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작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크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의 뇌를 쥐어보지 못할 테지만 이 책을 통해 오랜 연구를 기반으로 정형화된 인간 뇌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뇌를 알아가는 과정을 받아들이는 뇌. 여러모로 고생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어릴 적 좋아하던 콘텐츠 중에 노란 버스를 타고 인체 곳곳을 탐험하는 만화영화가 있다. 좋아했다고 해서 그 이유가 대단한 건 아니고,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을 몸속을 만화로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얕은 정보와 가벼운 유머를 섞어 제공했기에 더욱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장착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청 연령층이 낮은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과학적인 장르로 분류되는 콘텐츠인 것은 물론, 표본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과학적 이론과 원리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직까지도 매력적이다. 근데 이 책도 마찬가지네. 내 뇌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설명해 준다고?
이 책을 펼치면, 분홍색의 캐릭터가 한참 낙심한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가 가장 먼저 보인다. 얼핏 보면 뇌 같다. 뇌인가? 한 페이지씩 넘길수록 뇌가 하는 일, 뇌가 손상된다면 벌어지는 일, 뇌의 진가를 나열하는 페이지가 연속되는데 그럼에도 가장 첫 장면은 낙심한 분홍색 덩어리로 정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유쾌했다. 뇌는 많은 일을 하는 대단한 기관이지만,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신체의 일부라는 점이 상당히 가깝게 느껴졌다. 우울한 포즈의 뇌도 이런 멋진 역할을 해. 그런 뇌를 품은 너는 얼마나 무한한 상상력과 능력을 지녔을지 되돌아보라는 연출 같아서. 이토록 다정하고 통쾌한 비유라면 뇌도 만족할 거라 확신.
같은 그림을 보았음에도 다른 사람과 내가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게 묘사되는 경우가 있다. 정면을 보는 사람과 옆을 바라보는 사람, 꽃병의 모습과 얼굴을 가까이한 두 사람의 모습, 토끼와 오리. 보는 이가 헷갈리도록 포인트를 적절히 섞어 그린 그림임을 알면서도 찰나마다 다르게 보이는 그림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놀랍게도 이벤트를 겪는 것도 뇌의 역할이라고 한다. 내가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각자 다른 구역이 활성화되고 이는 결국 내가 보는 것은 내가 정한다는 결론에 닿게 된다고. 이에 따라 내가 보는 것은 내가 정하고, 생각은 눌러진 버튼에 따른 결과를 뱉어낼 뿐이라는 간단한 문장이 완성되었다. 왠지 모르게 약간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라 좋았다. 이렇게나 그림이 가득한 책도 오랜만이고, 단단한 커버를 책상에 지지하는 감각조차 반가웠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이 내용을 이해하고 무언가 깨닫는 모든 과정, 이곳에 글을 쓰기 위해 내 생각을 요약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모두 뇌의 명령을 따른다는 사실이 가장 짜릿하고. 과학적 원리와 세상의 진리는 잘 변하지 않지만 나의 생각은 계속해서 변한다. 그 생각을 뱉는 것조차 뇌의 역할이니, 결국엔 모든 것이 나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는 건데. 옛날이었으면 뇌가 한참이나 낯설게 느껴졌을 내용이나, 지금은 그냥 반갑다. 고생 많은 신체기관의 노고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건가.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