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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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로도 웃길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책은 이 책이 처음이지 않을까?










조세호 개그맨의 추천사가 일부만 수록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든다. 이 추천사로 더 유명해진 『유니콘: 유병재 대본집』이다.














초판 한정 유병재 등신대와 스티커 2종도 포함하고 있다. 유병재 씨 키가 한 15cm 정도 되는 거 같다. 스티커도 해학 넘치는 대사로 만들어 유쾌하지만 뼈 있는 말이라 직장인들이 한 번씩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겠다.













『유니콘: 유병재 대본집』은 책만 봐도 이해할 수 있게 등장인물과 배경 소개도 충실하고 12화 전편의 대본을 담았다. 마지막에 시트콤을 만든 사람들과 비하인드 스틸이 포함돼 있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조 이상인 창업한지 10년 이내의 비상장 기업으로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처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시트콤의 제목인 <유니콘>과 맞아떨어지지만 시트콤이 사라진 방송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시트콤이 좋은 기회로 만난 유니콘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시트콤을 보기 어려워졌다. 시트콤이 사라지는 이유는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로 방영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그에 비해 수익성이 적다. 그래서인지 오래간만에 만난 시트콤 <유니콘>이 반갑다.










<유니콘>은 12부로 매주 1개의 에피소드가 12주에 걸쳐 공개됐다. OTT 시대에 새로운 방식의 K-시트콤이라 할 수 있다.



신하균의 오랜 팬인 유병재는 <유니콘>을 통해 성공한 덕후가 됐다. 신하균의 작품을 오마주 하여 <유니콘> 곳곳에 넣었고, 신하균이 울고 웃고 노래하는 것도 보고 싶다고 하여 대본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작가의 재능과 능력이 엿보이는 부분은 어디서 비꼬는 것인지 어떻게 해학적으로 풀어내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기획안을 보면 세세한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한 것을 뒤엎는 재미는 삶에 재미를 준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론 말 못 할 뼈 있는 말을 대신해주니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다. 나처럼 회사 생활을 한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할 것이다. 허례허식 가득한 회사 규정에 어이없는 모습을 서서 회의하는 모습에 녹여내기도 하고, 대표자의 재능 낭비와 잘못된 의사결정을 237만 원짜리 다운펌 기계 챠브네(Hchavne H는 묵음)로 보여주기도 한다.









시트콤 자체를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과 대사를 다시 곱씹어 볼 수 있는 대본집의 매력도 크다.



볕 좋은 가을 날 시트콤과 함께 대본집을 보며 해학의 웃음으로 가득 채워 보자.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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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헤르만 헤세의 정원 탁상달력 2023 북엔 달력
북엔 편집부 지음 / 북엔(BOOK&_)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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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2년도 100일이 채 남지 않았네요.

코로나로 어떻게 보냈나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새로 시작할 2023년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D

 


 


 


 

 

사회적 거리도 풀리고 뭔가 코로나 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새해에는 뭔가 좋은 일이 잔뜩 생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새해를 기다리게 만드는

2023년 신년 달력을 보니 더더욱 설레네요??

 

 

 


 

 

<2023년 헤르만 헤세의 정원 탁상 달력>

260 X 190mm / 30 페이지

 

 

 

 



『데미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는 40세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인물보다 풍경을 그리고 그 안에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뿍 담았답니다.

 

새해에는 소박한 그림이지만 휴식과 따뜻함이 담겨 있는 헤세의 그림을 매일 보면서

바쁜 삶에 작은 여유를 가져 보고 싶었어요 :)


 

 

 


 

 


 

 


헤세의 작품이 담긴 달력은 보기만 해도 가을볕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이렇게 2022년 12월부터 있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미리미리 할 수 있답니다.

일별로 칸도 큼직해서 기념일이나 약속을 적어놓을 수도 있어요 :)


 

 

 

 


 

 


 


반대편엔 헤세의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어서

액자 없이 그림만 보게 세워둬도 좋겠어요.

하나의 오브제로 놔도 손색이 없어요??

 

 

 


 


 

 



마지막 장에는 어떤 헤세의 그림이 있는지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답니다.

해당 월이 지났다고 해서 그냥 버리는 달력이 아니라

액자에 넣어도 좋고 무심히 붙여놔도 인테리어로 손색이 없어요.

 

 

이제 가을을 맞이했는데 새해가 왔으면 하는 이 두근대는 마음은 어째서인가요.

 



 


 

 

 


 


가을이 무르익어 갑니다.

헤르만 헤세도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화폭에 담고 싶었나 보다하고

생각해 봤어요 ;)

 



 


 

 





새해엔 나른 위한 작은 휴식을 책상 한편에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요?

헤세가 사랑한 자연을 매일 보면서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도 좋겠네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탁상달력 #데스크테리어 #2023달력 #새해달력 #헤르만헤세 #북엔 #예쁜달력추천 #헤르만헤세그림 #책상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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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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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멱PD가 알려주는 방송국 PD의 세계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를 소개합니다.





TV프로그램에서 제작자인 PD(피디)와 작가 등이 등장하면서 생소한 방송국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내 기억엔 아마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가 첫문을 열었던 것 같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제작자의 등장은 긴급한 상황 또는 문제 발생과 같은 의미였다. <1박 2일>을 비롯해서 제작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피디라는 생소한 직업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피디가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 공채보다 어렵다는 언론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만 들었다. 피디가 돼서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경력을 쌓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들어 본 적이 없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피디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피디가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 더 친숙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흘러가는 자막 속에 제작자의 이름을 유심히 본 적도 없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를 읽고 피디란 직업이 어떤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어 신기하고 재밌었다.








피디란 직업군에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많은 이유는 학창 시절 밤샘을 하도 많이 해봤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를 읽어보니 그만큼 시간 제약 없이 일한다는 말이었다. 김주형 피디가 말하는 피디의 생활은 월화수목금금금금이란다. 매주 방송을 만들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쉴 수 없는 굉장히 고된 직업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재미는 있지만 힘들어서 지옥 같다는 '재미지옥'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이렇게도 힘든 피디를 왜 다들 하고 싶어 할까?



멱피디는 피디란 꿈을 키워온 것이 아니다. 우연히 피디 선배의 취업특강을 듣고 호기심에 도전했다가 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오랫동안 피디를 꿈꿔온 사람들이 들으면 질투가 날 만한 기막힌 이야기지만 내 생각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할 곳을 찾은 것 같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예인들과 소통하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기회가 된다면 어마어마한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그 힘든 직업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는 것도 또한 일반인이 누릴 수 없는 재미겠다.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젠 전 세계적으로 풀릴 수 있는 OTT 서비스까지 생긴 요즘 같은 시대에 피디란 직업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예능 최장수 프로그램 <러닝맨>의 초기 멤버, <러닝맨> 중국 공동 합작 등 멱PD의 삶은 시의적절한 운이 계속해서 따른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는 읽어보면 운 좋은 사람의 성공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이 김주형 피디를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굉장히 긍정적이고 변화에 적응이 빠르다.


피디란 직업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시청자의 공감과 반응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 단위로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야 한다. 실패가 있을 수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저자 김주형 피디는 천성과 노력으로 이러한 방송 생태계에 굉장히 잘 적응하고, 적응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한 것 같다. 고려대라는 좋은 학벌에 바탕이 된 성실함과 학습능력도 있겠지만 기획력은 누가 알려준다고 되는 게 아기 때문이다. 저자의 시험 후기를 살펴보니 언론 고시가 어려운 이유가 상식과 시사도 문제지만 프로그램 기획 방법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성실하고 좋은 체력을 가졌다.


자신의 삶 틈틈이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것은 굉장히 성실한 것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들쑥날쑥 일정에 매일 밤샘을 하는데도 신사옥에서 새집 증후군 외에 특별히 아픈 것이 없던 걸 보면 체력도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미생>이란 드라마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던 게 떠오른 부분이었다.








피디에 진심인 직업병이 있다.


<러닝맨> 해외 진출 시에 선배들이 노하우를 다 보여주지 말라고 한 조언에도 방송의 퀄리티만을 생각하고 노하우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는 게 꽤 공감 갔다. 사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일을 한다는 건 그냥 본래의 모습으로 일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든 일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최고의 결과를 위한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 제작자 조호진 PD의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많은 대화'에 공감하고 응하고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직업에 진심이 사람 둘이 만났으니 좋은 결과에 더 좋은 결과를 더한 셈이다.







잘하는 것을 넘어 즐기는 사람이다.


매일 살얼음판 같은 방송 제작일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누구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높은 시청률을 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말처럼 생각처럼 다 되는 것이 아니고, 계획한 대로 모든 상황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걱정과 염려를 매 순간, 매일같이 이겨내면서 즐기는 경지에 올라선 사람이 김주형 피디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매일 이렇게 힘든 순간을 겪으면 진작에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는 천자만별이 된다. 내가 즐겁게 생각하고 열심을 다하면 그곳에 내가 있는 것이 즐겁고 내가 있는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 내가 사는 시대에 한 획을 그은 피디의 이야기를 통해 또 이렇게 배운다.




방송 피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나 같은 청년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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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폴리스맨
베선 로버츠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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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무척이나 예쁜 책이다. 



『마이 폴리스맨』은 경찰인 톰을 두고 부인 매들린과 동성 연인 패트릭의 시점으로 풀어내는 끝내 가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마이 폴리스맨』은 매리언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당신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처음엔 조금 혼란스러웠다. 매리언이 '나의 폴리스맨'인 톰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해서이다. 독특하게도 매리언은 남편의 연인인 패트릭에게 이 글을 쓰고 있으며 『마이 폴리스맨』은 매리언과 패트릭의 시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서술한다.


톰의 시점은 나오지 않아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는다.







패트릭, 이 모든 얘기를 털어놓는 건 나와 톰 사이가 어땠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 사이에 고통만이 아니라 다정함도 있었다는 걸 당신이 알도록. 우리 둘 다 실패했지만 우리 둘 다 노력했다는 걸 알도록.

P. 321







이 소설은 내 예상을 모두 뒤엎는다. 유명한 퀴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설렌 관계를 다룰 것이라 생각했으나 『마이 폴리스맨』에선 짧은 행복 뒤엔 긴 고통만이 남는다.



표면적인 줄거리만 읽으면 패트릭의 서술에 더 마음이 간다. 매리언보다 더 애절하고 마이클과 슬픈 헤어짐 이후로 톰에게 조심스레 마음을 열고 깊이 사랑에 빠진 모습이 보인다. 사회가 금기한 사랑에 온 열정을 다하는 로맨티시스트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매리언보다 패트릭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일까.


작가가 의도한 서술이 패트릭에게 무게를 좀 더 두고 있기도 하다. 패트릭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감정적으로 다뤘다. 매리언의 입장과 감정은 우리에게 익숙해서 패트릭의 입장이 되어보려는 독자의 무의식적인 시도도 있는 것 같다. 더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당신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 나왔고, 마음먹은 곳에 다다라 톰의 손을 움켜쥐고 나서야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잘 재단된 조끼를 입고 빽빽한 턱수염을 기른 사람, 1500년대부터 1900년까지의 서양미술을 담당하는 사람의 것이라기엔 놀라울 정도로 소년 같은 미소였다.

P. 100





난 당신을 꽤 좋아했다. 그리고 톰도 당신을 좋아했다. 톰이 당신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둘이 있을 땐 늘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P. 108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 변호사처럼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그가 말한 이런 생활에 관한 한 두 가지 진실을 늘어놓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런 생활. 나의 삶을 뜻하는 말. 타자들의 삶을 뜻하는 말. 도덕적으로 방종한 사람들, 성범죄자들을 가리키는 말. 사회가 고립과 두려움과 자기혐오의 나락으로 밀어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P. 265







나는 당신에게 이날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건 내 비밀이었다. 당신과 톰에게는 비밀이 있고, 이제 내게도 비밀이 생겼다. 사소하고 해롭지 않은 비밀이지만, 나만의 비밀이었다.

P. 390









나는 기적의 성모 - 익사한 남자를 되살려냈다고 알려진 - 그림이 있는 제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여기 살아야겠다." 베네치아의 가능성을 단 이틀 맛보았을 뿐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우린 여기 살아야겠다." 그리고 톰의 대답은 이랬다. "우린 달로 날아가야겠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P. 445








스포일러 있어요












톰은 매우 이기적이다.

『마이 폴리스맨』에서 톰의 시점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이기적임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톰은 자신을 사랑하는 두 사람 매리언과 패트릭을 이용해서 모든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 부인이 해주는 가정일, 사회적인 인정을 위한 발판은 매리언에게서 얻고 연인이 주는 사랑, 수준 높은 교양적 지식, 상류층이 누릴법한 문화생활은 패트릭에게서 얻으려 한다. 일반적으로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톰은 패트릭에게 자신을 '공유'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며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다.




매리언이 최대 피해자이다.

톰과 결혼을 하면서 매리언은 원하는 걸 얹지 않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매리언은 평생을 톰의 사랑에 목매고 그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매리언은 결혼이라는 행위만 원한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함으로써 톰이 자신에게 집중했으면 했다. 가정을 돌보고 부인을 사랑하고 오래도록 함께하며 서로에게 정들길 바랐다. 모든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것만으로도 만족을 얻겠지만 텅 빈 공허함으로 남은 평생을 고통받는다면 그것보다 불행한 것이 어딨을까.









패트릭의 이야기 속에서 게이의 생각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사랑을 얻는지 엿볼 수 있다. 톰을 꼬시면서도 하룻밤 성관계를 원한다. 성소수자가 모이는 술집에 가면서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는 방법을 능숙하게 해낸다. 바에서 어린 친구를 꼬시기도 하고 직장에서 자신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도 안다. 톰과의 관계를 위해 앞에서 매리언을 칭찬하면서 일기장에는 매리언을 흉보는 말을 적어 놓는다. 모두 톰을 안전하게 만나기 위한 거짓 행동일 뿐이다. 여유가 있는 패트릭은 톰과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쓴다.




매리언은 패트릭이 감옥에 가고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한다. 계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매리언이 패트릭의 직장에 익명으로 편지를 쓴 후 패트릭이 잡혀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트릭이 감옥에 가게 된 후로 자신의 남편 톰이 직장을 그만두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괴로워한다. 명확하게 매리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리언은 남은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톰과 패트릭의 관계를 다시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엔 뇌졸중으로 쓰러진 패트릭을 간병하기까지 한다. 매리언의 순수한 사랑은 결국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좀먹는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매리언의 직장동료 줄리아이다. 매리언의 고민을 들어주다 자신이 '전도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고 매리언에게 말해버린다. 그리곤 매리언 곁을 떠나기 위해 직장을 옮긴다. 패트릭과 톰의 행동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에 줄리아의 결정이 더 슬프게 다가왔다. 자신의 욕심, 즉 만족을 이루려고 매리언의 삶을 이용한 톰과는 달리 매리언의 마음을 이해하고 떠나는 줄리에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두고 남성과 여성이 내린 선택은 확연히 다르다. 톰과 엮이기 위해 거짓 프로젝트를 만든 패트릭과 매리언이 힘들 때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들어준 줄리에 사이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줄리아가 해변에서 나를 힘껏 붙잡아준 일을 떠올리며 다시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되풀이해 말할 뿐이었다. "가엾은 매리언."

P. 409






1950년대 영국 브라이튼에서 성소수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다룬 소설을 흥미롭게 잘 읽었다. 제목을 '나의 순경님'이라고 해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소설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다. 비가 추적이는 영국의 거리를 보게 된다면 매리언, 톰, 패트릭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동명의 영화로 아마존 프라임에서 개봉 예정이다. 2022년 11월 4일 개봉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극장이나 OTT에서도 올해 안에는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원 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가 나의 순경님 톰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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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이 모든 얘기를 털어놓는 건 나와 톰 사이가 어땠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 사이에 고통만이 아니라 다정함도 있었다는 걸 당신이 알도록. 우리 둘 다 실패했지만 우리 둘 다 노력했다는 걸 알도록. - P321

나는 당신에게 이날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건 내 비밀이었다. 당신과 톰에게는 비밀이 있고, 이제 내게도 비밀이 생겼다. 사소하고 해롭지 않은 비밀이지만, 나만의 비밀이었다. - P390

줄리아가 해변에서 나를 힘껏 붙잡아준 일을 떠올리며 다시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되풀이해 말할 뿐이었다. "가엾은 매리언."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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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페더 사가 2 - 북쪽으로 가지 않으면 먹히리라 윙페더 사가 2
앤드루 피터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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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더욱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윙페더 사가』 2권이다.


750여 쪽에 달하는 두툼한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깊게 빠져들어 빠르게 읽었다.





'에어위아 원정대' 두 번째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윙페더 사가』 2권의 즐기는 포인트를 알아가면 좋겠다.



팽의 추격을 피해 먼 여정을 떠나는 이기비 가족들과 왕좌의 수호자인 재너가 겪는 내면 갈등이 『윙페더 사가』 2권의 포인트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짜임새가 탄탄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인이 봐도 즐겁게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세계관이 점점 넓어져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여행이 떠오르기도 한다. '신비한 동물 사전'에 나올법한 놀랍고도 독특한 동물들도 등장해 독자의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어위아를 떠도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가 부록으로 들어있어 『윙페더 사가』 1권의 부록을 뒤적이지 않아도 에어위아 지도와 괴물 도감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윙페더 사가』 1권을 가제본으로 보는 바람에 부록이 수록되지 않아 굉장히 아쉬웠다. 따로 1권을 구해 부록만 다시 봤다.)








청소년이 보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운(?) 750여 페이지 양장본인 『윙페더 사가』 2권을 받아 들고선 여러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면서 곧바로 그것은 기우였고 750쪽도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빨리 3권을 번역해 주세요. 김선영 번역가님!) '해리 포터' 시리즈에 빠져 궁금함을 못 참고 원서를 구해 읽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웃으면서 들었는데 아, 이런 것이구나! 『윙페더 사가』 1권이 출시되고 2권이 나오기까지 겨우 2달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몇 개월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고, 앞으로 3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스포일러 있음**















가족들과 점점 멀어지는 재너


이기비 가족들이 얼음평원으로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어쩌면 이리 야속할까 싶을 정도로 한고비 넘기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고 반복된다. 심지어 재너와 팅크가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고, 팅크가 재너와 떨어지길 원한다. 재너는 포크 공장에 갇힐 뻔하기도 한다. 12살 (한국 나이론 13-14살 정도겠지만 아무튼) 아이가 감당하기엔 정말 어렵고 고된 여정이다. 심하게 맞기도 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상황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어릴 적 본 만화나 책에서 어린 주인공이 겪는 고초를 이렇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윙페더 사가』 2권에서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깊게 돼서 재너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 것 같다.



얼음평원으로 가는 여정 초기에 사랑하는 너깃을 잃어서 그런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슴 졸이며 읽었다. 너깃이 희생하는 장면에선 하필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왕크고 왕귀여운 너깃이 끝까지 함께했으면 좋으련만. 용들의 무덤에서 평안하게 쉬렴.








왕좌의 수호자는 부담백배


칼마르 윙페더(팅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재너는 마음대로 행동하는 철부지 동생을 보면서 계속해서 갈등을 느낀다. 나도 맏이라 그런지 재너에게 더 마음이 갔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의무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책임을 다해 성실히 이행하려는 중압감과도 같은 그 마음이 첫째들에게는 있다. 더군다나 어니러 왕국의 왕을 수호하는 수호자인 재너는 어릴 적부터 주입받은 그 책임감을 더욱더 무겁게 받아들인다. 단순히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아닌 숨겨진 보석, 어니러의 왕을 수호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동생인 팅크의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스트랜더 무리에게 잡혔을 때는 빠른 손놀림으로 가족들을 구해냈으나 더그타운에서는 왕이 되기 싫다고 재너에게서 떨어진다. 철부지 동생에게 화가 나지만 동생을 끝까지 붙잡지 않아 그리고 길을 잘못 들어 동생이 검은 마차에 붙잡혀 간 것이라고 재너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벗어날 수 없는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 가족들에게 돌아가도 그 불편한 마음 때문에 불안해한다.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윙페더 사가』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니러의 보석들이기도 하지만 재너의 이야기다. 왕좌의 수호자의 이야기다. 고난과 역경은 성장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래서 『윙페더 사가』가 여타 판타지와 구별된다고 생각한다. 왕이 주인공이 아니라 왕의 수호자가 주인공이고, 외부의 고난과 동시에 형제간에 문제에서 불거지는 주인공의 갈등이 있다. (리리의 역할이 적은 건은 안타깝지만 뒤에 이어질 시리즈에서 무언가 있길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더더욱 흥미진진한 것은 팅크의 변신이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안된다!




널 지키는 게 내 일이야.


P.377









결국은 가족


이기비 가족은 길고 긴 여정을 하며 더욱더 끈끈하게 결집한다. 가족들은 몸이 불편한 포도와 리리를 이끌어야 하고 양말의 사나이 피트와 너깃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재너는 어린 나이지만 맏이로써 그리고 왕좌의 수호자로써 팅크를 지키고 가족들을 안전하게 이끈다. 니어의 우아한 태도와 현명한 조언은 아이들의 가슴에 남아 올바른 길로 이끈다. 그리고 포도가 용들에게 죽을뻔한 위기에서도 니어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강인하게 대처한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족주의가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가족은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공동체였을 것이다. 혈연으로 이어진 끈끈한 작은 단위는 미국 정서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신기하기도 하다.







길지 않은 역사의 반증일까 미국의 판타지는 유럽의 길고 긴 역사를 갖고 싶어 한다. 인류가 태동한 곳이 백인들이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이야기에서만이라도 허구의 것일지언정 자신들의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윙페더 사가』에서도 최초에 책에 기록된 왕가의 역사가 나온다. 아주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용이 등장한다. 긴 시간은 이들에게 전통을 지킬, 가족들을 지키고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 줄 이유와 힘을 부여해 준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는 우리에게 진실성을 부여한다.










'해리 포터'보다 '반지의 제왕'보다 나에겐 이기비 가족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게 다가온다. 이들이 어니러의 보석으로 찬란하게 빛날 때까지 긴 여정에 '에어위아 원정대'로 동참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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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키는 게 내 일이야.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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