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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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멱PD가 알려주는 방송국 PD의 세계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를 소개합니다.





TV프로그램에서 제작자인 PD(피디)와 작가 등이 등장하면서 생소한 방송국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내 기억엔 아마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가 첫문을 열었던 것 같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제작자의 등장은 긴급한 상황 또는 문제 발생과 같은 의미였다. <1박 2일>을 비롯해서 제작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피디라는 생소한 직업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피디가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 공채보다 어렵다는 언론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만 들었다. 피디가 돼서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경력을 쌓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들어 본 적이 없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피디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피디가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 더 친숙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흘러가는 자막 속에 제작자의 이름을 유심히 본 적도 없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를 읽고 피디란 직업이 어떤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어 신기하고 재밌었다.








피디란 직업군에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많은 이유는 학창 시절 밤샘을 하도 많이 해봤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를 읽어보니 그만큼 시간 제약 없이 일한다는 말이었다. 김주형 피디가 말하는 피디의 생활은 월화수목금금금금이란다. 매주 방송을 만들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쉴 수 없는 굉장히 고된 직업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재미는 있지만 힘들어서 지옥 같다는 '재미지옥'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이렇게도 힘든 피디를 왜 다들 하고 싶어 할까?



멱피디는 피디란 꿈을 키워온 것이 아니다. 우연히 피디 선배의 취업특강을 듣고 호기심에 도전했다가 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오랫동안 피디를 꿈꿔온 사람들이 들으면 질투가 날 만한 기막힌 이야기지만 내 생각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할 곳을 찾은 것 같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예인들과 소통하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기회가 된다면 어마어마한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그 힘든 직업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는 것도 또한 일반인이 누릴 수 없는 재미겠다.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젠 전 세계적으로 풀릴 수 있는 OTT 서비스까지 생긴 요즘 같은 시대에 피디란 직업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예능 최장수 프로그램 <러닝맨>의 초기 멤버, <러닝맨> 중국 공동 합작 등 멱PD의 삶은 시의적절한 운이 계속해서 따른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는 읽어보면 운 좋은 사람의 성공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이 김주형 피디를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굉장히 긍정적이고 변화에 적응이 빠르다.


피디란 직업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시청자의 공감과 반응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 단위로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야 한다. 실패가 있을 수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저자 김주형 피디는 천성과 노력으로 이러한 방송 생태계에 굉장히 잘 적응하고, 적응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한 것 같다. 고려대라는 좋은 학벌에 바탕이 된 성실함과 학습능력도 있겠지만 기획력은 누가 알려준다고 되는 게 아기 때문이다. 저자의 시험 후기를 살펴보니 언론 고시가 어려운 이유가 상식과 시사도 문제지만 프로그램 기획 방법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성실하고 좋은 체력을 가졌다.


자신의 삶 틈틈이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것은 굉장히 성실한 것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들쑥날쑥 일정에 매일 밤샘을 하는데도 신사옥에서 새집 증후군 외에 특별히 아픈 것이 없던 걸 보면 체력도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미생>이란 드라마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던 게 떠오른 부분이었다.








피디에 진심인 직업병이 있다.


<러닝맨> 해외 진출 시에 선배들이 노하우를 다 보여주지 말라고 한 조언에도 방송의 퀄리티만을 생각하고 노하우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는 게 꽤 공감 갔다. 사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일을 한다는 건 그냥 본래의 모습으로 일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든 일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최고의 결과를 위한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 제작자 조호진 PD의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많은 대화'에 공감하고 응하고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직업에 진심이 사람 둘이 만났으니 좋은 결과에 더 좋은 결과를 더한 셈이다.







잘하는 것을 넘어 즐기는 사람이다.


매일 살얼음판 같은 방송 제작일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누구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높은 시청률을 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말처럼 생각처럼 다 되는 것이 아니고, 계획한 대로 모든 상황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걱정과 염려를 매 순간, 매일같이 이겨내면서 즐기는 경지에 올라선 사람이 김주형 피디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매일 이렇게 힘든 순간을 겪으면 진작에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는 천자만별이 된다. 내가 즐겁게 생각하고 열심을 다하면 그곳에 내가 있는 것이 즐겁고 내가 있는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 내가 사는 시대에 한 획을 그은 피디의 이야기를 통해 또 이렇게 배운다.




방송 피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나 같은 청년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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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폴리스맨
베선 로버츠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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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무척이나 예쁜 책이다. 



『마이 폴리스맨』은 경찰인 톰을 두고 부인 매들린과 동성 연인 패트릭의 시점으로 풀어내는 끝내 가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마이 폴리스맨』은 매리언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당신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처음엔 조금 혼란스러웠다. 매리언이 '나의 폴리스맨'인 톰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해서이다. 독특하게도 매리언은 남편의 연인인 패트릭에게 이 글을 쓰고 있으며 『마이 폴리스맨』은 매리언과 패트릭의 시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서술한다.


톰의 시점은 나오지 않아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는다.







패트릭, 이 모든 얘기를 털어놓는 건 나와 톰 사이가 어땠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 사이에 고통만이 아니라 다정함도 있었다는 걸 당신이 알도록. 우리 둘 다 실패했지만 우리 둘 다 노력했다는 걸 알도록.

P. 321







이 소설은 내 예상을 모두 뒤엎는다. 유명한 퀴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설렌 관계를 다룰 것이라 생각했으나 『마이 폴리스맨』에선 짧은 행복 뒤엔 긴 고통만이 남는다.



표면적인 줄거리만 읽으면 패트릭의 서술에 더 마음이 간다. 매리언보다 더 애절하고 마이클과 슬픈 헤어짐 이후로 톰에게 조심스레 마음을 열고 깊이 사랑에 빠진 모습이 보인다. 사회가 금기한 사랑에 온 열정을 다하는 로맨티시스트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매리언보다 패트릭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일까.


작가가 의도한 서술이 패트릭에게 무게를 좀 더 두고 있기도 하다. 패트릭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감정적으로 다뤘다. 매리언의 입장과 감정은 우리에게 익숙해서 패트릭의 입장이 되어보려는 독자의 무의식적인 시도도 있는 것 같다. 더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당신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 나왔고, 마음먹은 곳에 다다라 톰의 손을 움켜쥐고 나서야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잘 재단된 조끼를 입고 빽빽한 턱수염을 기른 사람, 1500년대부터 1900년까지의 서양미술을 담당하는 사람의 것이라기엔 놀라울 정도로 소년 같은 미소였다.

P. 100





난 당신을 꽤 좋아했다. 그리고 톰도 당신을 좋아했다. 톰이 당신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둘이 있을 땐 늘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P. 108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 변호사처럼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그가 말한 이런 생활에 관한 한 두 가지 진실을 늘어놓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런 생활. 나의 삶을 뜻하는 말. 타자들의 삶을 뜻하는 말. 도덕적으로 방종한 사람들, 성범죄자들을 가리키는 말. 사회가 고립과 두려움과 자기혐오의 나락으로 밀어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P. 265







나는 당신에게 이날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건 내 비밀이었다. 당신과 톰에게는 비밀이 있고, 이제 내게도 비밀이 생겼다. 사소하고 해롭지 않은 비밀이지만, 나만의 비밀이었다.

P. 390









나는 기적의 성모 - 익사한 남자를 되살려냈다고 알려진 - 그림이 있는 제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여기 살아야겠다." 베네치아의 가능성을 단 이틀 맛보았을 뿐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우린 여기 살아야겠다." 그리고 톰의 대답은 이랬다. "우린 달로 날아가야겠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P. 445








스포일러 있어요












톰은 매우 이기적이다.

『마이 폴리스맨』에서 톰의 시점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이기적임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톰은 자신을 사랑하는 두 사람 매리언과 패트릭을 이용해서 모든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 부인이 해주는 가정일, 사회적인 인정을 위한 발판은 매리언에게서 얻고 연인이 주는 사랑, 수준 높은 교양적 지식, 상류층이 누릴법한 문화생활은 패트릭에게서 얻으려 한다. 일반적으로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톰은 패트릭에게 자신을 '공유'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며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다.




매리언이 최대 피해자이다.

톰과 결혼을 하면서 매리언은 원하는 걸 얹지 않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매리언은 평생을 톰의 사랑에 목매고 그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매리언은 결혼이라는 행위만 원한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함으로써 톰이 자신에게 집중했으면 했다. 가정을 돌보고 부인을 사랑하고 오래도록 함께하며 서로에게 정들길 바랐다. 모든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것만으로도 만족을 얻겠지만 텅 빈 공허함으로 남은 평생을 고통받는다면 그것보다 불행한 것이 어딨을까.









패트릭의 이야기 속에서 게이의 생각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사랑을 얻는지 엿볼 수 있다. 톰을 꼬시면서도 하룻밤 성관계를 원한다. 성소수자가 모이는 술집에 가면서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는 방법을 능숙하게 해낸다. 바에서 어린 친구를 꼬시기도 하고 직장에서 자신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도 안다. 톰과의 관계를 위해 앞에서 매리언을 칭찬하면서 일기장에는 매리언을 흉보는 말을 적어 놓는다. 모두 톰을 안전하게 만나기 위한 거짓 행동일 뿐이다. 여유가 있는 패트릭은 톰과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쓴다.




매리언은 패트릭이 감옥에 가고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한다. 계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매리언이 패트릭의 직장에 익명으로 편지를 쓴 후 패트릭이 잡혀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트릭이 감옥에 가게 된 후로 자신의 남편 톰이 직장을 그만두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괴로워한다. 명확하게 매리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리언은 남은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톰과 패트릭의 관계를 다시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엔 뇌졸중으로 쓰러진 패트릭을 간병하기까지 한다. 매리언의 순수한 사랑은 결국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좀먹는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매리언의 직장동료 줄리아이다. 매리언의 고민을 들어주다 자신이 '전도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고 매리언에게 말해버린다. 그리곤 매리언 곁을 떠나기 위해 직장을 옮긴다. 패트릭과 톰의 행동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에 줄리아의 결정이 더 슬프게 다가왔다. 자신의 욕심, 즉 만족을 이루려고 매리언의 삶을 이용한 톰과는 달리 매리언의 마음을 이해하고 떠나는 줄리에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두고 남성과 여성이 내린 선택은 확연히 다르다. 톰과 엮이기 위해 거짓 프로젝트를 만든 패트릭과 매리언이 힘들 때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들어준 줄리에 사이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줄리아가 해변에서 나를 힘껏 붙잡아준 일을 떠올리며 다시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되풀이해 말할 뿐이었다. "가엾은 매리언."

P. 409






1950년대 영국 브라이튼에서 성소수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다룬 소설을 흥미롭게 잘 읽었다. 제목을 '나의 순경님'이라고 해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소설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다. 비가 추적이는 영국의 거리를 보게 된다면 매리언, 톰, 패트릭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동명의 영화로 아마존 프라임에서 개봉 예정이다. 2022년 11월 4일 개봉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극장이나 OTT에서도 올해 안에는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원 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가 나의 순경님 톰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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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이 모든 얘기를 털어놓는 건 나와 톰 사이가 어땠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 사이에 고통만이 아니라 다정함도 있었다는 걸 당신이 알도록. 우리 둘 다 실패했지만 우리 둘 다 노력했다는 걸 알도록. - P321

나는 당신에게 이날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건 내 비밀이었다. 당신과 톰에게는 비밀이 있고, 이제 내게도 비밀이 생겼다. 사소하고 해롭지 않은 비밀이지만, 나만의 비밀이었다. - P390

줄리아가 해변에서 나를 힘껏 붙잡아준 일을 떠올리며 다시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되풀이해 말할 뿐이었다. "가엾은 매리언."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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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페더 사가 2 - 북쪽으로 가지 않으면 먹히리라 윙페더 사가 2
앤드루 피터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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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더욱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윙페더 사가』 2권이다.


750여 쪽에 달하는 두툼한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깊게 빠져들어 빠르게 읽었다.





'에어위아 원정대' 두 번째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윙페더 사가』 2권의 즐기는 포인트를 알아가면 좋겠다.



팽의 추격을 피해 먼 여정을 떠나는 이기비 가족들과 왕좌의 수호자인 재너가 겪는 내면 갈등이 『윙페더 사가』 2권의 포인트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짜임새가 탄탄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인이 봐도 즐겁게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세계관이 점점 넓어져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여행이 떠오르기도 한다. '신비한 동물 사전'에 나올법한 놀랍고도 독특한 동물들도 등장해 독자의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어위아를 떠도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가 부록으로 들어있어 『윙페더 사가』 1권의 부록을 뒤적이지 않아도 에어위아 지도와 괴물 도감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윙페더 사가』 1권을 가제본으로 보는 바람에 부록이 수록되지 않아 굉장히 아쉬웠다. 따로 1권을 구해 부록만 다시 봤다.)








청소년이 보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운(?) 750여 페이지 양장본인 『윙페더 사가』 2권을 받아 들고선 여러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면서 곧바로 그것은 기우였고 750쪽도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빨리 3권을 번역해 주세요. 김선영 번역가님!) '해리 포터' 시리즈에 빠져 궁금함을 못 참고 원서를 구해 읽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웃으면서 들었는데 아, 이런 것이구나! 『윙페더 사가』 1권이 출시되고 2권이 나오기까지 겨우 2달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몇 개월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고, 앞으로 3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스포일러 있음**















가족들과 점점 멀어지는 재너


이기비 가족들이 얼음평원으로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어쩌면 이리 야속할까 싶을 정도로 한고비 넘기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고 반복된다. 심지어 재너와 팅크가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고, 팅크가 재너와 떨어지길 원한다. 재너는 포크 공장에 갇힐 뻔하기도 한다. 12살 (한국 나이론 13-14살 정도겠지만 아무튼) 아이가 감당하기엔 정말 어렵고 고된 여정이다. 심하게 맞기도 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상황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어릴 적 본 만화나 책에서 어린 주인공이 겪는 고초를 이렇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윙페더 사가』 2권에서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깊게 돼서 재너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 것 같다.



얼음평원으로 가는 여정 초기에 사랑하는 너깃을 잃어서 그런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슴 졸이며 읽었다. 너깃이 희생하는 장면에선 하필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왕크고 왕귀여운 너깃이 끝까지 함께했으면 좋으련만. 용들의 무덤에서 평안하게 쉬렴.








왕좌의 수호자는 부담백배


칼마르 윙페더(팅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재너는 마음대로 행동하는 철부지 동생을 보면서 계속해서 갈등을 느낀다. 나도 맏이라 그런지 재너에게 더 마음이 갔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의무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책임을 다해 성실히 이행하려는 중압감과도 같은 그 마음이 첫째들에게는 있다. 더군다나 어니러 왕국의 왕을 수호하는 수호자인 재너는 어릴 적부터 주입받은 그 책임감을 더욱더 무겁게 받아들인다. 단순히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아닌 숨겨진 보석, 어니러의 왕을 수호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동생인 팅크의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스트랜더 무리에게 잡혔을 때는 빠른 손놀림으로 가족들을 구해냈으나 더그타운에서는 왕이 되기 싫다고 재너에게서 떨어진다. 철부지 동생에게 화가 나지만 동생을 끝까지 붙잡지 않아 그리고 길을 잘못 들어 동생이 검은 마차에 붙잡혀 간 것이라고 재너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벗어날 수 없는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 가족들에게 돌아가도 그 불편한 마음 때문에 불안해한다.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윙페더 사가』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니러의 보석들이기도 하지만 재너의 이야기다. 왕좌의 수호자의 이야기다. 고난과 역경은 성장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래서 『윙페더 사가』가 여타 판타지와 구별된다고 생각한다. 왕이 주인공이 아니라 왕의 수호자가 주인공이고, 외부의 고난과 동시에 형제간에 문제에서 불거지는 주인공의 갈등이 있다. (리리의 역할이 적은 건은 안타깝지만 뒤에 이어질 시리즈에서 무언가 있길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더더욱 흥미진진한 것은 팅크의 변신이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안된다!




널 지키는 게 내 일이야.


P.377









결국은 가족


이기비 가족은 길고 긴 여정을 하며 더욱더 끈끈하게 결집한다. 가족들은 몸이 불편한 포도와 리리를 이끌어야 하고 양말의 사나이 피트와 너깃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재너는 어린 나이지만 맏이로써 그리고 왕좌의 수호자로써 팅크를 지키고 가족들을 안전하게 이끈다. 니어의 우아한 태도와 현명한 조언은 아이들의 가슴에 남아 올바른 길로 이끈다. 그리고 포도가 용들에게 죽을뻔한 위기에서도 니어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강인하게 대처한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족주의가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가족은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공동체였을 것이다. 혈연으로 이어진 끈끈한 작은 단위는 미국 정서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신기하기도 하다.







길지 않은 역사의 반증일까 미국의 판타지는 유럽의 길고 긴 역사를 갖고 싶어 한다. 인류가 태동한 곳이 백인들이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이야기에서만이라도 허구의 것일지언정 자신들의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윙페더 사가』에서도 최초에 책에 기록된 왕가의 역사가 나온다. 아주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용이 등장한다. 긴 시간은 이들에게 전통을 지킬, 가족들을 지키고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 줄 이유와 힘을 부여해 준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는 우리에게 진실성을 부여한다.










'해리 포터'보다 '반지의 제왕'보다 나에겐 이기비 가족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게 다가온다. 이들이 어니러의 보석으로 찬란하게 빛날 때까지 긴 여정에 '에어위아 원정대'로 동참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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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키는 게 내 일이야.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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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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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그 대장정의 막이 내렸다.


4권을 마지막으로 초록이들 이야기가 마무리됐다. 1권을 읽으면서 다음 편을 기다려 읽고 또 다음 편을 기다려 읽었는데 벌써 끝이라니 아쉽지만 또 어떤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앞에 3권에는 스티커가 부록으로 있었는데 이번에는 솜이와 초록이가 손잡은 아주 귀여운 책갈피가 포함됐다. 뒷면에 궁딩이까지 정말 사랑스럽다.










마일로 작가님이 그림으로 표현한 초록이 사랑에 뭔가 차분함이 묻어났다. 오랜 시간 사랑을 쌓은 노련함과 연륜(?)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앞에 이야기로 조련된 나의 가드닝 지식 덕인지 모르겠다.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가드닝 용품과 식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







4-5월 정도가 되면 노오란 프리지아를 꼭 한 다발씩 사서 아주 빠르게 죽여버리곤 했다. 그래도 저렴하고 예쁜 꽃을 들고 기분 좋게 걸어와 꽃병에 꼽고 향기를 맡으면 이게 봄이구나 싶었다. 마일로 작가님도 노란 프리지아를 가장 좋아하는 절화로 꼽았다.





『크레이지 가드너』 덕분에 식물에 관심이 생겨 관련 원데이 클래스도 참여하고 식물 문화 프로젝트도 참가신청을 해 놓았다. <이웃덕후>에서 읽었던 튤립덕후의 이야기 덕분에 『크레이지 가드너』 4편에 나오는 '구근식물'편이 반가웠다. 쉽게 이해됐고 뒤편에 만개한 튤립꽃이 무척 정감 갔다. 그리고 서울 식물원 이사 가고 너무 멀어서 못 가봤는데 작가님이 방문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무척 재밌게 읽었다. 어릴 땐 대충 보고 말았는데 역시 어른이 되니까 보는 눈이 달라진다.









『크레이지 가드너』 덕분에 식물 관련한 취향도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꽃의 이름을 기억하고 색상과 향을 마음속에 담아뒀다. 볕이 잘 드는 집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덕 친구와 식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게 됐다. 산책을 나가면 주변을 둘러보면서 식물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마일로 작가님처럼 식물원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크레이지 가드너』 마지막권의 하이라이트는 단행본에만 있는 '외전 1, 2'와 '작가 후기'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만개한 튤립 사진도 있고, 작가님의 싱그러운 초록이들 사진도 가득하다. 본편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가 꾹꾹 담겨 있어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관심에 열정을 쏟아부어 웹툰을 그리고 단행본까지 낸 마일로 작가님의 성실함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관찰력도 좋은데 그림으로 재밌게 그려내는 능력까지 겸비하셨다니! 그리고 <극한 견주>에서 솜이와 투닥거리면서 잘 돌봐주신 것만 봐도 사랑과 성실함 그리고 책임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도 몇몇 식물을 길러봤지만 일정한 주기로 관리하고 관심을 가져 돌봐야 한다. 나 스스로를 돌보기도 벅찬데 마일로 작가님은 본인과 솜이와 많은 식물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다. 멋진 작가님이다!









내가 마일로 작가님처럼 깊이 있게 좋아하는 것을 그려본다면 무엇을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의외로 쉽게 답이 나왔다. 책이다! 내 삶의 결핍을 채워줄 것이라 기대하며 읽었던 책은 위로가 되었고 내 생각의 깊이를 더했고 가끔 욕심이 과해 일상을 지치게(?)도 만들었지만, 어쨌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


언젠간 나도 내 책 사랑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재미있게 깊이 있게 이야기할 날이 오면 좋겠다.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면서 나도 초록이들에게 그리고 마일로 작가님에게 완전히 감.겨.버.렸.다!


초록이들 가득한 행복한 일상으로 같이 감겨보시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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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 1
다이애나 개벌돈 지음, 심연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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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한 생각일지언정, 아무리 봐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은 18세기 후반의 관습과 정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P.111




무엇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의식하지 못한 채로 마음을 빼앗겼다는 게 맞는 거겠지.






타임슬립물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릴 적 봤던 <하늘은 붉은 강가>라는 만화책이다. 낯선 과거로 가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설렘이 더 컸다. 누군가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을 만나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소설로 읽는 『아웃랜더』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읽었다.







『아웃랜더』는 2차 세계대전을 무사히 마친 영국 종군 간호사 클레어가 종전 기념으로 남편과 함께 결혼식을 올린 스코틀랜드에 두 번째 신혼여행을 오면서 시작한다. 6년간의 전쟁 기간 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다시 시작하는 의미로 똑같은 장소로 다시 신혼여행을 왔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2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이국적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18세기 하이랜드 지역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묘사했다. 잘 짜인 전개와 긴박함도 읽는 재미지만 수위 높은 로맨스와 동물학과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다이애나 개벌돈의 자연 묘사도 무척 아름답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표현하기 힘든 주인공 클레어의 내면 묘사와 관찰을 토대로 한 생각이 참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클레어가 종군 간호장교였기에 의학 관련 지식과 민간요법이 나오는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다.









우연히도 최근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인해 많은 미디어가 영국 왕실 계보를 언급했다. 얽히고설킨 왕실 역사에 필연적으로 『아웃랜더』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관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 작가 타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영국인 입장의 시각이 많이 녹아 있는 것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신기하게도 630쪽이 넘는 『아웃랜더』 1권은 눈 깜짝할 새에 후루룩 넘어갔다. 배우 윤여정 님처럼 『아웃랜더』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아웃랜더』는 1991년도 나온 소설이긴 해도 주인공 클레어의 당찬 모습과 똑똑함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낯선 곳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이 살았던 20세기 가치관을 200년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이야길 할 줄 아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곳곳에 있는 아주 작은 아쉬움은 30년 전에 쓰였기 때문에 문학적 허용(?)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스포일러 있음**











주인공 클레어가 굉장히 멋지게 나온다.


6년간의 전쟁에서 수간호사로 일하면서 생명을 부지한 것도, 수많은 전쟁 부상자를 치료한 것도 멋있었다. 비록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라는 설정이 조금 아쉬웠지만 1940년대가 배경이었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학지식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200년 전 가벼운 질병에도 생사가 오가던 시절에는 말이다. 168cm로 작지 않은 키의 클레어지만 여성이기에 체구나 체력적으로 약해서 계속해서 겁탈을 당할 일이 생기는 게 화도 나도 답답했다. 그래도 나중에 칼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후반부에 제이미와 다툴 때 클레어가 한 말은 내가 약자로써 가진 세뇌된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만약 내가 클레어와 같은 상황이면 저런 태도를 지니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을까? 저런 긴박스러운 상황에서 이성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소설에 푹 빠져 읽으면서도 현실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나를 보면서 뭔가 씁쓸하기도 하면서 이 소설의 흡입력을 몸소 체험했다. 밥 먹을 때도 궁금해서 읽었고, 자고 일어나면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찾았다. 독자의 현실에 영향을 주면 엄청난 글이 아닌가!










이국적인 스코틀랜드 모습이 흥미롭다.


전통복장인 킬트를 입고 씨족마다 다른 색상의 타탄 무늬와 그 시절 의복과 성채 등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다. 특히 춥고 척박한 지역에서 속옷도 안입고 치마를 입는 남성의 복장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웃랜더』에서는 굉장히 멋있게 묘사를 했지만 현대인인 나에겐 멋지기보단 흥미로운 역사사료 같다.




영국군과 대치하는 매켄지 가문의 모습은 강자보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여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역사는 강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이애나 개벌돈이 묘사한 낯선 이름의 나무와 풀, 꽃, 새 등은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후 스코틀랜드 관광이 늘었다는 게 아마 이런 이유 같다. 현대 도시에 살면서 알아볼 수 있는 동식물이 몇 안 되는 걸 깨닫기로 했다. 구체적인 이름보다 나무와 꽃 등으로 뭉뚱그려 고유한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현대사회에 안타깝기도 했다. 효과 좋은 현대 의약품이 뛰어나기는 해도 자연이 주는 치유와 베풂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따듯하게 우려 마시는 차 한 잔에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소설이 주는 맛이 있다.


『아웃랜더』를 읽기 전에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를 몇 편 봤다. 첫 화의 중반을 넘어가니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자제해야 했다. 장면 전환과 짧은 대사에서 알 수 없던 주인공의 내면과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움을 소설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의식하지 못한 행위와 낯선 곳에서 느끼는 감정이 와닿았다. 깊이 사색할 기회가 없이 바쁜 현대를 살아왔기에 느끼는 감정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거나 정의 내리기 어려웠다. 클레어를 통해 나의 생각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이 신기했다.







주인공 제이미와의 관계도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참 좋았다. 단편적으로 낯선 곳에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고 의지하는 감정과 사랑으로 넘어가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클레어가 생각하고 고민해 보고 때로는 질투도 느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결혼했으니 제이미를 남편으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남편인 프랭크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른 매력의 제이미를 사랑하는 마음을 동시 갖는다. 그리고 언젠간 자신이 속한 세계로 가기 위해 제이미에게 완전히 마음을 주지 않는 고민을 하는 것도 좋았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사랑에 매몰되는 주인공을 묘사하기 마련인데 클레어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확실히 알지 못하는 제이미의 이익 등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비교해 보려 한다.









그리고 수위 높은 장면 묘사! 아니 이 책이 19금이 아니라니요.


나만 얼굴을 붉히고 읽은 것인가요? 개인적으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365일>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굉장히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운 제이미의 태도와 대사에 매우 흡족했다. 아마 무례하기 짝이 없는 랜들 대령과 대비돼서 더 그렇게 느낀 것도 있겠지만 젊고 키도 크고 몸도 좋고 따지면 집안도 좋고 교육도 잘 받은 상대가 성관계에 매우 정중한 태도로 임하면 읽는 독자도 매우 만족스럽다. 여성 독자의 마음을 아주 잘 아는 다이애나 개벌돈의 남주 설정에 박수를 보낸다. 소설에선 정확하게 클레어의 나이가 나오진 않지만 제이미가 클레어 보다 10살 정도 어린것 같다. 키는 30cm 정도 크고 몸무게도 30kg 정도 차이 난다고 나오니 서양 판타지 백 점이네요.










빠른 시일 내에 2권을 구해서 봐야겠다. 국내에는 『아웃랜더』 1,2 권만 나오고 다음 시리즈는 준비 중이다. 조속히 번역되어 시리즈 모두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드라마도 2014년에 시작해 시즌 6까지 나오고 완결이 아직 안 났다고 한다. 이렇게 맛만 보여주고 애타게 할 건가요? 오렌지디 힘내주세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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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한 생각일지언정, 아무리 봐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은 18세기 후반의 관습과 정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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