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랩 - 당신을 속이고, 유혹하고, 중독시키는 디자인의 비밀
윤재영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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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의 이면을 배운 뒤로 사회를 바꾼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세상에 나타난 시점을 떠올려 볼 때가 있다. 그들은 언제나 완벽했던가? 원초적인 질문에 고개를 젓는 건 순식간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제공이 친절하지 않음에도 나와 당신 같은 이용자들의 발이 묶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우리의 문제는 아니다. 디자인은 시각에 대부분의 힘을 싣는 장치인지라, 순간적으로 하나의 감각을 속일 수만 있다면 제공자가 품은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디자인 트랩이다. 몸을 숨긴 채 누군가 걸려들기만을 고대하는 트랩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당장 이 글을 작성하는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떤 트랩에 노출되어 있다. 그것이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에, 약간의 속임수를 활용하더라도 눈길이 머무르게만 할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마케팅 최전방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효과 전략이리라.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 선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또 마냥 동조할 수는 없는 것이, 소비자를 겨냥하는 일종의 수단이 된 디자인은 현명한 판단력이 있다고 해서 부조리한 것을 무조건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똑똑해도 속는다. 소비자가 어떤 정보를 제공한 후에 부가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을 개인이 홀로 외롭게 해결해야 하는 불친절함은 정보 비대칭성이 강조되는 우리 사회에서 유독 과한 좌절감과 서비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을 가져오게 된다. 명확히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탄생하는 의도적일 수도, 비의도적일 수도 있는 디자인의 탈을 쓴 트랩을 지혜롭게 걸러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적 규제가 빠른 시일 내로 정립되길 바라는 수밖에.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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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머니로드 - 돈의 흐름을 바꾼 부의 천재들
장수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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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역사는 멀리 지나온 흔적임에도 미래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느낌이 강해서 가끔은 유튜브에 들어가 이미 지나버린 시절에나 들었으면 더 좋았을 법한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한다. 여전히 외워지지도 않는 학문이지만 철 지난 시험범위를 들여다보는 미련으로 남은 건 무엇인가 정립되기 전 태초의 것이라 부를 법한 혼돈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임을 안다.​ 그중 가장 예민하고 또 예리한 화폐의 흐름을 풀어낸 이야기는 누군가 정해준 것처럼 흥미를 끌고 전래동화처럼 대번에 많은 것을 구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대를 막론하고 어디나 세상을 이끄는 이들은 존재했으며,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날카로운 원리는 현재의 시장 경제를 가르는 날이 되기도. 아무개의 무딘 결단력은 또 다른 아무개의 반면교사가 되어 상상치 못했을 방법으로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현존하는 모든 것은 누군가의 처음에서 비롯되었음을, 나의 일차원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몇 장의 화폐는 어디서부터 흘러와 내게 닿은 것인지를 알고자 많은 길을 거슬러 도달한 곳이 우리의 역사라, 역시 나의 미련은 틀리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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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전길남, 연결의 탄생 - 한국 인터넷의 개척자 전길남 이야기
구본권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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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개척은 미지보다 더 미지의 세계처럼, 내게 존재하지 않는 돌을 디디고 서서 누구도 요구하지 않은 두려움을 품에 안고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야 한다는 말과 같다. 이것은 곧은 방향으로 무작정 나아갈 수 없는 이유가 되며 성공한 개척자를 향한 존경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에 대한 사유가 된다. 해내었다고 어렵지 않았을까? 딛고 선 온기를 두고 마음을 둔 세상의 처음을 주도해 미지의 세계를 딛는 일은 글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진득한 고통을 그려내는데, 그가 불모지를 개척하며 소비한 수많은 순간들 덕분에 우리는 이토록 간편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누군가 편안을 걷어찬 덕분에 편의를 누리는 세상. 얼마나 아이러니하고도 소중한 인연인지, 사실 이렇게나 절대적인 인생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쫓느라 몇 번의 심호흡이 필요했다.

개념도 원리도 하물며 경력조차 어려워서, 절반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괜한 열정과 통쾌함이 느껴지는 책. 종잇장을 넘기는 손으로는 그의 판단력과 지혜로움을 전달받을 수 있다. 느끼는 대로 나아가는 것. 개척에 대한 두려움과 발전에 대한 두려움은 같은 뜻이 아니지만 어쩐 일인지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니 헷갈릴 때는 나아가는 것으로. 어디든 연결되어 있으리라 믿고, 그렇게 만드리라 다짐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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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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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왜곡은 수많은 타의적 해석 사이 부정도 긍정도 아닌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죽음은 멀고도 가까운 개념이기에 이미 곁을 떠난 이의 삶이 궁금하다면 사용감 있는 칫솔과 쿠션과 볼펜에서 한 조각씩 떼어낸 습관을 실과 바늘로 꿰어 천 한장을 떠내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 유품은 많은 것을 말하지만 그것을 이어내는 건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리라. 우리는 반드시 어느 왜곡을 감안한 삶의 복제품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된다. (모두가 그럴 테지만)온갖 물건을 두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누군가'는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 '허락 없이 고인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에 양해를 구하고, 고인이 살아생전 다루던 그 마음으로 대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변화하듯 죽음에 대한 무게도 변해가는 것인지, 또는 전문성을 추구하고 비전문가의 어설픔에 대한 물질적 대체재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인지 나의 좁은 식견과 어설픈 지식의 밀도에도 불구하고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은 그 존재 자체로 가치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도록 만든다. 무언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사라지고 변하고 파생되는 세상이라면 삶의 형태뿐 아니라 죽음의 형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구체적인 반성은 물론, 보편적인 사람이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가질 수는 없다는 전제가 바닥에 스며들 수 있도록 바뀐 문화에 안도를 건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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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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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나는 자연과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매일을 흙에서 뒹굴고 작물과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24절기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때가 되면 감자를 캐고 상추를 따고 말라죽어버린 노란 줄기를 땅에서 뽑아내며 이 땅을 채울 다음 작물을 반기는 정도의 경험은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이다. 아주 어릴 적 살던 아파트의 좁은 베란다에서도 기다란 화분에 토마토를 키우며 가만히 앉아 그들을 구경하기를 즐겼으니, 자연에 대한 나의 사랑은 타고난 것이든 습득한 것이든 먼 과거에서부터 자연스레 내재되어 있던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물론 자연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느껴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따라 유독 그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는 빈도가 잦아진다는 점은 차마 부정할 수가 없다.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가.



우리(나와 부모님 그리고 내 동생)가 가꾸는 작물들은 모두 우리의 의지대로 심기고 자라다가 때가 되면 시들고 있다. 이들의 일생에 관여하는 것이 단순히 감상을 위한 노력이 아니기에, 그 식물들이 단단하고 건강히 자라날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붓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땡볕 아래 가만히 서서 물이 쏟아지는 호스를 들고, 얼룩덜룩 물이 든 나뭇잎을 붙잡아 어떤 병충해를 입은 것인지 파악하는 일을 거른 적은 없다. 1차원적으로는 우리가 택했기에 그렇고, 그 안의 관념적인 표현으로는 자연이 갈구하는 '자라남'에 대한 열정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높이 솟아오르려 한다. 원하는 만큼 땅을 뚫었다면 각자의 개성에 맞게 지표면을 타고 멀리 퍼지거나, 주변의 지지대를 휘휙 감아 훨씬 더 높이 자라나기도 한다. 또 제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기도 하는데, 인간은 보통 이 부분에서 식물에게 감동을 받는다. 먼 과거처럼 단순 먹거리를 채집할 수 있다는 기쁨이 다가 아니기에 식물의 기다림은 더욱 경이롭다. 시대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하는 인간을 재촉하지 않는 식물의 인내는 과연 인생을 단위로 하는 배움의 대상으로 내세워도 모자랄 것이 없다.



식물에게 애정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고 대단하다. 생태계의 중심이 되어주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그들을 위해 땅을 가꾸거나 영양제를 투입하고 자연의 물로는 한참이나 모자란 갈증을 채우기 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배급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모든 과정에, 과거와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아갈 인간의 실수가 깊이 깃듦을 알고 있음에도 오로지 성장과 결실에만 초점을 맞추는 태도는 생태계의 중앙을 기꺼이 관통하는 모습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테다. 정원을 가꾼다는 행동에서 인위적임을 덜어낼 순 없겠지만, 제목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생태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한껏 들이마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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