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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신화력 -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신화 수업
유선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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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를 지나 북유럽과 중국 신화까지 아우르는 넓디넓고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봤다. 솔직히 말해서 한 번에 와닿는 내용은 아니다. 시간적으로도 멀고 공간적으로도 멀다. 문화 차이는 무슨 계급(?) 차이도 잔뜩 드러나는 사이다. 그도 당연한 것이, 역사도 아니고 '신화'인 걸. 하지만 여기서 신기한 점은 타국의 기원 신화를 읽으며 나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정립했다는 것이다. 역시 정답은 근원에 있다더니, 탄생을 되새기니 현실에 써먹을 이정표가 나왔다. 신의 탄생과 인간의 탄생? 책 속에서 언급되는 한낱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 정의 내리고 싶은 '나'의 의미를. 크로노스의 낫질로 태어난 아프로디테와, 핸드폰에서 재생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상 앞에 앉은 나의 연관성은? 굳이 덧붙이자면 나 또한 변방의 어느 신이 된 기분이었다나. 책을 펼칠 당시 예측할 수 있었던 효과는 아니지만 어쨌든 신화를 유영하는 경험이었다는 점은 틀림이 없으니 기분이 좋다.

대체적으로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근데 맞다, 먼 나라 이야기. 개인적으로 평소에도 입에 달고 사는 이야기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책은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침 이 책이 그렇다. 나는 한 장을 넘기며 가이아를 만났고 그다음 챕터로 넘기며 크로노스를 만났다. 그리 반가운 경험만은 아니었는데 그조차 내 견해로 바꿔 먹었으니 나로서는 큰 이득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신화이다 보니, 나보다 앞서서 삶을 살아가던 여러 예술가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신화를 접했고, 내가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것처럼 그들 또한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된 예술작품을 많이 남겨뒀더라. 잘 아는 사실이었는데, 책 속에서 해당 작품과 관련된 신화 속 에피소드를 듣고 분석을 씹으며 바라보는 미술 작품은 또 새롭고 신선했다. 역시 참고 자료는 본문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아들을 먹는 크로노스>를 그리던 고야와 나는 엄청난 시간적 간격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느끼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 웃긴 건 고야와 아들을 먹는 크로노스 사이에는 얼마나 큰 시간적 골이 존재하냐는 거다. 그리스로마 신화 앞에서는 나나 고야나 그저 인간일 뿐이고. 요약하자면 그리스로마 신화 수업을 들으며 미술의 거장에게 친근감을 느낀 거지. 인간인 내가!

우리는 잘 잊어야 하고 잘 기억해야 한다. 어떤 걸 기억할지는 순간의 선택에 달렸다. 나의 삶과 우리의 삶도 먼 미래의 누군가에겐 신화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작은 행동을 크게 해석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파악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신화는 미래를 만들고 미래는 신화를 잊지 않는다.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우리의 신화 神話는 그렇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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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 생각보다 인간적인 학명의 세계
스티븐 허드 지음, 에밀리 댐스트라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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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이란 무엇인가? 정의를 파악하기 전에 우리는 학명의 시작과 절차와 그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이 생각보다 더 인간적임을 알고 가야 한다. 그 사유는 단순하다. 지식과 시대가 가지는 차이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학명을 정하는 주체니까. 내 이름을 떠올려볼까. 유교국가에 태어나 돌림자가 지켜진 한자 이름을 가진 나로서는 호모 사피엔스나 호모 에렉투스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피엔스-현명한, 에렉투스-직립한? 사실 따지고 보면 두 글자의 한자를 엮어 대단히 좋은 뜻을 가진 단어가 된 나의 이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누군가가 의도한 이야기를 담은 이름을 가졌다는 점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나는 아주 같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부분. 나는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님의 의견이 담긴 이름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 그에 비해 그들은 사라진지 한참이 지나고서야 지구상에 유일하게 후손이라고 부를만한 인간의 입가와 손끝에서부터 형상화된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누군가가 바라는 모습으로 불리고, 생물들은 관찰되는 모습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 이성적인 애정이 담겼음을.

생물은 생겨났을 뿐 탄생과 죽음의 과정에 일절 관여할 수 없다. 그런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생을 살고 있겠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또 다른 생물인 우리는 그들 또는 그것들에게 봐줄 만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진다. (나만 그런 건 아니길 바라며) 하지만 내가 그런 의도를 가지기도 훨씬 전에, 과거의 누군가의 발 빠른 제안으로 수많은 생물들은 이미 길디긴 이름을 갖고 있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점이다. 긴 이름을 이미 갖고 있었지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 어쩌면 사라진 그들을 위해 번거롭디 번거롭게 학명 체제를 전격으로 개편했다는 것. 생물의 궁극적인 특성을 이름에 집어넣지 않고,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집어넣고 발견된 지역명을 드러내는 등 객관적인 사항보다는 비교적 주관이 담긴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특별화된 형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 체제가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새로운 생물이 발견될 때마다 이전에 정해두었던 아무개 생물의 학명을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는데. 이런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 결심한 혁명이었겠지만 먼 미래의 나로서는 조금은 반갑고 어쩌면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부르기가 간편해졌다는 점에서, 학명으로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점에서.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인터넷 링크를 만들어낼 당시 하이퍼 링크에 /(슬래시)를 처음 넣은 사람이 큰 후회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를 굳이 입력하지 않아도 링크가 작동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저 멋을 위해 그런 결정을 했던 과거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다며. 실제로 글자 한두 개가 모여 완성되는 메일도 너무 과하게 수집, 보관하면 데이터를 관리하는 하드의 과도한 작동으로 인해 환경 오염 악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데. 인터넷 접속 링크의 /도 같은 맥락을 공유하겠지. 문득 이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학명을 생략, 축약한 이 책의 내용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학명의 글자를 줄인 것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함은 아니었겠지만, 그리고 그를 예측할 수도 없었겠지만. 모든 과거를 바라보는 현재의 나로서는 우연과 편의가 모여 잘 굴러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이라.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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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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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무척 두껍다. 쥐어 들었을 때 겁부터 났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 예측하기도 전에.
덮고 난 뒤엔 아쉬웠다. 조금 더 보여주면 안 되나, 그들이 남아 살아내는 멋진 삶을 조금 더 담아줄 수는. 시시각각 변하는 태도에 박수를 보내겠으나 사실 조금 놀랐다. 도착지까지 단단하게 굳은 책을 걷는 건 오랜만이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완벽한 삶은 누구의 기준으로 정해지는가? 제목 또한 반어법임을 어느 정도 예측했음에도 괜히 짜증이 밀려왔다. 책의 표지가 붉은 색인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책의 내용을 길지 않게 묘사하는 법을 한참 떠올리다 포기했다. 그러기엔 지나치게 매력적인 주인공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죄다 글러먹었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성이 바뀐 여성들의 삶은 놀랍도록 씩씩하다. 중간중간 첨부되는 레시피는 이국의 것임을 증명하듯 예상도 불가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어쩐지 맛이 와닿아 속상하고 통쾌했다. 수십 년 전, 수년 전의 그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케이크를 구워볼까.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수십 번 되뇌었고 나 또한 셀 수 없이 읊조리는 의문. 우린 누구였나? 얼마나 큰 의지를 내보이는가. 아무렴, 우리는 우리로 남아 원하는 바를 쟁취하겠다고. 다짐하다 책을 쓸어보는. 정원을 가꾸고 요리 레시피를 뒤적이는 여자는 완벽한 아내인가? 그럴지도, 그럴지도.

"태양은 언제나 돌아온다…… 당신이 그것을 기다릴 만큼 강인하기만 하다면."

※서평단의 자격으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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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하여 - 그리고 성,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
드니 디드로 지음, 주미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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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며 읽었다. 먼 과거의, 각기 다른 사회에 적응하여 생활하는 드니 디드로와 나의 가치관이 달랐기 때문이고, 책에는 작가의 가치관이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책을 덮고서 든 생각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지금은 21세기, 이 책을 쓸 당시는 18세기. 3세기의 간극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나는 생각보다 통하는 의견이 많았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초점을 맞췄더니 작품이 다르게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시기, 이 나라의 여성의 인권이란 어떻게 취급되었나, 크게 힘을 들여 찾아보지 않아도 작품 자체에 다 명시되어 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작은 앙탈을 부리는 행동으로 배신감을 묻어야 하고, 남편의 사유물이 되어 온갖 수발을 들다가도 찰나의 실수로 버림받는 일종의 '사유재산'으로 취급된다. 현 사회에선 그런 몰상식한 분위기가 용납되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성별은 유전자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일 뿐,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대우에 영향을 줄 순 없다. 그냥 그런 건데, 그냥 그랬던 거지. 이제 와서 그 시절을 탓할 생각은 없다. 내가 그들을 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 왜곡된 사회에서 혐오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을까? 하는 의문은 감출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없을 줄 알았는데, 드니 디드로가 내 앞에 나타나서 자기주장을 펼친다.

드니 디드로의 모든 주장과 의견이 옳다고 말할 순 없다. 드니 디드로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의견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의견도 모두 옳지 않고, 모두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 사회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역사가 필요하고 미래가 필요한 것이겠지. 긴 시간을 두고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무지를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는 거대하고 합리적인 통찰. 역사 속 사람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우리 사회가 적당한 통찰과 반성을 통해 조금 더 '나은 길'로 접어들었단 뜻이다. 그 기반에는 과거가 있다. 잊어서는 안 될 포인트.


드니 디드로는 여성의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제목도 <여성에 대하여>.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땐, 여성 작가의 여성 인권 증진과 관련된 사회 고발 작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반대라고 할 수 있나? 작가 성별이 다를 뿐 드니 디드로는 나의 예측과 굉장히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렇다. 그 시대 대다수의 남성들이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여성의 인권과 한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며 에세이와 콩트를 써내렸다. 그가 속해있는 사회를 투영하고서도 이런 말을 담아냈다는 건 그의 의지와 호기심이 얼마나 짙었을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작품을 살피다 보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람이 얼마나 옛사람인지,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를 고려하여, 어느 정도 흐린 눈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작성된 글을 어떻게 고치겠는가. 좋은 점만 골라서 보기에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책.


내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드니 디드로가 속했던 시대와 사회의 분위기는 '폐쇄적이다 못해 대부분이 왜곡된 과거의 여성 인권'을 대체하는 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과거의 어느 나라라고 해서, 자신의 이익을 당당히 챙겨냄과 동시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남편을 합당하게 처벌하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억압된 분위기에 의해 짓눌려 마음을 모두 표출하지 못했을 수도, 그 경우의 수가 지극히 적었을 수는 있겠다만,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순 없지. 드니 디드로는 그 점을 꼬집는다. 여성이 큰 소리를 내며 예비 남편에게 서약을 받아내는 장면, 그 모습을 보며 크게 웅성대는 주위 사람들, 떳떳하게 알겠다고 대답을 해놓고 결국 서약을 어기는 남편. 그 남편을 매몰차게 버리고 떠나는 여성. 과연 이 여성의 행동 중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가?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다. 잘못은 남편이 했으니까! 여기서 우린 뭘 느껴야 하느냐, 이 똑 부러진 여성이 아주 특이 케이스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여성은 멀쩡한 사고 활동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임에도, 많은 감정과 권리를 강제로 생략 당하며 살아왔다. 그 이유는? 나는 잘 모르겠다만 드니 디드로의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가 대단히 타당하진 않았다는 사실 하나 정도는 캐치할 수 있다.


드니 디드로의 직업은 철학가, 문학자, 계몽사상가라고 한다. 과거에는 여러 학문을 동시에 탐구해내는 사람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았으니 직업이 여러 개인 것은 그리 놀랍지 않으나, 그렇게 똑똑하고 계몽적인 머리를 여성의 한계점을 고찰하는 데에 사용했다는 점이 놀랍다. 당대 주류 철학, 문학, 계몽가들은 하지 않았던 생각을 했다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이미 본받을만한 사람이라는 점이 증명됐다. 그 획기적인 사고를 단면적으로 드러낸 것이 이 <여성에 대하여>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의식적으로 생략하고 제거한 것처럼 공공연하게 다뤄지지 않던 여성의 세상, 그들이 나누는 사랑과 이별과 성과 만남, 그리고 누리고 싶었고 누려야 했던 권리에 대한 점을 콕 집어 자신만의 해석을 바탕으로 풀어냈다는 것. 현대에서도 공감을 받는 작품일 수밖에 없는 이유. 사실 나는 이 책이 한 편의 에세이와 세 편의 콩트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유독 흥미롭다. 에세이에서 자신이 하고픈 말을 모두 풀어내고, 특정 상황을 가정하거나 각색한 콩트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생각을 조금 더 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작가는 여러 의미로 굉장히 획기적이고 계몽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마무리 지으며 옮긴이는 말한다. '드니 디드로는 - 남녀의 생리적 조건과 심리적 반응의 차이를 묘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및 사회 문화적 배경에 의해 그것이 강화되는 과정을 고찰하면서 문명의 발달은 여성의 한계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임을 여러 텍스트들을 통해 설파하였다.' 편견의 강화는 굉장히 쉽다. 중립적인 상황에서 합리적인 자신의 의견을 정하는 것이나 어렵지, 누군가 이미 편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둔 상태, 게다가 자신이 속한 무리가 우위를 선점한 상태라면 누구나 그 흐름에 탑승할 생각이나 하지, 배경에 대한 근본적 고찰까지 닿도록 사고 회로를 가동하지 않는다. 당대로서 드물기는 물론, 3000년이 더 지난 지금에서도 한 번쯤을 읽어볼 만한 마인드를 가지는 작가와 작품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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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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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탄생을 기점으로 지옥에 떨어진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고, 출산을 뒤로하고 정신이 혼미하여 낯선 곳에 갇힐 수도 있다는 게 캐서린의 경험이고 우리의 현실이다. 이게 단면인데 왜 실존의 여부조차 모르는 채 덮어놓아야 하는지, 왜 알려주지 않는지. 출산은 언제나 귀하고 숭고해야 하는 것인가. 산후우울증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지? 나조차도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아이를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여성이 감내했던... 스스로의 의지가 작용한 것인지 주변의 누군가, 또는 사회의 시선에게 등 떠밀렸던 것인지 전혀 모를 상처들은 모두 어디로 증발해버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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