요. 테른은 걱정이 너무 많아요."
"두고 보면 알겠지."
P. 70


"아직도 그 사람이 당화하거나 자제력을 잃는 남자가 아니라는 걸 모른다면, 당신도 정말이지 희망이 없네요. 에너지를 아껴요. 그 사람은 당신이 어떤 싸움을 걸든 어린애 같다고 생각할 테니까."
젠장. 그 말이 맞다. 내가 무러 하는 거지? 제이든은 당황하는 법이 없고, 그것도 나 때문에 당황하는 일은 절대 없다.
P. 85


삐걱대는 소리를 내면서 쪼개지다가 산산조각이 나는 나무. 바닥에 떨어져 부딪히는 단검 소리. 심장이 쿵쿵 울리는 느낌. 환희가 골수에 자리 잡으면서 밭아지는 숨. '한 번도 이렇게 통제력을 잃어본 적이 없어.' 퍼뜩 스친 기억이 내 중심을 흔들자 머리가 다시 맑아지면서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향한 참을 수 없는 질투를 걷어낼 수 있었다.
P. 86


"난 아직도 당신에게 많이 화나 있어." 나는 턱을 들어 올렸고, 이런 자세를 취하는 나에게도 화가 났다. 이 모든 괴상한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
"마찬가지야." 그는 내 머리카락에 한 손을 넣더니, 척추 끝에 손가락을 대면서 잇새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여전히 너를 미친 듯이, 걷잡을 수 없이, 통제 불능으로 사랑하면서 동시에 화가 나는 것도 가능하지."
P.
87


"당연한 말을 하는구나. 내가 널 태우고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는데 굳이 왜 그러겠느냐?" 테른이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굴리는 느낌이 들었다. "넌 그리폰 같은 열등한 것들과 계약하지 않았다. 드래곤들과 계약했지. 저놈들이야 좀 걸으면서 능력을 증명하라고 해라."
"플라이어들은 오히려 우리가 능력을 증명하길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요."
"넌 드래곤의 선택을 받았어. 그걸로 증명은 충분해."
P. 111 ㅣ 바이올렛과 테른의 대화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우리가 저들을 믿어야 해요."
"그래야겠지."
P. 119 ㅣ 바이올렛과 테른의 대화


"훌륭한 아이디어였다고 말해주진 않는 거예요?"
테른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작년에 널 선택한 것부터가 머리가 좋아서였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칭찬받고 싶다는 거냐? 이상하기도 하지."
"테른에게 감명을 주기란 불가능하군요."
"나는 드래곤이고, 블랙 모닝스타테일이다. 내 가계도는...."
"네, 네." 나는 테른이 가계도를 줄줄이 읊기 전에 말을 끊었다.
P. 145


"크리사 벌린." 드베라는 임관한 플라이어 명단을 읽기 시작했다. "마이카 랜프루...."
"마이카!" 오른쪽에서 낮고 으르렁대는 듯한 비명이 터졌고, 한 남자가 무릎을 꿇자 모두가 플라이어들의 대열 중앙 가까이 선 부대로 고개를 돌렸다. 부대원들이 몸을 돌리고 그를 다독였다.
P. 149


"눈을 파내버려." 앤다나가 제안했다. "정말이야. 눈이 제일 부드러운 조직이거든. 엄지손가락을 찔러 넣고...."
"앤다나! 상식을 좀 활용해라." 테른이 날카롭게 말했다. "슬개골이 더 쉬운 목표다."
"조용이 해요." 나는 차단벽을 쾅 닫아서 테른과 앤다나를 최대한 조용히 시켰다.
P. 176


죽여버리겠어. 감히 내가 루엘라의 추락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비낸해? 제이든이 자기를 떠난 게 나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말해? 집어치워. 감히 내 걸 노리다니. 그는 왕관이 아니야. 그는 권력을 얻기 위한 디딤판이 아니야. 그는 누굴 올려 세워줄 도구가 아니야. 그 사람 자체가 전부지.
P. 182


"나도 알아." 그는 의자 팔걸이에 손을 버티고 몸을 기울여 입술을 살짝 겹쳤다. "그리고 넌 내가 라이오슨인데도 날 사랑하지. 다른 이유도 많지만 그것 때문이라도 난 언제나 널 선택할 거야."
P. 187 ㅣ 제이든


"다시 중심을 찾아야 해, 바이올렛. 이건 내가 대신해줄 수 없어." 그는 내 시선을 붙들고 그 말을 이해시킨 후에 덧붙였다. "너는 논리와 사실로 살아가는 사람인데, 네가 아는 모든 것이 거꾸로 뒤집히고 흔들렸지. 그 점에 대해 내가 얼마나 미안한지 넌 모를 거야. 하지만 계속 그렇게 앉아서 희망만 품을 수는 없어. 넌 변해야 하고, 방법을 알아내야 해. 건틀릿 때처럼.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그는 작년에 했던 말을 훨씬 상냥하게 바꿔 말했다.
P. 199


"내가 널 선택했다. 드래곤은 실수하지 않아."
"그렇게 자신감 넘치게 살면 어때요?"
"그야... 그냥 사는 거지."
P. 215 ㅣ 바이올렛과 테른의 대화


"하지만 너는 훨씬 더 위험한 것, 훨씬 더 부질없는 것 때문에 돌아설 것이다." (중략) "때가 오면 네가 직접 보호막을 무너뜨릴 것이다." (중략) "그리고 네가 그런 일을 하는 건 힘처럼 진부한 것을 위해서도, 탐욕처럼 만족하기 쉬운 것 때문도 아닐 게다."그는 가만가만 장담한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비논리적인 것, 사랑을 위해서일 게다. 아니면 너는 죽겠지." 그는 어깨를 으쓱인다. "너희 둘 다 죽을 거야."
P. 233


"네가 날 수 있는 거리보다는 멀 거다, 작은 아이야." 테른이 덧붙였다.
"어제는 한 시간 동안 날았다고." 앤다나가 반박했다. 이제 앤다나는 반박만 하고 살았다. 테른이 풀밭은 녹색이라고 하면, 오직 풀밭 색깔을 바꾸기 위해 양의 배를 가를 정도였다.
P. 235


자연스럽게 마력을 충전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은 매우 드물고, 자동으로 그게 가능한 고유 능력은 하나뿐이다. 흡수 능력.
_ 달턴 시스네로스 소령, 《고유 능력 연구》 ㅣ 챕터 53
P. 241

The art of imbuing comes naturally to only a handful of signets, and automatically only to one: the siphon.
_ A study on singets by Major Dalton Sisneros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거야?" 캣이 물었다.
"네가 잘못했따고 생각하는 일이 있기는 해? 한 번이라도?" 나는 계속 걸어가면서 물었다. "솔직히 자신감이라는 면에서는 네가 드레곤보다 더 지독할 것 같은데."
"오만함이야." 앤다나가 내 말을 정정했다. "저 플라이어에겐 자신감이라는 말을 뒷받침할 만한 기술이 없어."
콧방귀가 나왔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은 위험해질까 봐 참았다.
P. 243


슬론의 손을 할퀴었지만, 반항할수록 힘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견디기 힘든 마력의 열기가 약해지더니 슬론이 비명을 지르며 나를 떨어뜨렸다. (중략) "내가 네 마력을 빨아들였어." 슬론이 덜덜 떨리는 두 손을 들고 남의 손을 보듯이 노려보았다. "내가 빨아들였다고!" 슬론이 내 어깨를 덥석 잡으면서 어둠에서 내 시선을 돌렸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P. 258


"미안해. 작년을 바꿀 수는 없어. 그리고 넌 내가 왜 비밀을 숨겼는지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날 용서한 것 같지 않아."
"내가...." 그런가? 내 몸을 끌어안고 서서 머리 위로 날아가는 열 마리의 드래곤 무리를 지켜보려니 제이든이 한 거래, 제이든이 우스꽝스러운 질문들로 나를 시험한다는 사실로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제이든은 나에게 등에 있는 흉터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동굴 속에서 의심을 품게 된 그와 스게일과의 계약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비밀이 더 있을까?
P. 263


"난 그 거래에 화가 난 게 아니야." 어째서 이해를 못하지? "내가 화가 난 건 당신이 그걸 나에게 숨겻고, 터놓고 말했어야 할 일들을 두고도 내가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야. 가끔은 당신이 누군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체 어떻게 당신을 계속 사랑하라는 거야?" (중략)
"어떻게 우리가 다섯 달이 지나도록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나에게 말할 수도 있고, 말하지 않을 수도도 있지만, 나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추측하는 데 질렸다.
P. 264


"당신 가설을 시험해볼까. 내가 진실을 요구하길 바란다고? 당신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줘?" 나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부디 그래줘." 그는 나를 부추겼다.
"당신의 두 번째 고유 능력은 뭐야?"
그는 눈을 크게 뜨더니,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지면서 손을 떨궜다. 내가 제이든 라이오슨에게 충격을 주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모양이었다.
P. 267


"때가 됐다." 테른이 말했다.
드레곤들이 한 몸처럼 숨을 들이마시더니 여섯 줄기의 화염을 방 안에 내뿜었고, 바로 공기가 따뜻해졌다. 이래서 보호석이 있는 방의 천장을 열어둔거였다. 별들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드래곤들이 접근해서 이런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P. 272


"누군가의 사랑이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일 것 같아?" 그는 하늘을 살폈다. "하루? 한 달? 아무 경험이 없어서 묻는 거야."
P. 276 ㅣ 제이든


"그냥 말해줘." 나는 손을 뻗어 그의 팔등을 잡았다. "내가 당신 곁에 남으리라 믿는 이유가, 내가 당신이 한 제일 사악한 짓을 모른다 해도 당신이 뭘 할 수 있는지는 아니까라고 했잖아. 하지만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난 몰라."
어떻게 된 것지 우리는 둘 다 서로를 온전히 믿지 못하던 몇 달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P. 277


당신이 옳았다는 걸 안다 해도 그래. 내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지 못한 건 답이 두려워서였어. 그리고 아마 지금도 그럴 거야. 당신은 나에게 숨기는 게 없었던 적이 없잖아. 내 인생의 거의 모든 사람이 나에게 비밀을 만들었어. 내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내가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이고 더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당신이 나에게 모든 걸 말할 수 없는 때가 있으리라는 건 이해해. 라이더로서 우리의 본성이 그렇다는 것도. 하지만 뭘 물어봐야 하는지를 내가 알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나에게 실패의 덫을 놓는 건 그만해야 해.
P. 311 ㅣ 바이올렛


나도 멈출 수가 없어. 멈추고 싶지도 않아. 당신은 내 중력이야. 당신이 없으면 내 세상은 하나도 돌아가지 않아.
P. 312 ㅣ 바이올렛


"난 우리 굴에서 제일 연장자가 될 거야." 앤다나가 날아가는 새 떼를 따라 목을 구부렸다. (중략)
"나도 아직 중년이다." 테른이 투덜거렸다. "넌 한참 기다려야 할 걸."
"진짜?" 앤다나는 몸을 흔들어서 고정장비를 좀 더 편한 위치로 옮겼다. "테른은 원로가 된지 수십 년은 넘은 줄 알았어. 꼭 원로처럼 행동하잖아."
테른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앤다나를 보고 눈매를 좁혔다.
"백 살보다 늙은 느낌은 전혀 안 나요." 나는 테른을 안심시킨 다음, 캣과 함께 다가오는 메런에게 미소를 지었다.
P. 324


"테른과 스게일은 언제쯤이면 그렇게 먼 거리에서도 소통할 수 있게 될까요?" 우리는 순식간에 난간다리를 건넜고, 테른은 왼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꽤 걸리지. 그라임과 메이즈는 반려가 된 지 수십 년이야."
P. 329


"네 사고 방식이 점점...." 테른이 입을 열었다.
"브레넌 같아요?" 나는 와이번이 우리 영공으로 들어오는 순간 말했다.
"테른 같구나." 스게일이 목을 쭉 뻗고 적을 향해 쇄도하면서 대답했다.
P. 370


"직접 알아내지 못한다면 알 자격이 없어." 앤다나가 콧김을 뿜었다. (중략) 앤다나가 내 손에 머리를 기댔다. "넌 나만큼이나 독특해. 우린 같은 것을 원하고."
"내가 라이더가 될 줄은 알 수 없었을 텐데."
"그래도 우린 이렇게 됐지."
P. 405


"넌 날 사랑해." 그는 속삭였다.
"그래, 내가 사랑하는 거 알잖아." 나는 제이든의 손을 잡았고, 그가 내쪽으로 몸을 돌리면서도 눈을 내리깔자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무서워할 게 뭐가 있는데 그래, 제이든? 그놈이 뭐라고 했는데? 뭘 봤는데?"
P. 418

#아이언플레임2 #레베카야로스 #이수현옮김 #북폴리오 #포스윙 #로맨스판타지 #판타지 #드래곤 #판타지로맨스 #로판추천 #로맨타시



제이든은 무기일지 모르지만, 나는 재해였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해서 주위 사람들이 고통받는 상황엔 질렸다.
P. 66 - P66

"난 아직도 당신에게 많이 화나 있어." 나는 턱을 들어 올렸고, 이런 자세를 취하는 나에게도 화가 났다. 이 모든 괴상한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
"마찬가지야." 그는 내 머리카락에 한 손을 넣더니, 척추 끝에 손가락을 대면서 잇새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여전히 너를 미친 듯이, 걷잡을 수 없이, 통제 불능으로 사랑하면서 동시에 화가 나는 것도 가능하지."
P.
87 - P87

"나도 알아." 그는 의자 팔걸이에 손을 버티고 몸을 기울여 입술을 살짝 겹쳤다. "그리고 넌 내가 라이오슨인데도 날 사랑하지. 다른 이유도 많지만 그것 때문이라도 난 언제나 널 선택할 거야."
P. 187 ㅣ 제이든 - P187

"내가 널 선택했다. 드래곤은 실수하지 않아."
"그렇게 자신감 넘치게 살면 어때요?"
"그야... 그냥 사는 거지."
P. 215 ㅣ 바이올렛과 테른의 대화
- P215

"하지만 너는 훨씬 더 위험한 것, 훨씬 더 부질없는 것 때문에 돌아설 것이다." (중략) "때가 오면 네가 직접 보호막을 무너뜨릴 것이다." (중략) "그리고 네가 그런 일을 하는 건 힘처럼 진부한 것을 위해서도, 탐욕처럼 만족하기 쉬운 것 때문도 아닐 게다."그는 가만가만 장담한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비논리적인 것, 사랑을 위해서일 게다. 아니면 너는 죽겠지." 그는 어깨를 으쓱인다. "너희 둘 다 죽을 거야."
P. 233 - P233

"난 그 거래에 화가 난 게 아니야." 어째서 이해를 못하지? "내가 화가 난 건 당신이 그걸 나에게 숨겻고, 터놓고 말했어야 할 일들을 두고도 내가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야. 가끔은 당신이 누군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체 어떻게 당신을 계속 사랑하라는 거야?" (중략)
"어떻게 우리가 다섯 달이 지나도록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나에게 말할 수도 있고, 말하지 않을 수도도 있지만, 나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추측하는 데 질렸다.
P. 264
- P264

"누군가의 사랑이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일 것 같아?" 그는 하늘을 살폈다. "하루? 한 달? 아무 경험이 없어서 묻는 거야."
P. 276 ㅣ 제이든 - P276

나도 멈출 수가 없어. 멈추고 싶지도 않아. 당신은 내 중력이야. 당신이 없으면 내 세상은 하나도 돌아가지 않아.
P. 312 ㅣ 바이올렛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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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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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
P. 7



 김지우 번역가님 북토크 때 귀띔해 주신 작품이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의 눈부신 친구>와 <잃어버린 사랑> (로스트 도터 영화 원작)의 저자 엘레나 페란테에게 영감을 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껏 기대감을 불어 넣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표지에 있는 검은색 일기장을 훔쳐보듯이 책의 첫 장을 펼치고 첫 문장을 읽습니다. 단번에 '잊을 수 없는 첫 문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바 데 세스페데스 Alba de Céspedes는 쿠바계 이탈리아 작가입니다. 『금지된 일기장』은 1952년도 작품이고 초역작입니다. 꽤 많은 작품을 썼고, 우리나라엔 『금지된 일기장』만 번역되었어요. 늦게 만나도 좋은 점은 이탈리아어 원전 번역이라는 거죠. 게다가 믿고 보는 김지우 번역가님이 번역해 주셔서 술술 읽힙니다. 읽다 보면 번역 작품이라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예요.



 『금지된 일기장』은 흡입력 있는 문체로 주인공 발레리아 코사티의 내면을 그려냅니다. 가제본이라 약 4분의 1 정도인 115쪽이지만 그 안에 담긴 발레리아의 감정과 생각은 무척 공감 가는 게 많아요. 배경인 국가만 다를 뿐이지 지금 우리가 부모님 세대와 겪는 가치관 차이, 역할 갈등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그 중심이 자녀였던 시기에서 부모님의 입장으로 옮겨 갔을 뿐이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이해하듯이 『금지된 일기장』을 지금 읽었기에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저 같은 나이에는 주인공 발레리아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아갔을 테니까요. 내가 결혼을 했다면, 자녀가 있었다면 발레리아의 고민과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예요.




예컨대 아티초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의 이면에는 전혀 다른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어머니는 내 내면에 쌓인 피로를 인지한 것이다. (중략) 이제야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내게도 이해할 수 없는 딸이 생겨서인 것 같기도 하다. 대신 이제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P. 74


가끔 엄마를 이해하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어린 나이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엄마의 행동과 말을 어느 순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감사하기도 하고 왜 이제서야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는 순간이죠. 발레리아는 몰래 일기를 쓰며 이런 경험을 빠짐없이 담아둡니다. 자신이 고집스레 고수한 스스로의 모습에 의문을 품기도 하고, 남편에게 불만이 있다고 깨닫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딸의 행동에 화도 내고 이해하려고 노력도 합니다. 모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소설이 무척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발레리아가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는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사회에서 정해준 역할을 해내는 것에 몰두해서 자신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니까요. 인지로 시작해서 고민하고 고뇌하는 발레리아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는 나만을 위한 서랍이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 9

나와 미렐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엄마인 나는 그런 투정을 할 권리조차 없다는 거다. 자식은 부모와 있는 것이 지겹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데, 왜 엄마는 자식이랑 있는 것이 지겹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P. 52



가제본이라 가장 중요할 때에 끝나서 정말 아쉬워요. 일기장을 산 것이 실수라고 시작하지만 삶에 큰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작품세계에 영감을 준 작품이라 그런지 『금지된 일기장』에서 풍기는 묘한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세계 2차 대전 직후 로마의 생활상과 몰락한 귀족, 중산층의 삶을 엿볼 수도 있고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결혼 인식의 변화가 흥미롭네요. 빨리 책을 주문해서 남은 이야기를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알바 데 세스페데스의 날카로운 시선을 다른 독자분들도 경험하면 좋겠네요.





#문장수집

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
P. 7


그러고 보니 이 집에는 나만을 위한 서랍이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 9


전에는 집에서 일어난 일을 곧바로 잊었는데, 일기를 쓰면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우선 머릿속에 저장해놓았다가, 대체 왜 그런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 건지 이유를 찾으려 한다. 일기장의 은밀한 존재는 내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지만, 솔직히 그 덕분에 내 삶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P. 30


어쩌면 휴식을 거부하는 나의 굳은 의지는 피곤이라는 행복의 원천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P. 36


침묵 속에서 조금씩 지난 몇 년간 나와 친구들 사이에 생긴 거리감이 그들 중 내가 유일한 직장인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만 경제적인 필요를 자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또래 친구들보다 왜 내가 성숙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P. 45


이제 무슨 일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일기장의 존재가 느껴진다. (중략)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중략)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 50


나와 미렐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엄마인 나는 그런 투정을 할 권리조차 없다는 거다. 자식은 부모와 있는 것이 지겹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데, 왜 엄마는 자식이랑 있는 것이 지겹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P. 52


굳이 글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대화 내용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중략)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P. 69


예컨대 아티초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의 이면에는 전혀 다른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어머니는 내 내면에 쌓인 피로를 인지한 것이다. (중략) 이제야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내게도 이해할 수 없는 딸이 생겨서인 것 같기도 하다. 대신 이제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P. 74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결혼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P. 94


지갑에 돈이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 자신이 더 나약하게 느껴졌다. 그 돈으로 인해 우리의 빈곤을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나약함으로 인해 미렐라의 나약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무기력함으로 인해 미렐라의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렐라를 구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어쩌면 그애조차 자신을 구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P. 96


솔직히 말하자면, 스무 살 때 나는 미렐라와 전혀 달랐던 것 같았다. (중략) 미켈레를 만나기 전부터,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그들은 내 소명이기 이전에 내 운명이었다. 나는 그저 내 운명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잘 생각해 보니 미렐라가 불안한 이유는 복종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 선택원은 부모와 자식 관계, 남녀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P. 105


#금지된일기장 #알바데세스페데스 #김지우옮김 #한길사 #가제본서평단 #이탈리아소설 #이탈리아문학 #이탈리아소설추천 #아니에르노추천 #줌파라히리추천 #엘레나페란테작품세계에영감을준작가

그러고 보니 이 집에는 나만을 위한 서랍이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 9 - P9

전에는 집에서 일어난 일을 곧바로 잊었는데, 일기를 쓰면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우선 머릿속에 저장해놓았다가, 대체 왜 그런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 건지 이유를 찾으려 한다. 일기장의 은밀한 존재는 내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지만, 솔직히 그 덕분에 내 삶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P. 30 - P30

침묵 속에서 조금씩 지난 몇 년간 나와 친구들 사이에 생긴 거리감이 그들 중 내가 유일한 직장인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만 경제적인 필요를 자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또래 친구들보다 왜 내가 성숙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P. 45 - P45

나와 미렐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엄마인 나는 그런 투정을 할 권리조차 없다는 거다. 자식은 부모와 있는 것이 지겹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데, 왜 엄마는 자식이랑 있는 것이 지겹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P. 52 - P52

굳이 글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대화 내용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중략)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P. 69 - P69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결혼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P. 94 - P94

지갑에 돈이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 자신이 더 나약하게 느껴졌다. 그 돈으로 인해 우리의 빈곤을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나약함으로 인해 미렐라의 나약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무기력함으로 인해 미렐라의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렐라를 구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어쩌면 그애조차 자신을 구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P. 96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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