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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좋다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4월
평점 :
10년 전의 일이다. 나의 결혼식 날, 폐백을 올리는데 두 손 가득 밤만을 나의 치마폭에 던져 주시는시어머님께 시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대추도 던져 주어야지, 밤만 던져 줘? 딸도 낳아야지.”
“아니에요. 딸은 필요 없어요. 아들을 낳아야지”
이렇게 말씀을 하시던 시어머님이셨다. 어머님 말씀에 반항이라도 하듯 나는 딸만 둘을 낳았다.
책의 첫 페이지에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데” 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딸을 낳은 서운함을 달래주기 위한 말 일 것이다. 내가 첫딸을 낳았을 때 시어머님은 딸이라고 서운해 하지 말라며 나에게 말씀을 하셨지만 그건 당신의 서운함이 묻어있는 말씀이셨다.
두 딸을 키우면서 서운한 적은 없었다.내가 속이 상해 울고 있으면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엄마가 울면 마음이 아프다며 살며시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는 딸들이다.
목욕을 같이 가서 고사리 손으로 나의 등을 밀어주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빠를 보며 넓지 않은 집인데도 아이들은 뛰어와 아빠의 품안으로 들어가 얼굴에 뽀뽀를 해주며 하루 있었던 일들을 종알종알 얘기하는 딸들이다.
책에 나오는 어머니처럼, 나도 내 아이들이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랄 것이고, 딸들이 커서 남자친구를 소개시켜 줄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다. 나의 어머니가 결혼하는 나를 붙들고 눈물을 흘리셨듯이 나도 아마 그럴 것이다.
책을 읽어 가면서 나의 두 딸 생각에 흐뭇한 웃음을 주었던 책이기 반면, 친정어머니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에 가슴 찡했던 책이다.
나의 어머니도 딸들이 예쁜 그림을 그리며 살기를 바라셨듯이, 나 또한 내 딸들이 지금 내가 그려가고 있는 그림보다 더 나은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길 기도하고 바랄 것이다.