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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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연인의 '장소'는 연인과 사랑 사이를 잇는 플랫폼이 된다. 사랑이 모여들고 사랑이 벗어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장소는 명확히 존재했다가 흐리게 형체를 잃는다. 그것은 고유한 흔적을 가지는 장소의 숙명이므로, 장소는 필연적인 목적지를 지닌 채로 느긋하게 떠있는 분홍빛의 나룻배가 되어 현재를 물속에 감춘다.


장소의 속도는 빛과 같고 장소의 위치는 수정할 수 없는 역사서와 같다.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며 관념적인 흔적을 가진 사랑의 핵심이기에 장소의 연인과 연인의 장소는 결국 사랑으로 생겨나고 사랑으로 부서지며 허망함과 열망이 공존하는 관계가 된다. 연인이 발견한 장소는 사랑으로 뒤덮인 허공이고 장소는 연인을 삼킨 채로 사랑의 두께를 쌓는다.


연인과 사랑과 장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대적인 관계라 사라질 듯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영원할 듯 보이나 찰나에 소멸하게 된다. 끝없이 생겨나는 연인은 끝없이 장소를 만든다,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현재에 충실하며. 이 책은 연인이 사랑을 딛고 만들어내는 장소의 가치를 끊임없이 더한다.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곱씹고 싶은 문장들로 구성된 책.


[해당 서평은 채석장 그라운드 서포터즈의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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