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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자연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나는 자연과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매일을 흙에서 뒹굴고 작물과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24절기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때가 되면 감자를 캐고 상추를 따고 말라죽어버린 노란 줄기를 땅에서 뽑아내며 이 땅을 채울 다음 작물을 반기는 정도의 경험은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이다. 아주 어릴 적 살던 아파트의 좁은 베란다에서도 기다란 화분에 토마토를 키우며 가만히 앉아 그들을 구경하기를 즐겼으니, 자연에 대한 나의 사랑은 타고난 것이든 습득한 것이든 먼 과거에서부터 자연스레 내재되어 있던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물론 자연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느껴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따라 유독 그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는 빈도가 잦아진다는 점은 차마 부정할 수가 없다.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가.
우리(나와 부모님 그리고 내 동생)가 가꾸는 작물들은 모두 우리의 의지대로 심기고 자라다가 때가 되면 시들고 있다. 이들의 일생에 관여하는 것이 단순히 감상을 위한 노력이 아니기에, 그 식물들이 단단하고 건강히 자라날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붓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땡볕 아래 가만히 서서 물이 쏟아지는 호스를 들고, 얼룩덜룩 물이 든 나뭇잎을 붙잡아 어떤 병충해를 입은 것인지 파악하는 일을 거른 적은 없다. 1차원적으로는 우리가 택했기에 그렇고, 그 안의 관념적인 표현으로는 자연이 갈구하는 '자라남'에 대한 열정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높이 솟아오르려 한다. 원하는 만큼 땅을 뚫었다면 각자의 개성에 맞게 지표면을 타고 멀리 퍼지거나, 주변의 지지대를 휘휙 감아 훨씬 더 높이 자라나기도 한다. 또 제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기도 하는데, 인간은 보통 이 부분에서 식물에게 감동을 받는다. 먼 과거처럼 단순 먹거리를 채집할 수 있다는 기쁨이 다가 아니기에 식물의 기다림은 더욱 경이롭다. 시대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하는 인간을 재촉하지 않는 식물의 인내는 과연 인생을 단위로 하는 배움의 대상으로 내세워도 모자랄 것이 없다.
식물에게 애정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고 대단하다. 생태계의 중심이 되어주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그들을 위해 땅을 가꾸거나 영양제를 투입하고 자연의 물로는 한참이나 모자란 갈증을 채우기 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배급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모든 과정에, 과거와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아갈 인간의 실수가 깊이 깃듦을 알고 있음에도 오로지 성장과 결실에만 초점을 맞추는 태도는 생태계의 중앙을 기꺼이 관통하는 모습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테다. 정원을 가꾼다는 행동에서 인위적임을 덜어낼 순 없겠지만, 제목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생태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한껏 들이마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