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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평점 :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열정은 누구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타인에 의해 강제되지 않은 사랑은 아가페를 넘어서 마치 투명도를 50%쯤 더 먹인 대지처럼 보인다. 이 책은 내게 투명한 사랑을 전해주었다. 홍콩과 그곳에서 자라난 어떤 인생들을 향한 마음.
언제 어디서든 전 세계의 콘텐츠를 모조리 즐길 수 있는 지금. 누군가 내게 어떤 유형의 미디어 콘텐츠를 가장 좋아하느냐 묻는다면 별생각 없이 '영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장르 불문,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쏟아지는 사랑은 감히 내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겠지만, 영화는 그 만의 묘한 중독성으로 관람객을 집어삼키는 힘이 있다. 세계관에 의해 정의되는 공간적 배경과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 주인공의 나이와 그가 처한 환경, 그가 이전에 겪었고 지금 겪고 있으며 앞으로 겪을 다양한 고난과 그 비참함을 덮어 씌울 작은 희망. 이 모든 설정을 이해하다 보면 영화 속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에 작게나마 힘을 실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진작부터 모두에게 주목받는 사람이었을지라도 나의 애정 한끗으로 완성되는 캐릭터. 영화 상영은 막을 내리고 VOD 서비스가 종료될지라도 내 속에 깊이 남아 잔잔하게 반복되는 삶을 받아들이는 그들.
그들을 향한 마음을 가장 크게 담아낸 예시를 찾으라고 했을 때, 이 책을 쥔 손을 하늘에 휘저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귀한 애정으로 가득 차있다. 이렇게 적나라한 사랑은 또 오랜만이라, 당황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그치만 매일이 버거울 때 도피하고 싶은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책이다. 우습게도 계속해서 반복하는 말이지만 이토록 귀하고 순한 애정은 없으리라.
허공에서 시작된 소재라, 지구 내에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지언정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 사람을 괴롭히는 영화도 있는데. 공간적 배경이 소재가 되어 제작된 영화는 얼마나 애틋할지 감히 예상할 수가 없다.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건 간에, 그곳에 발만 디딜 수 있다면 마음속 사람들을 찾아 한참을 헤매어도 목이 마르지 않을 것만 같다는 작은 로망이 피어난다. 그들이 마주 앉아 커피를 나누었던 식당, 나란히 올랐던 계단, 공원과 거주지를 비롯해 그 사람들의 숨결이 퍼지고 퍼져 주변을 모두 같은 색으로 물들였을 공간에 대한 애정은 끝을 모르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조금 먼 곳에 살면 어떤가, 마음은 언제나 그 거리를 거닐고 있는 것을.
늘 하는 말이지만, 애정은 귀하다. 이 책은 그 귀한 애정을 해치지 않는 세상이 계속되길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게 만든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