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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프
김사과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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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고 부서진 도시의 파편을 퍼즐처럼 맞추는 책. 책 속의 도시와 우리의 현실이 묘하게 맞닿아있어서 배경지를 깔지 않은 채로 퍼즐을 맞추는 내게는 현실이 하나의 힌트처럼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다 지나가는 소음을 낚아채 책의 빈틈을 메우고 어지러운 세상을 책 안으로 가두는 경험을 했다. 항상 유쾌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어지럽고 혼란해서 두렵기도 한 책... 그 부분에서 현재를 느꼈다면. 그게 이 책이 바라는 포인트가 아닐지 예측해본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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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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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모르고 무료하게만 느껴지는 하루 끝에 세상에서 가장 청량한 음료를 마신 기분이 든다. 가제본만이 가지는 묘한 날것의 느낌조차 매력으로 느껴져 이 책을 꽂을 자리를 마련해 두고서 자부심을 느껴본다. 어떠한 시작에 함께할 수 있다는 명예로움 같은 것으로.

SF는 도무지 판단할 수 없는 흥미로움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굴지만 언제나 철학적인 물음과 증오와 애정이 이리저리 섞인 시선이 따른다. 책을 펼침으로써 어제의 내가 미처 다 이어나가지 못한 색색의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허락받은 기분. 나의 상상력은 이러해요, 나의 세계는 이런 모양이에요, 소설로 전해지는 작가의 마음이 한껏 느껴져 하얀 종이 묶음에 마음을 얹고 나의 상상에 남의 상상을 겹쳐본다. 활자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다가 결국 그러한 선택을 했구나 이해할 수 없는 수긍으로 맺는 많은 이야기들. 다양한 상황에 갇힌 인물과 대화를 하는 기분에 유쾌한 듯 어려운 마음으로 책을 넘기다 보면 얼음 같은 SF 소설 수 편을 얻어낸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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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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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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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연인의 '장소'는 연인과 사랑 사이를 잇는 플랫폼이 된다. 사랑이 모여들고 사랑이 벗어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장소는 명확히 존재했다가 흐리게 형체를 잃는다. 그것은 고유한 흔적을 가지는 장소의 숙명이므로, 장소는 필연적인 목적지를 지닌 채로 느긋하게 떠있는 분홍빛의 나룻배가 되어 현재를 물속에 감춘다.


장소의 속도는 빛과 같고 장소의 위치는 수정할 수 없는 역사서와 같다.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며 관념적인 흔적을 가진 사랑의 핵심이기에 장소의 연인과 연인의 장소는 결국 사랑으로 생겨나고 사랑으로 부서지며 허망함과 열망이 공존하는 관계가 된다. 연인이 발견한 장소는 사랑으로 뒤덮인 허공이고 장소는 연인을 삼킨 채로 사랑의 두께를 쌓는다.


연인과 사랑과 장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대적인 관계라 사라질 듯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영원할 듯 보이나 찰나에 소멸하게 된다. 끝없이 생겨나는 연인은 끝없이 장소를 만든다,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현재에 충실하며. 이 책은 연인이 사랑을 딛고 만들어내는 장소의 가치를 끊임없이 더한다.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곱씹고 싶은 문장들로 구성된 책.


[해당 서평은 채석장 그라운드 서포터즈의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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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 내 방에서 우주 끝까지, 세상의 온갖 법칙과 현상을 찾아서
브라이언 크레그.애덤 댄트 지음, 이종필 옮김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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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하다 못해 속이 시원하다. 수년 전 한 귀로 듣고 반대쪽 귀로 흘려버린 필수 교육과정 수업을 제외하고는 과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에게도 (놀랍지만) 과학적 호기심이 존재한다. 컵에 물을 따를 때, 바람이 방향을 바꿀 때, 신호등이 색을 구분할 때, 유리창에 태양빛이 반사될 때. 무슨 결합, 무슨 효과, 무슨 에너지라는 것 정도는 알겠는데 그 이상이 궁금한 것이 문제라면 엄청난 문제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호기심을 상세히 해설하는 맞춤형 답안지는 존재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이제 막 말문이 트인 아이처럼 왜?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전문적이지 않은 나의 사고에 지쳐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된다. 남들에겐 사소한 듯 내겐 수십 개의 호기심으로 남은 다양한 과학적 현상들을 일일이, 하나씩, 번거롭게 찾다 포기하기를 십수 번째, 이 타이밍에 대단히 효율적으로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책을 만나게 된 건 아주 대단한 행운이다. 나처럼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사소한 사례부터 엄청난 규모까지, 세상을 구성하는 별의별 케이스를 유익하게 모조리 풀어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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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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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언제나 어디서나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 살았던 것 같다. 화분이 빼곡히 들어찬 베란다를 바라볼 때 느꼈던 경외감, 식물에 이름을 짓고 매일 같이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는 다정함, 도로 곁에 심어진 나무에 크게 매달린 영양제, 계절에 따라 만들어 입히는 색색의 방한복. 비가 오면 비를 뚫고 공터로 나가 빗물을 받는다, 식물에게 좋은 건 수돗물보다 빗물이므로. 지금껏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졌다. 흙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셔야지. 당연한 인과를 파악하지 못하는 내게 초록을 즐길 자격이 있는가? 빗물에 흠뻑 젖은 신발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만약 내게 기회가 돌아온다면 나 또한 망설이지 않고 식물의 곁을 지킬 것이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것처럼 비를 뚫고 밖으로 나갈 것이다. 내 초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물이 지금껏 그래왔듯. 빌려온 책을 펼쳤을 때 튀어나온 나뭇잎에서는 어떤 감정이 느껴지고 건강한 색이 들어찬 거리를 걸을 땐 어떤 활기가 느껴진다. 식물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초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깨닫는 색 본연의 것으로.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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