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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 경이롭고 감동적인 동물과 과학 연구 노트
장구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주변 누군가의 아픔에 슬퍼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을 가진 존재의 특권이다. 고통에 대한 공감은 무척이나 아득한 일이지만, 쾌유와 회복을 빌며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일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우리를 치유하는 기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맥락 없는 발견은 없기에 아마도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반짝 떠올랐으리라. 낮고 가까운 곳에서 인간을 구하는 존재를 일깨우러 떠나보자.
아픔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신체의 괴로움과 정신의 흉터는 사사로운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숨을 죄여온다. 그렇기에 발병 및 지나친 통증을 사전에 예방하는 수단으로써 치료제와 예방법이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병을 앓는 이유에는 노화가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 지금, 죽은 듯 다가와 뒤통수를 후리는 고통을 얌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대체 어디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고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몇 세기를 거쳐온 인류의 간절함이 통한 덕분인지 도움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옳은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겠지만 (설사 그것이 기우일지라도) 받은 도움은 잊지 않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감사는 미물에게도 통하기에.
보편적으로 연구라 함은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띠에서 보편적 진리나 과학적 원리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케이스의 반복된 연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앞서 말한 '치료'에 대한 결론도 마찬가지다.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은 여기서 동물의 도움을 받길 택했다. 인간과 비슷한 신체 구조를 가진 여러 종의 도움을 받아 불치병을 치료 가능한 병으로 만들고, 수없이 많은 아이들을 죽였던 병의 기를 꺾어 다음 세대의 많은 생명을 살려냈다. 이 긍정적인 결과를 결코 부정할 수는 없으나, 수많은 실험에 의해 희생되었을 동물을 생각하면 생태계의 굴레에 인간의 잣대를 적용하여 그들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정녕 옳은 일인가, 인간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계속해서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문명의 발달과 과학 기술의 진화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그 영향으로 차례로 굴복당하는 병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온건한 사회 분위기가 확립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동물권에 대한 시민 의식 또한 드높은 성장을 거두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도록 뼛속 깊이까지 와닿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과 많은 동물이 큰 힘 들이지 않고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도 동물 실험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연구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윤리적이다. 그 모든 과정에 작고 큰 동물의 희생이 녹아있기에. 어떤 동물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생이 연장되고 덕분에 또 다른 동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다음으로 어떤 동물의 얼마나 큰 희생을 감안해야 우리의 기술이 또 한발 내딛고, 그를 통해 동물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의 사이에 선 우리는 모순을 넘어서 굴레에 갇힌 것에 가깝지만 이 또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함부로 생명의 경중을 따지기에는 인간의 것은 이미 충분히 무겁다. 큰 결과를 기대할수록 많은 제제와 만류가 필요한 것. 나는 그 누구의 희생 없이 우리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전구처럼 반짝이는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