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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평점 :
생각해 보면 언제나 어디서나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 살았던 것 같다. 화분이 빼곡히 들어찬 베란다를 바라볼 때 느꼈던 경외감, 식물에 이름을 짓고 매일 같이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는 다정함, 도로 곁에 심어진 나무에 크게 매달린 영양제, 계절에 따라 만들어 입히는 색색의 방한복. 비가 오면 비를 뚫고 공터로 나가 빗물을 받는다, 식물에게 좋은 건 수돗물보다 빗물이므로. 지금껏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졌다. 흙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셔야지. 당연한 인과를 파악하지 못하는 내게 초록을 즐길 자격이 있는가? 빗물에 흠뻑 젖은 신발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만약 내게 기회가 돌아온다면 나 또한 망설이지 않고 식물의 곁을 지킬 것이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것처럼 비를 뚫고 밖으로 나갈 것이다. 내 초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물이 지금껏 그래왔듯. 빌려온 책을 펼쳤을 때 튀어나온 나뭇잎에서는 어떤 감정이 느껴지고 건강한 색이 들어찬 거리를 걸을 땐 어떤 활기가 느껴진다. 식물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초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깨닫는 색 본연의 것으로.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